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0월, 한 여성이 비정규직인 자신의 처지를 비관해 자살했다. 여사원은 언젠가는 정규직이 될 수 있다는 희망을 품고 비정규직으로 입사했지만, 막막한 현실을 깨닫고 자살한 것이다. 이 사건은 ‘정규직 희망고문’을 하고 있는 기업들의 행태를 보여주며, 청년들이 겪고 있는 현실이 심각한 사회문제라는 것을 세상에 알렸다.

이처럼 열정페이, 비정규직 논란은 청년들의 노동을 착취하는 기업들의 횡포를 세상에 드러냈다. 많은 청년들은 언제 실업자가 될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부당한 대우를 견디고 있다. 정부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비정규직 종합대책이나 장그래법과 같은 정책들을 쏟아냈다. 하지만 그런 정책들은 임시적 방편이었고 희망고문을 연장하는 선에 그치는 등 본질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채 갈등과 과제만을 남겼다.

국가가 시행한 대책이 효과가 없었기 때문인지 최근 부당대우를 받아오던 청년들이 직접 모였다. 청년노동공동체 청년유니온에서는 지난해 11월 블랙기업과 맞서겠다고 선포했고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그 기업들을 퇴출하기 위한 블랙기업 퇴출운동을 시작했다. 이들은 청년 노동자를 괴롭혀오던 기업들과 스스로 맞서려고 한다. 기본적인 노동법조차 지키지 않은 채 신입사원들을 부당하게 대하는 기업인 일명 ‘블랙기업’을 직접 고발해 노동문제를 개선하겠다는 것이다.

이 운동은 청년유니온을 중심으로 노동운동에 대표성을 가진 민주노총부산지역본부, 참여연대, 비정규직상담센터와 함께 연대해 진행하고 있다. 청년유니온 정책국장 정준영 씨는 “우리나라에서는 청년들이 블랙기업으로부터 겪고 있는 수모가 매우 심각하다. 실질적으로 청년들의 삶이 나아지도록 하는 것이 블랙기업 퇴출운동의 목표”라 말했다.  

청년유니온은 체불 임금이나 부당 해고 등 작지만 현실적인 문제들에 먼저 접근했다. 청년유니온에서는 노동상담센터를 열어 부당한 대우를 받고 있는 청년들을 도왔다. 한편 청년들의 제보를 통해 약 500건의 블랙기업의 사례를 모아 산정 기준을 마련하고 유형화 작업을 진행한 끝에 블랙기업을 선정하는 지표를 마련했다. 지표의 항목에는 ▲고용불안정 ▲장시간 노동 ▲직장 내 괴롭힘 ▲폐쇄적 소통구조가 있다. 이 지표를 통해 블랙기업리스트가 선정됐다. 청년유니온 측에서는 이를 토대로 간담회나 선포식을 진행하는 등의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 4일 청년유니온은 블랙기업 퇴출운동에 대한 토론회를 열기도 했다.

정 씨는 “지금까지는 블랙기업 제보를 접수받고 유형을 분석하는데 힘썼다. 다음 달부터 블랙기업을 고발하고 직접적으로 개선을 요구하는 등 블랙기업들과 맞서는 활동을 활발히 펼쳐나갈 것”이라며 앞으로의 활동계획을 밝혔다.


박미진 기자 mijin3490@uo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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