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3일 황우여 사회부 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주재한 2015년 제2차 사회관계장관회의에서 '학생 자살 예방 대책'이 마련됐습니다. 한국이 OECD 국가 중 청소년 자살률 1위라는 불명예를 벗을 수 있을까 기대했지만 정부가 내놓은 대책을 들여다보니 한숨만 나옵니다. 국가적 차원에서 내놓은 대책이 고작 가시적인 자살률만 낮추는데 급급한 대책에 그쳤기 때문입니다.

일례로 교육부는 학생들의 투신자살을 막기 위해 학교·아파트 등의 공동주택 옥상에 안전장치를 설치하기로 했습니다. 평상시에는 폐쇄하다가 화재 등의 응급상황에만 개방하는 자동개폐장치를 옥상에 설치해야 한다는 것이 주요 내용입니다. 하지만 자살을 마음먹은 학생에게 닫힌 옥상이 문제가 될까요. 한 누리꾼은 ‘그렇다면 이제 마포대교로 가면 되겠네’라며 교육부의 근시안적인 대책에 대해 비판했습니다. 투신은 자살의 한 가지 방법일 뿐이지 자살을 일으키는 원인은 아니라는 것을 교육부가 간과하고 있는 것은 아니겠지요. 옥상문을 닫는데 노력하기 보다는 학생들의 마음을 여는데 노력하는 것이 우선돼야하지 않을까요. 

이에 더해 교육부는 ‘자살징후 알리미 서비스’라는 또 다른 대책을 제시했습니다. 이 서비스는 학생이 스마트폰을 이용하다가 SNS나 인터넷 검색에서 자살과 관련된 단어를 사용하면  부모에게 알려줍니다. 하지만 이는 이번 대책이 학생들의 입장을 고려해 만들어졌다기보다는 일하는 사람들의 편리를 위해 만들어졌음을 더 명백하게 보여줍니다. 앞으로는 친구들끼리 흔히 사용하는 ‘힘들어 죽겠다’, ‘X질래’ 등의 말은 꺼내지도 못하게 생겼습니다. 이렇듯 문제만 생겼다하면 감시와 통제를 통해서 해결하려고 하는 정부 때문에 청소년들은 ‘감시징후 알리미 서비스’를 신청해야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나라가 앞장서서 청소년들의 사생활을 침해하겠다고 한다면 도대체 청소년들은 누구에게 인권을 보장받을 수 있을까요.

이쯤 되니 ‘왜 보라는 달은 보지 않고 손가락만 보는가’라는 구절이 생각납니다.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이 지난해 실시한 '2014 아동·청소년인권실태조사'에 따르면 청소년들이 자살을 하는 가장 큰 이유는 학교성적이 42.7%, 가족 간의 갈등이 24.2%라고 나타났습니다. 이를 통해 청소년들에게 필요한 것은 경쟁만을 조장하는 학교가 아니라 자존감을 높여줄 수 있는 교육환경과 따뜻한 가정이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부디 교육부에서 손가락이 아니라 손가락이 가리키는 달을 보는 정책을 내놓았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이번 발표는 지푸라기라도 잡아보자는 심정으로 내놓은 고육지책이었다고 말해주세요, 장관님!


김선희 기자 doremi615@uos.ac.kr

저작권자 © 서울시립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