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함부르크를 내려다 본 모습 | ©Nick Herbold
배우 윌 스미스는 내한 당시 “옥상정원 있는 로맨틱한 서울”이라는 문구와 함께 서울의 사진을 트위터에 올렸다. 사진 속 건물은 저마다 푸른 빛의 옥상을 자랑하고 있었다. 그 사진을 본 외국인들은 아름다운 풍경이라며 댓글을 달았다. 하지만 사진 속의 옥상이 초록빛으로 뒤덮인 이유는 방수페인트 때문이었다.

실제 대도시에서 녹지를 찾아보는 일이란 결코 쉽지 않다. 서울시는 고층 빌딩이나 아파트, 꽉 막힌 도로로 대표되는 칙칙한 도시의 모습을 타파하는 동시에 환경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녹지를 조성하고 있다. ‘숲과 정원의 도시, 서울’이라는 슬로건에 걸맞는 녹색도시로 거듭나겠다는 취지다.


도심 속 녹지의 출현

봄만 되면 어김없이 찾아오는 불청객, 황사와 미세먼지. 황사의 발원지인 중국 역시 문제가 심각하다. 중국 동북지역 도심에서는 심각한 대기오염을 일컫는 ‘에어포칼립스’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에어포칼립스는 중국인의 평균 기대수명을 약 5.5년 단축시킬 정도로 극심한 문제다. 환경을 고려하지 않은 채 개발에만 목멘 도시계획의 결과다. 이렇듯 최근 도시 환경문제가 대두되면서 도시 차원에서 문제를 해결하려는 움직임이 시작되고 있다. 서울시 역시 ‘녹지 조성’에 주목하며 환경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을 수립하고 있다.

녹지는 도시 내에서 자연환경을 보전 및 개선하고 도시의 경관을 아름답게 하기 위해 계획적으로 마련된 곳을 뜻한다. 우리 주변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공원이나, 산책로, 유원지 역시 녹지에 속한다.

도심 내 구축된 녹지는 크게 세 가지 기능을 갖고 있다. 가장 기본적으로 녹지는 환경개선의 역할을 해낸다. 녹지 조성은 기후변화에 대한 해결책이 될 수 있다. 녹지는 도심지역에 기후 변화를 일으키는 이산화탄소와 오염물질을 흡수해서 도시가 뜨거워지는 도시열섬현상을 줄여주고 도시를 더 시원하게 만들어준다. 그 결과 난방비를 상쇄시키고 도시의 기온을 낮춰 도시의 에너지 자립을 돕기도 한다. 또한 도심 속의 식물은 오존 같은 독성물질을 제거해 공기 질을 향상시켜주기도 한다.

녹지의 또 다른 기능은 생태계 복원이다. 도로가 생기고 건물이 들어서는 등 도시가 개발되는 과정에서 생물들은 터전을 잃게 되며 어떤 동물들은 갈 곳을 잃은 채 로드킬(roadkill) 당하기도 한다. 도시 내에 생태통로가 생기면 사라졌던 동물들의 이동 통로와 서식처를 제공하여 인간과 동식물이 함께 살아갈 수 있는 터전이 마련된다.
한편 녹지는 시민들에게 휴식공간을 제공하기도 한다. 도시 내 녹지를 이용함으로써 멀리 시외로 나가지 않고도 자연에서 휴식을 즐길 수 있게 하는 것이다.

녹지는 크게 경관녹지, 완충녹지, 연결녹지의 세 가지로 나뉜다. 먼저 경관녹지는 공원처럼 도시경관을 향상시키기 위해 설치하는 녹지를 말한다. 완충녹지는 공해의 발생원이나 재해가 생겨날 우려가 있는 지역과 주거지역이나 상업지역 등을 분리시킬 목적으로 두 지역사이에 설치된다. 도로변이나 공장시설의 근방에 조성돼있는 도시 숲이 여기에 해당된다. 연결녹지는 도시 내의 공원, 하천 등을 유기적으로 연결해 시민에게 산책공간의 역할을 하는 선형의 녹지다. 연결녹지는 자연과 시민들의 일상생활 속 동선을 연결시키는 것으로 생태통로나 소규모 가로공원이 되기도 한다.

▲ 우리대학 건축공학관 옥상정원의 모습

새로운 녹지로 주목받는 옥상정원

하지만 대도시에 녹지를 필요한 만큼 조성하기엔 현실적인 어려움이 존재한다. 서울처럼 이미 도시의 대부분이 개발된 곳은 여유 공간이 부족해 더 이상 녹지를 형성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러한 배경에서 최근 건물 옥상을 활용하여 녹지를 조성하는 옥상정원이 주목받고 있다. 옥상정원은 식물을 기르는 등 정원을 만들어 녹지공간을 조성하는 것으로 경관녹지에 속한다. 옥상정원은 독일에서 처음 도입된 개념으로 식물이 옥상 열을 흡수해 난방비를 절약시킬 수 있고 에너지 절약형 건물을 만드는데 효과적이다. 옥상정원은 여름에는 건물 내 온도를 4℃가량 낮춰 시원하게 하고, 겨울에는 1℃ 정도의 상승효과를 불러와 내부 온도 상승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이러한 옥상정원은 도시민의 생활 속에서 쉽게 접근할 수 있다는 특징이 있다. 무엇보다도 옥상에 있기 때문에 휴식처로서의 기능을 충실하게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도시 내 많은 건물들의 옥상이 평지로 구성돼있어 녹지량을 늘리기에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이에 서울시는 공공기관을 시작으로 서울시 곳곳의 건물에 녹지를 조성하게 됐다. 우리대학의 자연과학관과 건축공학관 같은 건물에서도 옥상정원을 접할 수 있다.

이밖에도 서울시는 공원녹지, 그린캠퍼스 사업을 활발히 전개함과 동시에 자투리땅을 활용하는 등 녹지 구축을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 우리대학 조경학과 한봉호 교수는 서울시의 녹지정책에 대해 “지금까지의 투자로 인해 서울시의 많은 지역이 녹지로 지정됐다. 녹지 조성정책이 잘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녹지의 양 적인 팽창뿐만 아니라 노후된 녹지에 대한 지속적인 관리로 질적인 부분 역시 신경써야 한다”고 평가했다.


녹색도시 함부르크와 비교해 본 서울

독일 남서쪽에 위치한 함부르크는 녹색도시계획이 성공한 대표적 환경도시다. 다른 도시와 비교했을 때 함부르크의 녹지비율은 월등히 높다. 이 도시의 녹지공간 시스템은 두 가지의 링 형태로 구성돼있는데 외곽지역의 녹지 링과 도시 내 녹지 링으로 이루어졌다. 두 링 형태의 녹지는 강과 연결돼 연결녹지의 형태를 갖추고 있다. 그 결과 녹지공간이 끊기지 않고 연속적으로 조성될 수 있었다. 함부르크에서는 대규모 녹지뿐 아니라 도시 공간 곳곳에 조그만 공원들과 조경 식재를 꾸며 두 개의 링을 주축으로 하는 친환경적인 도시를 마련했다.

녹색도시의 성공적 사례인 함부르크와 서울시를 비교해 봤을 때 서울시는 연결녹지가 많이 부족한 편이다. 서울은 녹지의 외곽편중이 심한 편이다. 서울의 공원 녹지 면적은 총 170.08km2로 행정구역면적의 28.1%를 차지하고 있지만 녹지의 70% 이상이 외곽지역에 몰려있어 생활권 주변의 녹지는 부족한 실정이다. 녹지가 도시 외곽에 편중돼 있어 녹지의 연결성이 낮은 것이다. 이에 대해 한 교수는 “서울이 독일의 함부르크와 같은 녹색도시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녹지 간의 연결이 필요하다. 서울의 녹지는 개별적으로 구성돼있는데 이를 연결시켜 도시 전체를 연결하는 녹지를 조성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한 교수는 “서울에 거대한 녹지를 조성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공원과 녹지가 현대적 개념에 부합하도록 재조성하는 것이 필요하다. 도시민들이 즐거움을 찾을 수 있는 다양한 정책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글·사진_ 박미진 기자 mijin3490@uos.ac.kr
참고_ 박재철, 양흥모 외 3명「녹색인프라의 이해와 구축방안」 조경.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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