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소수자, 안타깝다. 그들의 인권을 침해할 생각은 없다. 다수와 다른 정신적 장애를 앓고 있다 생각하지만…” 연인 관계인 여고생의 키스 장면과 포옹 장면이 담긴 jtbc 드라마 <선암여고 탐정단>에 대한 방송통신심의위원회 함귀용 위원의 발언이다. 함 위원은 해당 장면에서 ‘혐오감’을 느꼈고, 동성애를 옹호 및 조장한다는 인상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기자는 성소수자보다는 단지 키스신에 여고생 둘이 등장했다는 이유만으로 ‘방송의 윤리성 침해 여부’에 대한 논의가 오가는 현실이 더 안타깝다.

정말로 방송의 윤리성을 침해하는 건 다양한 성정체성을 인정하지 않는, 인권감수성이라고는 전혀 느껴지지 않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심의 기준이다. 우리가 흔히 ‘아침 드라마’라 부르는 불륜 드라마까지 가지 않더라도 매일 밤 방영되는 연속극에는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장면들이 여과 없이 방송된다.

특히 지난달 15일 방영된 MBC 드라마 <전설의 마녀>에는 여주인공의 합의 없이 성관계가 이뤄졌음을 암시하는 대사가 오감으로써 데이트 강간 논란이 일기도 했다. 하지만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문제없음’ 결론을 내렸다. 합의 하에 이뤄졌지만 가부장제에 부합하지 않는 동성 커플의 키스신, 상대방의 동의 없이 이뤄졌지만 너무나도 ‘가부장적인’ 데이트 강간. 각각의 장면이 담고 있는 실질적인 ‘불법’ 여부와는 상관없이 가부장제에만 부합하면 윤리적으로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듯한 인상이다.

이는 교육부의 성교육 표준안에도 드러난다. “학교교육에 있어서 성은 개인적인 생각이나 가치관을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 합의를 전제로 해야 한다” 여기에서 성소수자는 ‘가부장제’라는 사회적 합의, 정확히는 사회적 굴레를 저버린 것이 된다. 성소수자는 사회의 구성원으로 온전히 인정받을 수 없는 것이다. ‘교육’이라는 명분을 내세워 지극히 개인적인 영역의 성정체성을 사회적 합의로 규제하는 셈이다. 성교육 표준안에는 ‘동성애’나 ‘다양한 성적지향’이라는 말을 쓰는 것도 불가능하다고 함께 소개하고 있다. 개인의 성적지향에 합법과 불법의 잣대를 들이민 것이다.

하지만 정말 우리가 ‘동성애는 불법이다. 성소수자는 사회구성원으로 인정받을 수 없다’는 명제에 사회적으로 합의한 적이 있을까. 사회적 합의는 사실 실존하지 않는, 아니 실존하더라도 ‘기득권 사회’ 내에만 존재하는 무엇인 듯 싶다. ‘사회적 합의’라는 말로 탄압해야 하는 건 성소수자 같은 누군가의 ‘인권’이 아니라 그 인권을 존중하지 못하는 편협한 발언이다.

장한빛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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