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것은 제가 분명히 알겠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세월호 유가족과 함께한 자리에서 진상규명의 필요성을 분명히 알겠다고 했는데 1년이 지난 지금도 달라진 건 없다. 대통령은 여전히 모호한 화법으로 논쟁을 피해가고 교묘하게 본인의 책임이 아닌 양 문제의 원인을 지적한다. 이번 메르스 바이러스를 두고도 ‘역시나’ 그랬다.

정부는 메르스 바이러스 초기대응에 완전히 실패했다. 자고 일어나기가 무섭게 환자가 늘어났고 온갖 괴담이 떠돌았다. 하지만 아무도 책임지거나 사과하지 않았다. 대통령은 “정부가 지금이라도 빠르게 대응해주길 바란다”며 보건복지부를 질타하기까지 했다. 누가 누구를 탓하는가. 지금 이 사태를 책임지고 해결해 나가야 할 사람이 누구냐는 질문에 아직까지는 대통령이 가장 먼저 떠오른다.

어떤 사태를 분명히 알고 있다고 해서 그 사태가 자연스레 해결되진 않는다. 대통령이 현장에 나가 지시를 하고 직접 나서 해결책을 강구해야 한다. 수첩만 봐서는 달라지는 게 없다. 문제가 무엇인지를 알기 위해서도, 그 해결을 위한 최소한의 소통을 위해서도 지금은 수첩을 덮을 때다. 수첩이 아닌 국민들의 눈을 마주 바라봐야 한다. 본인이 하려고 했던 말이 아닌 묻는 질문에 대한 대답을 해야 한다.

대통령은 군림하고 명령하는 자리가 아니다. 정부의 수장으로서 책임을 지는 자리이자 그 책임을 다하지 못했을 때에 사과도 할 줄 알아야 하는 자리다. 어떠한 사태가 벌어졌을 때 유언비어를 퍼뜨리는 국민들을 처벌하기 전에 그 유언비어가 퍼지지 않도록 국민들을 안심시킬 줄 알아야 하는 자리다. 그 답은 수첩이 아니라 민심에서 찾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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