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계획의 역사 도시의 민낯

한강을 생각하면 떠오르는 것은? 대다수 사람들은 이 질문을 받으면 ‘치맥(치킨과 맥주)’을 떠올릴 것이다. 이 때문인지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 ‘한강’을 검색하면 ‘한강 치맥’, ‘한강 데이트’, ‘한강 놀거리’가 연관 검색어로 따라붙는다. 이렇듯 한강이 문화적 휴양지로 각광받고 있는 반면 한강의 역사 속의 이미지는 차츰 사라지고 있다. 급속한 경제성장은 역사 속 한강의 이미지 소실에 한 몫을 하고 있다.

 
한강과 그 주변은 아파트 벽과 도로로 차단돼있고 한강 유역에 있는 소규모 역사문화자원들의 보존도 잘 이뤄지고 있지 않다. 잠원 나루터에 위치한 잠실 뽕나무밭 터는 과거에 누에치기를 장려하고 재료를 구하기 위해 큰 규모의 뽕나무밭이 형성돼있던 곳이었다. 하지만 잠실 뽕나무밭은 도시개발의 풍랑 속에 대부분이 사라지고 현재 서울시 기념물로 뽕나무 한 그루만이 그 자리에 남아있다.

중랑천과 한강이 만나는 곳에 위치한 살곶이다리도 소외된 역사문화자원의 한 사례다. 살곶이다리는 세종 때 만들기 시작해 중종 때인 1483년에 완공된 우리나라에서 가장 긴 돌다리다. 하지만 살곶이다리 또한 대부분이 유실되고 일부분만이 보존되어 있는 상태다. 2009년 복원이 이루어졌지만 복원 이후에도 주변 경관과 어우러지지 못하고 덩그러니 다리만 남아있는 상태다. 과거 조선의 수도와 한반도 남동부를 잇는 주요 구실을 하던 살곶이다리의 역사적 가치가 제대로 보존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렇다면 역사 속 한강의 이미지란 무엇이었을까? 서울시사편찬위원회 김웅호 전임연구원의 말에 따르면 과거 한강은 경제와 교통의 중심지였을 뿐 아니라 국가 행사가 거행되고 유흥 및 여가가 향유되는 공간이었다고 한다. 한강 상류는 한반도 내륙지방과 이어지고 하류는 서해와 이어지고 있어 자연스럽게 전국을 연결하는 수상교통이 발달할 수 있었다. 이로 인해 화폐를 비롯한 지역의 물화가 한강을 통해 드나들게 되었고 자연스레 한강을 따라 경제와 교통이 발달했다.

이뿐 아니라 한강에는 오랜 시간 퇴적물이 쌓여 형성된 넓은 백사장이 있어 군사 훈련을 진행하기에 용이한 장소였고 전쟁에 나가는 군사들의 출정식도 행해지는 국가 행사의 거행지이기도 했다. 특히 한강변은 자연 경관이 수려해 망원정, 압구정, 화양정 등 다양한 정자가 만들어졌다. 이곳에서 많은 문인들을 비롯한 예술가들이 모여 시를 읊고 그림을 그리는 풍류의 장소가 형성됐다.

과거에 이렇게 다양한 이미지를 내포하고 있었던 한강은 오늘날에는 단순히 관광과 휴식 공간으로서의 이미지만을 가지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한강은 ‘치맥을 즐기는 공간’에 국한되지 않고 역사경관을 간직하고 있는 더 풍부한 공간으로 확장될 수 있다. 특히 잠실 뽕나무밭터와 살곶이다리의 사례처럼 역사경관은 단순히 복원의 단계에 그치면 안된다.

 
이를 지속적으로 관리하고 그 의의를 전달해야 그 이상의 성과를 거둘 수 있다. ‘2030 서울도시기본계획안’의 핵심 이슈인 ‘역사가 살아있는 즐거운 문화도시’에서도 역사경관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서울의 이 계획은 역사적 특성이 드러나는 도시공간구조를 형성하고 실행력 있게 역사보전을 추진함으로서 생활 속에 살아 숨 쉬는 도시역사를 구현하고자 하는 것을 기본 골조로 삼고있다.

역사 경관을 보존해 한강의 교육적, 문화적 이미지를 만들 수 있다면 미래에는 단순 휴양지를 넘어선, 더 다채로운 한강의 모습을 기대해볼 수 있지 않을까?

박소은 수습기자 thdms0108@uo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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