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의 한 경제·경영 동아리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어렵기로 악명이 높은 면접 과정을 거쳐야 한다. A(서울대 12)씨는 꼭 들어가고 싶었던 이곳에 당당히 합격했다. 경쟁률도 꽤나 높았고 동아리 선배들이 면접 때 엄청난 압박을 줘 애를 먹은 터라 합격의 기쁨은 더더욱 컸다.

몇 주간 기초적인 주식투자와 경제 교육을 받고 난 뒤 조별 발표를 하게 됐다. 오늘 발표에는 사회에서 애널리스트로 활동하고 있는 선배님들이 오신다고 한다. 며칠 밤을 새가며 발표를 준비했지만 전문가들에게 피드백을 받을 생각에 긴장이 가시지 않았다.

요즈음 날이 갈수록 취업이 힘들어지면서 대학가에서는 경제·경영 동아리들이 인기를 얻고 있다. 소위 ‘명문대학’이라 불리는 대학일수록 이런 경향은 뚜렷하게 나타난다. 또한 동아리의 역사가 깊고 외부 대회에서 실적이 좋다면 그 인기는 폭발적으로 상승한다.

해당 동아리들은 지원자가 몰려들자 이들을 거르기 위해 면접, 프레젠테이션 등으로 지원자들을 꼼꼼히 평가한다. 난이도 또한 엄청나게 높은 탓에 ‘동아리 고시’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하지만 이들의 인기는 식을 줄 모른다.


‘취업 최우선’의 현실 속 매력적인 경제·경영 동아리

윤용식(연세대 10) 씨는 최근 들어 높아진 경제·경영 동아리의 인기를 실감하고 있다. 그는 “내가 활동하던 주식투자 동아리의 경우 별로 유명한 곳은 아니었다. 하지만 올해는 경쟁률이 꽤나 셌다고 들었다”며 놀란 듯한 모습을 보였다.

이처럼 많은 대학생들은 ‘취업이 수월해질 것’이라는 믿음을 가지고 경제·경영 동아리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 경제·경영 동아리에서는 기업의 수익모델을 짜보기도 하고 모의 주식투자 등 실제적인 경제활동을 간접적으로 체험하기도 한다. 부원들은 이런 활동 속에서 얻은 지식이 공모전·취업 등에 도움이 된다고 말한다. B(중앙대 12)씨는 “대기업 공모전에서 좋은 성과를 낸 적이 있었다. 동아리 생활 덕분일 것이다. 동아리 활동은 공모전뿐만 아니라 일반 기업체에 취업을 하는 데도 분명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이들 동아리의 대다수는 취업 시장에서 뛰어난 성과를 보이고 있다.

경제·경영 동아리는 인맥을 쌓는 데에도 도움이 된다. 서울대의 주식투자 동아리인 SMIC는 이미 사회에 진출한 선배들이 동아리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한다. C(서울대 12)씨는 “해당 동아리에서 활동하는 사람들 말을 들어보면, 동아리에서 이뤄지는 발표에 선배들이 피드백을 해주기도 하고 술자리도 함께 참석한다고 한다. 이런 탓에 인맥을 형성하기 위해 동아리에 들어가는 사람들도 많은 것 같다”고 말했다.


과열된 경제·경영 동아리 열풍 “이해는 되지만 안타깝죠”

인기가 많은 경제·경영 동아리들은 그만큼 치열하게 신입생을 선발한다. 일반적인 동아리와 달리 면접, 경쟁 프레젠테이션 등의 과정을 거쳐야 하는 것이다. 선발시험의 난이도도 상당하다. 실제 기업들의 면접을 방불케 할 정도다. 하나의 상품을 주고 이것을 판매하는 전략을 세워보라거나, 아니면 ‘서울 시내에 있는 편의점의 개수를 추산하라’는 등의 순발력과 논리력을 묻는 질문이 등장한다. 일부 동아리는 졸업한 선배들이 면접에 참여하기도 한다. 윤용식 씨는 “정말 별 걸 다 한다. 인기 있는 동아리의 경우 선배들이 와서 지원자를 상대로 압박면접을 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런 현실에 대한 대학생들의 생각은 다양했다. C씨는 경제·경영 동아리 열풍을 취업난 속에 발생하는 당연한 일로 치부했다. 그는 “모집 인원은 한정된 데 반해 지원자 수가 많다보니 모집 절차가 어려워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그는 학생들이 동아리활동에 지나치게 집착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고 답했다. 그는 “신입생 때 같이 농구동아리를 하던 친구가 있었는데 경제·경영 동아리를 들어가고 나서는 그곳에만 참여한다. 동아리 발표준비를 위해 밤을 새기도 하고, 주말에는 선배들과의 술자리에 참석하는 탓에 많이 바쁜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윤용식 씨는 현 상황은 분명 문제가 있다는 입장을 보였다. 그는 “너무 과열된 게 아닌가 싶다. 어딘가에서 인턴을 하려 해도 경제·경영 동아리 경력이 있는 사람을 선호한다”며 사회의 선호가 학생들의 선택에 심각할 정도로 영향력을 발휘하는 현실을 비판했다. 또 그는 “자연스레 경제·경영 동아리에 들어가기 위한 경쟁은 더더욱 치열해질 것이다. 결국 동아리에 들어가기 위해서도 ‘스펙’을 쌓아야 할 지경”이라며 스펙을 위한 스펙을 쌓는 안타까운 상황이 벌어졌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B씨 또한 “자신의 흥미나 적성에 관계없이 취업만을 바라보며 경제·경영 동아리에 들어오려는 사람들이 간혹 있는데 이를 보면 안타깝다”고 말했다.


김준태 기자 ehsjfems@uos.ac.kr
 

저작권자 © 서울시립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