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6일,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수원대 학생들에게 등록금을 반환해 피해를 배상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지난해 수원대 학생들은 학교가 등록금을 학생들에게 쓰지 않고 다른 곳에 사용했다는 것을 이유로 이사장과 총장을 상대로 소송을 낸 바 있다. 수원대는 이 판결에 항소한 상태로 이후 판결에 따라 학생들은 학교로부터 등록금 일부를 배상받게 된다. 이번 판결은 법원이 대학 운영을 문제삼아 학생에게 배상하게 한 첫 판결로, 사학비리와 등록금 문제를 둘러싼 이번 사건의 귀추가 주목된다.


적립금 쌓아뒀지만 교육투자는 인색해

수원대는 과거부터 횡령이나 인사문제 등 각종 비리 의혹이 끊임없이 제기된 학교다. 작년 교육부 국정감사 당시에도 수원대는 ‘뜨거운 감자’였다. 재판부는 교육부 감사결과를 근거로 수원대의 운영문제를 지적했다. 교육부 감사결과 수원대의 적립금 과다, 독단적 학교 운영, 학교 공금 유용 의혹 등이 사실로 드러났고 불법·비리가 33가지나 적발됐다. 이는 수원대가 부적절한 방식으로 재정을 운영해왔음을 보여준다.

이 중 적립금 문제는 학생들의 등록금과 직접적으로 연결된다. 적립금은 이월금, 정부지원금, 기부금, 법인 사업 수익금 등으로 구성되는데 보통 당해연도에 지출예산을 심의하고 다 쓰지 못할 경우 잔여금이 이월금으로 처리돼 적립금 형태로 쌓인다. 수원대의 적립이월금은 2014년 기준으로 4500억 원이며 이는 국내 대학 적립금 규모 중 4위에 해당하는 금액으로 매우 높은 수준이다.

하지만 수원대의 교육투자는 학생들의 기대나 예상에 현저히 미달됐다. 예산 편성을 보면 수원대의 교육비 지출수치인 등록금 대비 실험실습비는 0.88%, 학생지원비 비율은 평균 0.25%로 다른 대학 평균의 절반에도 못 미쳤다. 이외에도 수원대는 교육환경에 대해 인색한 투자를 해왔고 교육환경 하위 15%에 해당돼 정부재정지원제한대학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학생들은 이 자료를 근거로 그동안 납부해왔던 등록금이 엉뚱한 곳에 쓰였고 학교로부터 형편없는 교육환경을 제공 받아왔다고 주장했다. 학생 측 변호를 담당했던 하주희 변호사는 “수원대 사건은 고등교육기관이 투명성을 잃고 학생들의 신뢰까지 잃어 소송으로 귀결된 사례다. 대학의 운영에 대해 책임을 묻고 등록금 반환을 선고한 판결은 향후 사립대학교의 운영과 관련해 기준을 마련할 수 있는 매우 중요한 판결이 될 것”이라 밝혔다.

한편 수원대 측은 판결에 대해 반발하고 나섰다. 지표나 수치만으로 교육투자의 질을 판단하는 것은 논리적이지 못하다는 것이다. 수원대 측은 “이 판결은 대학의 장기발전계획 실현을 위한 노력을 지나치게 평가절하했다”며 판결에 대해 즉각 항소했다. 또한 “현재 시점에서 납득할 수 없는 판결로 인해 불필요한 유사소송이 확산될 우려가 있어 유감이다. 따라서 이 사안을 수원대만의 문제로 보지 않고 적극 대처해 나갈 것”이라 덧붙였다.

적립금 과다는 수원대만의 문제가 아니다. 수원대뿐 아니라 다른 사립대학들도 막대한 적립금을 보유하고 있다. 자연스레 수원대 등록금 반환 판결 이후, 적립금이 많지만 교육투자에 부실했던 여러 대학들에서 학생들의 소송이 잇따랐다. 청주대 학생회는 지난달 학교법인을 상대로 소송을 냈고 세명대 학생들도 소송을 제기하자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그런데 학생들의 이런 움직임만으로는 근본적으로 등록금을 감면시키기 어려워 보인다.  


적립금 문제 발생해도 처벌할 규정은 애매모호

정부는 「사립학교법」을 통해 사립대학의 과도한 적립금 축적을 막고자 한다. 일례로 사립학교법은 대학이 예산을 편성 집행함에 있어서 이월금을 최소화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수원대는 2010년부터 3년간 당해연도에 착공이 불가능한 건물의 신축공사예산을 3년 연속으로 편성하는 등 세출예산을 과대 편성하여 907억원을 이월금으로 처리했다.

이처럼 수원대가 사용목적 없이 적립금을 쌓아올 수 있었던 것은 적립금을 최소화하라는 규정은 있지만 구체적인 제한이나 마땅한 처벌 규정이 없었기 때문이다. 반값등록금운동본부 안진걸 공동집행위원장은 “사립학교 법상의 이월금 최소화 규정은 매우 추상적”이라며 “이월금이 발생하지 않도록 합리적인 규제를 통해 등록금이 대폭적으로 인하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라 덧붙였다.

또한 「사립학교법」 제32조 4항은 교육부 장관은 대학과 학교법인의 재정상태 등을 감안하여 적립금에 필요한 조치를 할 수 있고 무분별하게 운용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러나 이 조항도 모호하긴 마찬가지다. 대학 적립금 이월금의 구체적인 목적을 명시하라는 명확한 규정이 없어 적립금과 관련한 의혹이 제기되더라도 적립금 운영 문제에 대해 어떠한 제재도 가할 수 없다.

적립금 운영이 재단의 몫이다 보니 ‘등록금 심의 위원회’ 같은 기구가 있더라도 학생들은 자료를 제공받을 권리가 없어 대학운영에 실질적인 참여를 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대학교육연구소의 임희성 연구원은 “최근 등록금 동결로 인해 교육여건에 대한 투자가 위축될 수밖에 없다. 어려움을 호소하던 사립대학이 여전히 한편으론 이월적립금을 쌓고 있는 현실을 분명히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문제 알고도 넘긴 교육부 처분강화 필요해

그동안 실효성이 없었던 교육부의 조치에 개선이 필요하다는 점을 시사한다는 점에서 수원대 소송판결은 이례적이다. 교육부에서 실시한 감사에서 수원대의 비리가 무더기로 적발됐음에도 불구하고 교육부의 조치는 허술했다. 형사처벌까지 받을 수 있는 사건도 대부분 경고나 통보차원으로 끝났고 어떠한 처분도 이뤄지지 않은 채 현재까지 보류되고 있는 사항도 있다. 교육부의 감사가 실질적인 효력이 없다보니 법원의 판결을 통해서야 등록금을 교육, 실습에 사용하지 않은 행위를 불법이라 인정했고, 비로소 총장과 이사장 학교 법인 모두가 책임을 지게 된 것이다.

교육부가 대학비리행위에 대한 조치를 제대로 하지 않자 결국 대학의 책임을 묻기 위해 학생들이 나섰다. 안진걸 위원장은 “학생들이 직접 소송을 하지 않았더라면 대학 측에 책임을 묻지 못하고 결국 학생들의 피해에 대해서는 어떤 구제도 받지 못했을 것”이라 말했다. 또한 임희성 연구원은 “수원대 소송사건을 보면 교육부의 조치에 실효성이 있는지 의문이 든다. 이번 판결을 계기로 교육부는 무분별하게 등록금을 운용하고 있는 실태를 점검하고 미비점을 개선하는 등 처분을 강화해야 할 것”이라 말했다.

박미진 기자 mijin3490@uo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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