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많은 대학들이 새로운 총장을 맞이했다. 우리대학 또한 마찬가지다. 지난 25일 우리대학 원윤희 총장의 취임식이 많은 사람들의 축하 속에 개최됐다. 각 대학들은 새로 맞이한 총장과 함께 대학의 비전을 수립하고 있다.

하지만 몇몇 국립대학에서는 문제가 생겼다. 경북대와 공주대, 한국방송통신대(이하 방통대)는 학교 구성원들이 선출한 총장후보자를 교육부가 거부하는 탓에 총장 자리가 오랫동안 공석으로 남아있는 상황이다. 현재 발생하고 있는 국립대의 ‘총장 공석’ 문제는 교육부가 총장직선제를 폐지하려는 입장을 고수하면서 불거졌다.


비리 없애기 위한 직선제 폐지

총장직선제의 역사를 살펴보자면 1987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6월항쟁의 산물로서 당시 단과대학이었던 국립목포대에서는 종합대학의 총장격인 ‘학장’을 자신들의 손으로 뽑았다. 목포대를 시작으로 대표자를 구성원들이 스스로 뽑는 형태는 전국 각지의 대학으로 퍼져나갔다.

하지만 총장직선제는 부작용을 불러오기도 했다. 교수들만의 직선제로 총장선거가 치러지면서 학교가 정치화 된 것이다. 부정선거 문제로 후보자들이 법정에 서는 일도 벌어졌다. 대학교육연구소(이하 대교연) 측은 “과열 선거운동과 금권 선거, 파벌조성, 선거 후 논공행상식의 보직 안배 등의 모습은 사회적 지탄을 받으면서 총장직선제 폐지의 빌미가 제공됐다”고 설명했다.

교육부는 위와 같은 이유를 들어 국립대의 총장직선제를 폐지하고자 했다. 결국 이들은 ‘교육역량강화사업’의 평가지표에 총장직선제 폐지 항목을 넣었다. 총장직선제를 포기하지 않는 대학들은 재정지원사업에서 불이익을 주겠다는 것이다. 실제로 총장직선제를 유지했던 부산대, 경북대, 전남대는 12학년도 교육역량강화사업에 선정되지 못했다.

이런 압박 탓에 현재 대부분의 국립대는 총장직선제를 폐지한 상태다. 직선제를 폐지하고 간선제를 시행하는 대학들은 총장을 선출하기 위해 다음과 같은 과정을 거친다. 선거철이 다가오면 ‘총장후보추천위원회’를 구성한 뒤 투표를 통해 1순위 후보자, 2순위 후보자를 확정해 교육부에 추천한다. 교육부 장관은 각 후보들의 검증을 마친 후 대통령에게 임명을 제청하고 대통령이 최종 임명하면 비로소 총장이 확정된다.


비리와 함께 사라진 총장 ‘길들이기’ 의혹만 무럭무럭

비리를 없애고 정치화된 대학을 교육의 장으로 바꾸겠다는 의도에서 시작된 총장직선제 폐지는 또다른 부작용을 낳고 있다. 학교 구성원들이 선출한 총장후보자에 대해 교육부가 임명을 거부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총장자리가 오랫동안 공석인 채 남아있는 학교가 나타났다.

경북대의 경우 작년 10월 총장추천위원회에서 김사열 교수와 김상동 교수를 각각 1순위, 2순위 후보자로 선정해 교육부에 추천했다. 통상적으로 1순위 후보자에 오른 사람은 검증을 거친 후 특별한 문제가 없는 이상 임명된다. 하지만 교육부는 김사열 후보의 임명을 거부했다. 공주대와 방통대 또한 같은 상황이다. 교육부는 공주대와 방통대의 총장후보자 투표에서 각각 1순위로 뽑힌 김현규 교수와 류수노 교수에 대한 임명을 거부했다. 임명 거부 사유는 ‘후보자들의 사생활 침해’를 이유로 밝히지 않았다.

총장후보자들은 임명제청 거부가 합당한지 알아보고자 행정소송을 걸었다. 현재까지의 결과만 보자면 법원은 후보자들의 손을 들어주고 있다. 김현태 후보는 2심, 류수노 후보는 1심을 승소했다. 김사열 후보는 1심의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하지만 교육부는 이에 불복하고 임명요청을 거부하고 있다. 전국국공립대학교수연합(이하 국교련) 측은 “총장 공백으로 인해 학사 운영에도 차질이 갈 수 있다. 또 총장 임명 거부는 학교에 상당한 불명예를 안기는 행정조치다. 하지만 교육부는 일방적으로 임명을 거부한 채 수긍할만한 근거를 제시하지 않고 있다”며 이번 사태에 대해 불편한 입장을 드러냈다.

개운치 못한 교육부의 행동에 일각에서는 ‘정부의 국립대 길들이기’, ‘낙하산 인사’ 등 여러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같은 문제를 겪었던 한국체대의 경우 새로운 총장으로 김성조 씨가 임명됐다. 1년 10개월 만에 새 총장이 선출된 것이다. 하지만 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김성조 씨는 여당인 새누리당 국회의원 출신이기 때문이다. 스스로 신동민(경북대 11)씨는 “우리의 대표자를 우리의 손으로 뽑지 못하고 관치에 의해 대표자가 선택이 되는 현실을 보며 무기력함을 느낀다”며 답답함을 드러냈다.


정부는 묵묵부답…“총장직선제 폐지 재고해야”

사건의 당사자들은 교육부 방침의 부당함을 알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김사열 후보를 비롯한 3명의 총장후보들은 최근 여·야 대표를 만나 학교 정상화를 위해 정치권이 노력해줄 것을 당부했다. 경북대 학생들 또한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국회의원들을 만나고, 국회 앞에서 1인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하지만 아직까지 문제는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국·공립대의 교수들은 이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총장직선제로 회귀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국교련 측은 “정부의 위헌·위법적인 총장직선제 폐지 강박을 규탄한다”고 말했다. 한편 대교연 측은 총장직선제를 채택하되 대학 구성원 모두가 참여하는 직선제를 시행해야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문제가 생길 수도 있지만 구성원 모두가 참여함으로써 교수들만의 직선제에서 나타났던 폐단은 상당부분 해소될 수 있을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글_ 김준태 기자 ehsjfems@uos.ac.kr
그림_ 오자연 ohjy9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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