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과 어제만 해도 네덜란드였다. 한국으로 돌아오기 직전, 네덜란드 스키폴 공항에선 그렇게 서울에 빨리 가고 싶을 수가 없었는데 막상 한국에 도착해 짐을 정리하다보니 ‘왜 그 곳을 빨리 뜨고 싶었나’하는 생각이 든다. 네덜란드로 가는 비행기에서 안내방송으로 ‘풍차와 튤립의 나라, 네덜란드에 방문하신 것을 환영합니다’라는 말을 들었던 것이 생각난다. 일반적으로 네덜란드하면 생각나는 것이 풍차와 튤립인건 공감할 것이다. 기자도 네덜란드가 풍차의 나라인 것을 오감으로 느꼈었다. 하지만 네덜란드의 매력은 이것이 끝이 아니다. 오직 네덜란드에서만 할 수 있는 특별한 경험들을 소개한다. 당신이 네덜란드에 가야만 하는 이유. 지금부터 시작한다. -편집자주-

 

첫 번째 이유, 역사 안네프랑크 하우스와 이준 열사 기념관
네덜란드에서는 한국사, 그리고 세계사의 현장을 경험할 수 있다. 바로 네덜란드의 수도 암스테르담에 위치한 안네프랑크 하우스와 헤이그에 위치한 이준 열사 기념관에서 말이다. 안네프랑크 하우스는 우리에게 ‘안네의 일기’로 익숙한 안네 프랑크가 생전에 살았던 집을 기념관 형식으로 보존해 방문객에게 공개하는 곳이다. 세계2차대전 당시 히틀러의 유대인 탄압으로 잡혀가지 않기 위해선 숨어 지낼 수밖에 없었던 프랑크 일가의 고뇌를 간접적으로나마 느낄 수 있다. 특히 책장으로 가장한 비밀의 문을 열면 비로소 프랑크 일가의 은신처로 들어갈 수 있는 구조가 참으로 인상 깊다.

안네 프랑크는 일기에서 ‘우리는 그 어떤 소리도 내면 안 됐다. 아래층의 공장 노동자에게 발각되면 안 되기 때문이다’라고 말한다. 조금만 움직여도 삐걱거리는 소리가 나는데 얼마나 많이 긴장하며 살았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또한 안네의 방에서는 안네가 성장하면서 관심을 가졌던 분야를 살펴볼 수 있다. 그녀는 어릴 때는 영화배우의 사진을 방 벽에 붙였었다. 그러나 자랄수록 역사와 문학에 관심을 가지게 됐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렇게 어둡고 좁은 공간에서도 한 소녀는 꿈을 키우고 성장을 하고 있었다.

네덜란드 헤이그에 위치한 이준 열사 기념관은 국사책에서 누구나 봤을 ‘헤이그 특사’의 현장이다. 이준 열사는 1907년 고종황제의 신임장을 가지고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열렸던 제2차 만국평화회의에 참석해 대한제국에 대한 일본의 불합리한 침략을 규탄, 호소했다. 그러나 그는 그렇게 바랐던 뜻을 이루지 못하고 1907년 7월 14일 당시 ‘De Jong Hotel'이었던 이곳 이준 열사 기념관에서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된다. 이준 열사 기념관에서는 이런 이준 열사의 뜻과 행적들을 만나볼 수 있다. 뿐만 아니라 함께 헤이그로 떠났던 특사 이위종, 이상설 열사의 행적들도 있다. 일층에는 당시 헤이그 특사의 행적을 보도했던 신문 기사나 관련 자료, 선언문들을 볼 수 있다. 이층에는 이준 열사가 순국했던 방이 그대로 보존돼 있다. 방문에 ‘이 곳에서 이준 열사가 순국하셨습니다’라는 팻말이 붙어있다. 그 한 문장이 참으로 많은 생각을 들게 한다. 이 공간에서 그 어떤 수식어와 묘사가 필요하랴. 이준 열사의 뜻과 의지가 아직 살아 있는 곳이다. 한국에서 태어나 한국사를 공부했다면 정말 한번쯤은 가볼 필요가 있는 곳이다.


▲ 입구에 태극기가 걸려 있는 이준 열사 기념관
두 번째 이유, 문화 하이네켄 익스피리언스와 NEMO

초록색 배경의 빨간색 별 로고가 그려진 길쭉한 캔. 익숙하게 느껴질 지도 모른다. 바로 ‘하이네켄’ 맥주다. 네덜란드가 바로 이 하이네켄 맥주의 생산지다. 하이네켄은 암스테르담에 온통 하이네켄으로 가득찬 박물관을 설치했다. ‘하이네켄 익스피리언스’라는 이름의 이 박물관은 하이네켄 맥주의 제조 과정, 역사 등을 방문객들에게 설명해준다.

하이네켄 맥주의, 어찌보면 조금은 지루할 수도 있는 역사에 관한 설명이 끝나면 맞닥뜨리는 것은 맥주의 제조과정을 설명하는 전시관이다. 한 여직원이 열심히 방문객들에게 제조과정을 설명하는 모습이 인상 깊다. 또한 하이네켄 제조 공정도 볼 수 있으며 직접 맥주의 원료가 돼 맥주 제조 과정을 체험해보는 4D 체험관도 준비 돼있다. 가장 좋은 것은, 전시 중간 중간에 맥주를 마셔볼 수 있다는 점이다. 넉살 좋은 남자 직원이 사람들에게 맥주를 따라주며 묻는다. “냄새 한번 맡아보실래요? 어떤 냄새가 나나요?” 이에 당장이라도 외치고 싶다. “천국의 냄새가 나요!”

박물관 전시가 끝나면 박물관 건물 앞에서 암스테르담 시내를 한 바퀴 도는 운하 투어가 기다리고 있다. 배를 타고 한 바퀴 돌면서 암스테르담을 구경하다 보면 어느새 도착해 하이네켄 기념품점 근처에서 내린다. 공짜 기념품을 받아갈 생각에 무심코 들어간 하이네켄 기념품 가게. 하지만 공짜 기념품만 받아가기엔 판매하고 있는 상품들이 너무도 매력적이니 조심하길 바란다.

암스테르담의 과학 기술 전시관인 ‘NEMO’는 여러 과학 기술을 이용해 재밌고 신기한 체험들을 해볼 수 있는 곳이다. 전시관의 이름은 쥘 베른의 소설 ‘해저 2만리’에 등장하는 네모 선장의 이름에서 따왔다고 한다. 이름에 걸맞게 건물도 배 모양으로 지어졌다.

네모에서는 비눗방울이나 빛, 소리 등을 이용해 과학적 원리를 이해하고 재밌는 활동을 할 수 있다. 그래서 어린이들이 많이 뛰어 노는 모습들을 쉽게 볼 수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가볍고 쉬운 내용만 있는 것은 아니다. 현대 사회의 기술과 인간에 대해 고찰해보는 철학적인 코너도 존재하고, 정말 제대로 된 성교육 부스도 있다. 암스테르담 시내가 한 눈에 보이는 전시관 옥상도 유명하다. 바람이 많이 불기는 해도 전망이 너무 좋으니 감히 불평을 할 수가 없다.


▲ 하이네켄 익스프레스의 맥주 체험 프로그램
세 번째 이유, 아름다운 경관 풍차의 마을 잔세스칸스

사람들이 ‘네덜란드’하면 떠올리는, 풍차가 있는 넓은 들판의 모습은 아마도 잔세스칸스가 아닐까 싶다. 암스테르담에서 북쪽으로 13km 가량 떨어진 곳에 위치한 이 마을은 네덜란드의 ‘풍차 마을’로 유명하다. 암스테르담 중앙역에서 기차를 타 ‘koog zaandijk’ 역에서 내려 길을 따라 걷다 보면 잔세스칸스가 나타난다. 마침 방문했던 날의 날씨도 좋아서 잔세스칸스의 아름다움이 배가 됐었다. 드넓게 펼쳐진 평원과 중간 중간에 서있는 풍차는 서로 어우러져 한 폭의 풍경화 같은 아름다움을 만들어 낸다. 걷다가 문득 느낀, 어디선가 느껴지는 초콜릿의 향기, 유유히 떠다니는 백조와 우연히 만난 살갑게 구는 고양이는 잔세스칸스의 낭만적인 풍경에 어우러져 한 폭의 그림이 된다.

아쉽게도 잔세스칸스의 커다란 풍차는 현재 4개만 남아있다. 예전에는 700개 이상의 풍차가 돌아갔다고 하지만 현재는 식용유, 염료, 겨자가루, 제분용 풍차 4개만 남아있는 상황이다. 산업혁명으로 인한 기계화에 따라 풍차들이 다 사라진 것이다. 그나마 남아있는 4개의 풍차도 관광용으로 남아있는 셈인데, 조금만 더 많이 남겨놨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잔세스칸스에서는 보트 승강장에서 보트를 탈 수도 있으며 목장 앞의 치즈 공장에서 우유와 치즈를 먹어볼 수도 있다. 네덜란드의 명물인 나막신과 기념품을 파는 가게들도 있다. 확실히 관광지라 관광객들이 많기도 하다. 특히 한국인이 많다. 그래서 혼자가도 사진 찍기 곤란한 점은 없을 것이다.

잔세스칸스를 방문할 계획이 있다면 무조건 날씨가 좋은 날에 가는 것을 추천한다. 어느 여행이든 날씨가 좋아야 즐길 마음이 생기지만 화창한 날의 잔세스칸스는 정말 네덜란드의 전원 그 자체다. 서툰 사진 실력이어도 괜찮다. 햇볕을 잔뜩 머금은 잔세스칸스의 자연은 멋드러진 추억을 선물한다. 여행을 떠나 여유를 만끽하고 싶은 당신에게 그 이상의 행복을 안겨줄 잔세스칸스. 그곳에서 네덜란드의 아름다움을 만나보길 바란다.


글_ 서현준 기자 ggseossiwkd@uos.ac.kr
사진_ 김준태 기자 ehsjfems@uos.ac.kr
장한빛 기자 hanbitive@uo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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