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노트

“괜찮아요, 나눠먹을게요” 지난 2일, 건국대학교 총학생회에서 준비한 간식이 부족하자 학생총회에 참석한 학생들이 한 말이다. 이날 학생총회에 참여한 학생 수는 2346명으로 정족수인 약 1700명을 훌쩍 뛰어넘었다.

이번 학생총회는 건국대학교 측이 지난달 17일에 발표한 학사개편안이 불씨가 돼 개최됐다. 개편안에 따르면 건국대는 2016년부터 기존 73개 학과 체제에서 10개 학과를 통폐합해 63개 학과 체제로 운영된다. 학생들은 이에 반발해 총장실이 있는 행정관을 점거하고 집단농성에 들어갔다. 불씨는 비가 내리는 노천극장에서도 꺼지지 않았다.

같은 날 우리대학에서도 학생총회가 열렸다. 정족수가 약 900명인 우리대학 학생총회에 실제로 참여한 학생은 201명이었다. 서면동의안 410명을 정족수에 포함시켰음에도 불구하고 학생총회는 정족수 미달로 무산됐다. 물론 건국대의 학생총회와 우리대학의 학생총회를 같은 선상에서 비교할 수는 없다. 하지만 “여러분, 친구들 세 명씩만 더 불러주시면 학생총회가 열릴 수 있습니다. 부탁드립니다”라며 학생들에게 간청하는 총학생회장을 보며, 약 40%의 학생이 ‘수업 이외의 다른 활동으로 바빠’ 학생총회를 참여하지 않았다는 설문결과를 보며 학생들의 모습에 아쉬움이 남는 건 어쩔 수 없다. 학과통폐합 문제 이전에 그들도 우리도 ‘대한민국의 바쁜 대학생’이라는 점은 동일하지 않은가.

농부가 밭을 탓할 수만은 없다. 총학생회도 조금 더 영악해질 필요가 있다. 서울시립대신문의 설문조사 결과 학생들은 ▲재수강 관련 규정 ▲축제 관련 사항 ▲도서관 시민 개방 안건이 자신과 평균 7점만큼 관련있다고 답했다. 또한 위 안건들이 상정될 경우 약 65%의 학생들이 학생총회에 참석하겠다고 답했다. 이는 현 학생총회 안건들과 설문자간의 관련성을 묻는 질문의 결과인 3점과 비교했을 때 훨씬 높은 점수다.

실제로 우리대학 학생총회에서 학생들이 가장 많은 의견을 낸 안건은 재수강 관련 규정이었다. 회칙개정처럼 학생들이 공감하지 못하는 의결안건이 아니라 학생들의 의견을 묻는 논의안건이 학생총회의 중심이 된 것이다. 학생들이 피부로 느끼는 문제점들을 찾아내는 것도 총학생회의 능력이다. 학생들이 공감할 수 있는 문제가 안건으로 상정됐을 때 대학 내 직접민주주의가 실현되는 자리가 열릴 것이다. 


조준형 기자 no1control@uo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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