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노트

“아니, 사직서에 허위사실을 쓰시면 어떻게 해요?” 지난 26일 기성회 직원을 대상으로 ‘국립대학의 회계설치 및 재정 운영에 관한 법률’(이하 재정회계법)에 대한 설명회가 열렸다. 기성회 직원들은 사직서의 문구를 문제 삼았다. “우리는 자의적으로 퇴사하는 게 아니잖아요. 그런데 왜 이렇게 쓰신 거예요?” 담당 직원의 말에 따르면 교육부 지침을 ‘순화해’ 작성한 것이란다. 자의에 의한 퇴사가 아니면 실업급여를 지급해야 하기 때문에 교육부는 위와 같은 지침을 내린 것으로 추측된다. 이외에도 이들은 지금까지 받아오던 수당을 지급받지 못한다. 조교들 또한 마찬가지다. 재정회계법과 관련한 교육부의 책임 회피는 국립대 교직원의 처우를 악화시켰다.

교육부는 학생들에게도 경제적 부담을 떠안겼다. 사실 ‘기성회비 반환 소송’은 아무리 생각해도 학교 측이 이길 수가 없는 싸움이다. 기성회비는 명확한 법적 근거 없이 관례적으로 걷어왔던 돈이기 때문이다. “대체 이것이 무엇이기에 우리들의 경제적 부담을 가중시키는가?” 학생들은 학교에 소송을 걸기 시작했고 결국 기성회비는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등록금의 80%에 달하는 큰 부분을 차지하던 기성회비가 사라졌지만 안타깝게도 등록금은 그대로다.

기성회계를 대체한 대학회계가 등장했지만 국공립대의 구성원들에게 돌아온 것은 상처뿐이다. 이는 앞서 설명했듯 재정회계법이 기성회비 폐지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아닌, ‘땜질’하는데 그치는 법이기 때문일 것이다. 재정회계법은 ‘학생들의 경제적 부담’이라는 문제의 본질을 교묘히 비껴갔다. 국립대에 대한 국가의 책임은 찾아볼 수 없다. 사전적 정의에 따르면 국립대는 ‘국가에서 세워 직접 관리하고 운영하는 대학’을 말한다. 정의대로라면 국가는 응당 학교의 발전을 위해 교육과 연구에 투자하고 교직원들의 복지를 향상시켜야 한다. 하지만 정부는 자신들의 책임은 무시한 채, ‘수익자 부담을 원칙으로 하는’ 구시대적 발상을 하고 있다.

최근 교육부는 전국의 대학들에게 큰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대학재정지원사업 즉 돈을 앞세우니 대학들은 교육부의 심기를 거스르지 않으려 앞다퉈 자신들을 개조하고 있다. 이런 정책 하에서 교육부는 비교적 구조개혁에 자유로운 사립대에게 많은 지원을 해주고 있다. “줄 돈이 없다”며 국공립대 일은 나몰라라 하던 교육부의 이면이다. 교육부는 엉뚱한 곳에서 ‘완장의 맛’을 즐길 때가 아니다. 대학들을 떡 주무르듯 주무르고 있는 사이 우선적으로 책임져야 할 수많은 국공립대는 병들고 있다.


김준태 기자 ehsjfems@uo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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