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성북구에 위치한 대학에 다니는 학생 A(21)씨는 하루에 네 시간씩 인천에 있는 집에서 학교까지 통학한다. 일주일 중 하루를 통학시간으로 보내는 셈이다. A씨는 “자취를 하고 싶지만 학교 주변 자취방의 월세가 너무 비싸 부모님께 말씀드리기가 어렵다”고 털어놨다. 그나마 통학이 가능한 A씨는 나은 편일지 모른다. 지방에서 올라온 수많은 학생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비싼 월세를 지불하며 자취를 선택할 수밖에 없다.


등록금에 월세까지

대통령 직속 청년위원회는 지난 1월 발표한 ‘대학생 원룸 실태조사 보고서’에서 수도권 대학생의 평균 월세를 42만원, 보증금을 1418만원으로 발표했다. 대학생의 70.3%가 최저주거기준인 14m²(4평) 이하의 원룸에 살고 있다는 사실을 고려하면 평당 10만원의 월세를 내고 있는 셈이다. 여기에 관리비 5만7710원을 포함하면 매달 주거비로만 48만원 가량을 쓰게 된다. 1년 동안 자취를 한다면 600만원을 월세로 지불해야 한다. 작년의 평균 대학등록금인 666만원과 비슷할 정도다. 여기에 매달 생활비도 더해진다. 등록금만으로도 허덕이는 대학생들에게 월세라는 짐이 하나 더 얹어진 것이다.

그렇다고 기숙사에 들어가자니 그것 역시 쉽지 않다. 서울권 대학의 평균 전체 학생수 대비 기숙사 수용률이 13.9%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기숙사 수용인원은 적고 기숙사에 들어가기를 원하는 학생은 많다 보니 대학들은 기숙사 선발과정에서 거리점수와 학점을 반영한다. 이 과정에서 A씨처럼 사실상 통학이 어려운 거리지만 수도권이라는 이유로 기숙사 선발에서 제외되는 경우가 생기기도 한다.

기숙사에 들어가지 못한 학생들은 지자체나 장학재단의 지원으로 만들어진 학사나 공공기숙사 등 주거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다른 방법을 찾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방법으로 주거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학생은 소수에 불과하다.


정말 환경이 걱정인가요

기숙사 수용률 부족을 해결하고자 고려대와 경희대를 비롯한 여러 대학들이 기숙사 신축계획을 내놨다. 하지만 이 계획들은 주민들의 반대에 가로막혀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다.

주민들이 기숙사 신축을 반대하는 이유는 학생들과 대학의 대응에 따라 계속해서 달라졌다. 처음에는 기숙사를 신축하면 주변 원룸의 공실률이 늘어나 임대업을 하는 주민들의 생계가 위협받는다는 주장을 펼쳤다. 이러한 주장은 해당 대학의 학생들 뿐 아니라 대학사회 전체에게 그동안 주민들이 과도하게 비싼 월세를 받아왔다며 비판받았다.

그러자 반대의 근거는 환경문제로 옮겨갔다. 고려대가 개운산 부지에 기숙사를 지으려 하자 지역주민들은 ‘개운산이 파괴되고 주민들은 휴식처를 빼앗긴다’는 근거를 들어 반대했다. 이에 고려대가 개운산의 산림보존 사업을 비롯해 산책길을 정비하고 체육공간을 마련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민들은 반대를 이어가고 있다. 이화여대 또한 비슷한 상황이다. 기숙사 신축 부지인 북아현숲의 환경파괴를 이유로 내세워 주민들이 기숙사 신축을 완강히 반대하고 있다.

주민들의 반대에 대해 학생들은 부정적인 시선을 보내고 있다. 고려대에 재학 중인 B(23)씨는 “주민들이 환경문제로 기숙사 신축을 반대한다고 하지만 실제로는 자신의 이익을 지키기 위해서가 아니냐”며 불만을 드러냈다.


눈치 보기 바쁜 지자체

기숙사를 둘러싼 주민들과 학교의 갈등을 바라보는 지자체는 문제 해결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기숙사 신축은 지자체에서 허가를 받아야 이뤄질 수 있다. 하지만 각 대학 인근 지역의 지자체들은 주민들의 반대민원이 많다는 이유로 신축허가를 내주지 않고 있다. 갈등을 해결하기 위한 뚜렷한 대책도 찾아보기 어렵다.

이처럼 지자체가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는 이유는 지역주민들의 표를 무시할 수 없기 때문으로 보인다. 만 명이 넘는 주민들이 반대서명을 했을 뿐 아니라 ‘성북구청장은 민심이 천심임을 명심하라’는 문구의 현수막까지 게시되는 상황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각 대학은 신축허가를 위해 여러 방법으로 지자체와 줄다리기를 하는 중이다. 고려대는 주소이전 운동을 통해 성북구에서 투표권을 얻어 학생들의 의견을 정책에 반영시키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홍익대는 마포구청에 행정소송을 내 항소심에서 승소했고 경희대는 학생들이 동대문구청 앞에서 시위를 벌이는 등의 치열한 대응 끝에 신축 허가를 받았다.

서울에 있는 대학생 중 16만 명이 타 지역 출신이다. 서울지역 대학의 기숙사 수용인원은 5만명이 채 되지 않는다. 기숙사에 들어가지 못한 수많은 대학생들은 오늘도 집을 찾아 학교주변 전봇대의 광고지를 뒤적이고 있다.

윤진호 기자 jhyoon2007@uos.ac.kr
 

저작권자 © 서울시립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