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 <난쟁이들>

▲ 뮤지컬 <난쟁이들> 포스터
‘신데렐라 콤플렉스’는 자신의 배경과 능력만으로는 신분 상승이 어렵다고 생각될 때 자신만의 ‘왕자님’을 만나면 인생이 획기적으로 바뀔 것이라 기대하는 여성의 의존심리를 뜻한다. 이는 드라마나 영화 속 가난한 여주인공이 근사한 남주인공과 결혼해 행복하게 사는 모습을 보며 대리만족을 느끼는 것 역시 포괄하는 말로 우리에게 친숙한 신데렐라 이야기에서 따온 개념이다.

하지만 신데렐라를 꿈꾸는 게 비단 여성들만의 심리는 아니다. 누군가 신데렐라가 ‘되길’ 꿈꿀 동안 또 다른 누군가는 공주 신분의 신데렐라를 ‘만나길’ 꿈꿀지도 모르는 일이다. 그렇게 우리는 각자 나름대로 동화 속 왕자나 공주를 꿈꾸게 되곤 한다. 뮤지컬 <난쟁이들>의 주인공 난쟁이 찰리 역시 그렇다. 탄광에서 보석을 캐지만 한달 꼬박 일해야 빵 한 덩어리 받는 자신의 삶에 회의감을 느낀 찰리는 동화 속 왕자가 되길 꿈꾼다. 그는 공주만 만나면 멋지고 화려한 왕자의 삶을 살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그러던 어느 날 무도회가 열린다는 소식이 들려오고, 찰리는 난쟁이의 모습이 아닌 왕자의 모습으로 변신하기 위해 마녀를 찾아간다. 한편 백설공주의 일곱 난쟁이 중 한명이었던 빅도 찰리와 동행한다.

그런 찰리와 빅에게 마녀는 대뜸 돈을 요구한다. 이 세상에 기도로만 되는 것은 없다며 모든 마법은 돈으로 이뤄진다는 현실적인 얘기를 서슴지 않는다. 다행히 탄광에서 캐온 보석으로 왕자가 된 둘은 공주를 만나기만 기다린다.

▲ 동화책을 읽으며 공주와의 사랑을 꿈꾸는 찰리
한편 무도회를 찾은 공주들도 뭔가 심상치 않다. “왕자와 공주는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답니다”라는 동화 속 결말과 달리 신데렐라는 어딘가 불만이 가득찬 모습이다. 막상 결혼해보니 돈이 그렇게 많지 않았다며 푸념을 늘어놓는 신데렐라에게 백설공주가 실망스러웠던 첫날밤의 기억을 털어놓으며 맞장구 친다. 왕자와 공주가 결혼만 하면 해피엔딩인 줄 알았던 우리의 환상이 깨지는 순간이다. 둘은 아직 결혼 생활을 경험해보지 못한 인어공주에게 사랑만 믿고 결혼해서는 안 된다는 충고도 아끼지 않는다.

그렇게 공주들은 다시 한 번 아름다운 동화의 주인공이 되기 위해 무도회를 찾는다. 이번에는 정말 자신이 원하는 ‘왕자님’을 만나길 빌면서. 하지만 그들이 만난 건 돈 많고 잘생긴 왕자님이 아니었다. 능력도, 배경도 빼어나진 않지만 동화 속 왕자님만큼이나 운명적인 순간에 등장한 난쟁이 찰리와 빅이었다.

“진정한 사랑을 할 수 있다면 누구나에게 왕자가 될 수 있고 공주가 될 수 있다” 교과서에나 나올 법한 식상한 결말이지만 동화 속 해피엔딩은 언제나 그렇듯 미소를 짓게 한다. 현실적인 것 같았던 공주들도 결국 뻔한 사랑을 하게 되는 이야기지만 어쩌겠는가, 그럼에도 우리는 또 한번 동화 속 왕자와 공주를 꿈꾸게 되는 것을.

 

글_ 장한빛 기자 hanbitive@uos.ac.kr
사진_ 랑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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