‘쿡방(Cook+방송)’이 예능계의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고 있다. tvN의 <삼시세끼 어촌편>, jtbc의 <냉장고를 부탁해>, 올리브(O’live)의 <신동엽, 성시경은 오늘 뭐 먹지?>는 대표적인 쿡방 프로그램들이다. 쿡방은 일반인들도 도전할만한 레시피를 제공해 사람들을 주방으로 향하게 만든다. 게다가 예능 프로그램의 필수조건인 재미까지 갖추고 있어 시청자들에게 많은 호응을 얻고 있다.


쿡방, 시청자들을 주방으로 이끌다

조준형 기자(이하 조): 쿡방 이전에도 음식을 소재로 삼은 예능 프로그램들은 있었다. 그 중 가장 유명한 게 <테이스티로드>와 <식신로드>다. 이 프로그램들은 한때 열풍이었던 먹방 신드롬을 반영한 프로그램들이다. 하지만 요즘엔 대세가 쿡방으로 넘어가고 있는 것 같다.
김준태 기자(이하 김): 먹방은 쿡방에 비해 시청자들이 공감할만한 요소가 제한돼있다. 먹방의 무대가 음식을 잘하는 유명한 맛집인데 반해 쿡방의 무대는 주방이다. 사실 먹방의 맛집 대부분은 수도권에 있어 지방 사람들은 공감하기가 힘들다. 하지만 쿡방의 무대는 어느 집에나 있는 주방이다. 방송을 보는 사람들은 ‘나도 한 번 만들어볼까?’라는 생각을 갖게 된다.
조: 생각해보니 그런 것 같다. 최근 인터넷에서는 쿡방에 등장했던 레시피가 갈무리된 사진들을 많이 볼 수 있다. 누리꾼들의 반응 역시 ‘직접 해봤는데 정말 맛있었다’는 내용이 주를 이룬다. 이처럼 쿡방은 시청자들이 직접 요리를 해보고 싶게끔 만드는 것 같다. 나 역시 자취를 하다 보니 <냉장고를 부탁해>에 나왔던 삼겹살 플레이트를 요리해본 경험이 있다. 맛에 대해서는 노코멘트 하겠다. (웃음)
김: 요리를 하고 싶게끔 만들려면 시청자들의 식욕을 자극해야 한다. 시간대만 봐도 그렇다. <삼시세끼>는 오후 9시 45분, <냉장고를 부탁해>는 오후 9시 40분이다. 뭔가 느낌이 오는 시간대다. (웃음)
조:  생각해보면 <냉장고를 부탁해>는 전문 셰프들이 많이 나와 자칫 잘못하면 ‘그들만의 리그’로 전락할 수도 있는 프로그램이었다. 하지만 연예인들의 냉장고에 있는 재료를 골라 요리한다는 친근한 설정으로 이를 해결했다. 셰프들이 사용하는 재료가 가정집의 냉장고에서 쉽게 발견할 수 있는 재료기 때문이다. 이처럼 쿡방들은 시청자들을 자극해 결국은 주방으로 이끈다. 


쿡방, 캐릭터 간의 자유로운 관계 설정으로 재미를 갖추다

조:  ‘요리’라는 설정을 통해 시청자들을 이끄는 것도 중요하지만 예능 프로그램의 가장 큰 미덕은 재미가 아닐까. 나는 위 프로그램들 중에 <냉장고를 부탁해>를 제일 즐겨보는데 그 이유는 최현석 셰프 때문이다. 과장된 몸짓 때문에 허셰프(허세+셰프)라는 별명이 붙었지만 특유의 허세가 눈살을 찌푸리게 하지 않고 오히려 시청자들에게 매력적인 요소로 다가온다. 소금을 뿌릴 때 손을 머리 높이까지 들어 흩날리는 모습이나 과장된 칼질을 하는 모습을 보고 있자면 절로 웃음이 난다.
김: 맞다. 허셰프 뿐만이 아니다. 어눌한 요리실력 때문에 다른 셰프들의 도움을 많이 받는다는 이유로 유니셰프(유니세프+셰프)라는 별명이 붙은 김풍 셰프가 다른 셰프들의 도움을 받는 장면 역시 굉장히 재밌다.
조:  생각해보면 쿡방의 재미를 위해서는 캐릭터들 간의 역학관계가 매우 중요한 것 같다. 이전에 있었던 쿡방에 출연하는 캐릭터들의 관계는 일방적인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올리브의 <마스터셰프 코리아>는 요리 서바이벌이다. 프로 셰프들이 서바이벌 경연에 참가한 아마추어 셰프들을 평가한다. 그렇기 때문에 출연자로 등장하는 셰프간의 관계가 수직적인 구조를 띠고 있다.
김: <마스터셰프 코리아>를 본 경험이 있다. 강레오 셰프가 도전자들에게 “한 번에 한가지 일 밖에 못하냐, 한 번에 여러 가지 일을 할 수 있어야 셰프다”라고 윽박지르는 장면이 기억난다. 예능 프로그램은 재미를 위해 보는 프로그램인데 그 장면을 보며 눈살이 찌푸려졌다. 반면 <냉장고를 부탁해>에 나오는 셰프들은 수평적인 관계에 있어 재밌는 상황이 연출되는 것 같다.
조:  그런 면에서 <삼시세끼> 역시 캐릭터 간의 관계가 비교적 자유롭다. <삼시세끼>에 나오는 차승원과 유해진은 만재도 부부로 일컬어질 정도로 완벽한 호흡을 자랑한다. 이런 수평적인 관계는 <삼시세끼>가 표방하는 전원라이프가 안정적으로 전개되며 소소한 웃음을 주는데 이바지한다.
김: <오늘 뭐 먹지?>에서는 요리 잘하는 연예인으로 알려진 성시경이 요리 실력이 엉성한 신동엽에게 핀잔을 준다. 그러면 신동엽은 능구렁이처럼 되받아치는 장면이 자주 나온다. 흡사 밀당을 하는 남녀 같다. 이런 캐릭터간의 자유로운 역학관계는 확실히 시청자들에게 재미를 주는 장면을 많이 만들어내는 것 같다.
조:  결국 재미와 요리,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은 쿡방을 기념하는 의미에서 이번 주말에 삼겹살 플레이트에 다시 도전해봐야겠다. 성공하면 신문사에도 좀 가져오겠다. (웃음)


정리_ 조준형 기자 no1control@uo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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