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1일 중앙대 박용성 전 이사장이 이사장직과 두산중공업 회장직을 비롯한 모든 직책에서 사퇴했다. 학과 제도 개편에 반대하는 교수들을 대상으로 막말을 한 것이 알려졌기 때문이다. 공개된 이메일에서는 “가장 피가 많이 나고 고통스러운 방법으로 목을 쳐줄 것” 등의 과격한 표현과 조롱도 볼 수 있었다.

이에 대해 중앙대 교수협의회와 교수대표 비상대책위원회는 다음 날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진리를 추구하고 정의를 세운다는 대학의 정신에 입각하여 이런 불법적 행위에 대해 엄중하게 책임을 물을 것이며, 반드시 박 전 이사장을 법의 심판대에 세울 것”이라고 밝혔다.


학생들, “대학 발전은 두산 덕분” 학교 측 옹호하기도

중앙대의 기업식 대학 구조조정이 논란이 되기 전까지 박 전 이사장에 대한 학생들의 태도는 상당히 우호적이었다. 두산의 재정적 지원으로 약학대학 건물 신축 및 중앙대 병원 확장, 중앙도서관 리모델링 등 시설이 다수 확충됐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두산이 학교 경영에 참여한 이후 중앙대는 교육부의 각종 특성화 사업에서 좋은 성과를 이뤘다. 사설 기관의 대학 평가 순위도 껑충 뛰었다.

이 때문인지 중앙대 온라인커뮤니티 ‘중앙인’에는 학교 측의 입장을 옹호하는 글들이 높은 추천수를 기록하기도 했다. 일부 학생들은 박 전 이사장의 복귀를 요구하는 연서명을 진행하기도 했다.


대학의 민주주의는 얼마에 살 수 있나요

대학의 인지도와 평가 지표는 눈에 띄게 좋아졌지만 그 과정에서 대학의 민주주의는 희생당했다. 대학은 엄연한 교육기관이기 때문에 그 교육의 철학을 논하는 데에 있어서는 학생과 교수가 중심이 돼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 하지만 중앙대는 학교의 발전이라는 가치를 앞세워 실질적인 소통 없이 일방적으로 개혁안을 추진해왔다. 

현재 중앙대는 법인이 총장에 대한 직접적인 임명권을 가지고 있다. 법인을 운영하는 이사회의 이사 12명 중 7명은 두산이 지목한 인물이어서 중앙대에서 두산이 행사하는 힘은 가히 압도적이다. 총장은 자연스레 이사회의 눈치를 보게 되고 결국 학교의 운영 방향은 이사회, 나아가 두산 법인의 입김에 휘둘릴 수밖에 없어진다.

두산의 영향력은 교내 언론에까지 미쳤다. 박 전 이사장의 사퇴 당시 공개된 이메일에 “중대신문의 논조는 학교를 대변해야 한다”라거나 “이 원칙에 반하는 방향으로 단 1회라도 발행하면 즉시 폐간하겠다”는 내용이 실린 것이다. 더불어 박 전 이사장은 대학 구조개혁과 관련해 편집의 형평성을 근거로 들어 전면 광고의 형태로라도 찬성 측 내용을 게재할 의사가 있다고 밝혔지만 실제로 중대신문에 관련된 광고가 실리지는 않았다. 지난 4일 발행된 중대신문에는 ‘신문에 대한 편집권은 학생기자에게 있으며 이 원칙에 반하는 신문이 만들어질 경우 우리 역시 폐간을 불사하겠다’는 취지의 사설이 실렸다.

한편 중앙대의 박 전 이사장이 자리에서 물러나고 후임으로 김철수 신임 이사장이 선출됐지만 김 이사장은 지난 2008년 세종대의 사학 비리가 불거졌을 당시 총장직을 맡았던 경력이 있어 학내에서는 벌써부터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교육부가 눈 감아주는 사립학교법 위반 문제

대기업이 대학을 인수 및 운영한 이래로 교수 및 학생과의 갈등이 이렇게까지 불거진 것은 처음이다. 하지만 경제적인 부분을 지원하는 법인과 이를 기반으로 운영되는 대학 간의 갈등은 두산의 중앙대 인수가 이뤄졌던 2008년부터 예견된 부분이기도 하다. 기업의 경영 논리만으로 대학을 운영하면 교육의 철학과 가치가 훼손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전문가들로부터 쏟아졌기 때문이다.

대학은 교육부로부터의 재정 지원이나 구조개혁평가 등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때문에 대학은 경제적인 안정과 혁신을 위해 좋은 ‘경영인’이 될 수 있는 법인을 찾게 되기도 한다. 그러나 관련 내용을 규정해야 하는 「사립학교법」은 학교의 인수 과정에서 오가는 금전적 문제 등에 대해 명확히 규정하지 않은 채 여전히 모호한 원칙만을 제시하고 있다.

2008년 두산의 중앙대 인수 당시 대학교육연구소는 “중앙대 두산 인수 과정은 사립학교법 망을 피해 편법행위를 자행하고, 사립학교법을 무력화한 사건”이라며 “이에 대한 심각한 검토 없이 중앙대 이사회를 승인한 교과부는 추후 일어날 사태에 대해서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논평한 바 있지만 7년이 지난 지금, 현재의 중앙대 사태를 책임지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피해는 고스란히 학생들의 몫이 됐다.

장한빛 기자 hanbitire@uo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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