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자본주의 속에서 살고 있다. 잘 사는 사람도 있고, 못 사는 사람도 있다. 열심히 일하면 혹은 능력이 있는 사람이면 누구나 부자가 될 수 있다. 기회는 누구에게나 균등하게 주어진다. 공정하게 경쟁한다면 어느 사람도 많은 돈을 벌 수 있다. 사실 이런 순진한 생각 가지고 있는 사람들은 많지 않다. 정말 우리에게 부자가 될 수 기회는 균등한가?
안타깝지만 현재 우리사회에서 능력은 학벌로 나타난다. 그래서 너도 나도 좋은 대학교에 들어가려 발버둥친다. 물론 특권이 난무한다. 강남의 고등학교를 다니는 학생과 산간벽지 혹은 낙도의 고등학생이 과연 같은 질의 수업을 받고 있고 공정하게 경쟁한다고 말할 수 있는가? 자립형 사립고라는 것은 결국 귀족 고등학교 아닌가?
돈 많은 자는 더 많은 교육의 기회를, 더 좋은 교육의 기회를 가지고 있다. 자본이 능력으로 환원되고 있는 것이다. 쉽게 말해 돈 많은 집 아들은 비싼 과외 받고 좋은 강사가 있는 학원을 찾아다니며 결국 명문대에 들어가는 것이다. 명문대 졸업장은 출세를 보장한다. 요즘에는 돈으로 합격증을 사는, 기여입학 제도를 만드느냐 마느냐라는 논의도 진행 중이다.
문제임에는 확실하다. 해결책은 대학 혹은 고등학교의 이름이 그 사람의 가치를 말하는 지금의 학벌주의를 없애는 것이다. 흔히 말하는 데로 서울대병을 없애기 위한 방법은 서울대를 없애는 것뿐이다. 그 외의 다른 조치들은 미시적이거나 임시방편적이다.
허나 이 해결책은 지극히 비현실적이다. 왜냐하면 학벌주의의 수혜자들이 그들의 기득권을 포기하는 것은 상당한 수준의 도덕적 각성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기득권을 스스로 포기한 역사는 없다. 학벌제 사회를 부술 수 없다면 공정한 경쟁을 보장해야 한다. 교육의 기회를 균등하게 부여하는 것이다. 자본주의에서는 교육 그 자체가 기회이다.
교육은 국민에게는 권리이고 국가로서는 의무 사항이다. 하지만 역대 어느 정권도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하지 않았다. 대통령 선거 때 내건 공약도 지키지 않았다. 학교를 늘리는 것 보다 고속도로를 닦는 것이 지지율에 더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그들의 눈에는 다음 총선, 다음 대선 밖에 보이지 않는다. 교육 제도와 관련해 정치권이 고민하는 것은 옳으냐 그르냐의 문제가 아니다. 공교육이 바로 서기 위해서는 입시제도를 탓하기 전에 국가부터 제대로 된 교육관을 가져야 한다. 그리고 교육을 투자의 의미로 받아들여야 한다.
중학교 무상 교육이 내년부터 전면적으로 시행된다고 한다. 1985년부터 무상교육이 부분적으로 시작됐으니 초등학교부터 중학교까지의 무상의무교육을 완성하는데 19년이 걸린 셈이다. 고등학교까지 무상교육이 확대되는데 또 얼마나 시간이 걸릴 것인지 알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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