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임의 변

▲ 제56대 편집국장 장한빛
퇴임을 앞두고 지난 신문들을 다시 펼쳐보니 어딘가 부끄러운 마음을 지울 수 없습니다. 사소한 맞춤법 실수부터 왜 더 잘 쓰지 못 했을까 질책하게 되는 기사들까지. 여기저기 서툰 흔적이 역력합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그런 흠들을 이제라도 볼 수 있게 된 것이 다행이라 생각합니다. 과거의 모습에 조금 민망하고 쑥스러울 수 있다는 것은 그만큼 제가 발전했다는 방증이 되기도 할테니까요.

편지도 잘 주고받지 않는 요즘에 누군가를 글로, 그것도 꽤나 공들인 글로 만나본다는 것은 제법 낭만적인 일입니다. 이 글을 읽을 누군가를 생각하며 계속해 고쳐나가고 다듬은 글이라면 더더욱 그렇습니다. 그 노력의 시간이 온전히 독자들에게 전해지기에는 여전히 부족한 점이 있다고 생각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누군가가 저를 기사로 만나고 기억해주는 것에는 많은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편집국장으로 지낸 지난 1년을 돌이켜보니 자주 부족했고, 때때로 지나쳤으며, 다행히도 가끔은 적당했던 것 같습니다. 이제야 조금 알 것 같은데 편집자로서 쥐던 빨간 펜을 내려놓자니 홀가분한 마음보다는 아쉬움이 앞섭니다. 기자이자 편집국장으로 14번의 신문을 만드는 동안 제가 쏟은 노력과 고민의 시간에 괜한 미련과 부끄러움이 남습니다.  

저는 여전히 글이, 신문에 실리는 기사만이 가지는 힘이 있다고 믿습니다. 역사를 기록한다는 거창한 명분을 들지 않더라도 기자가 하는 이야기는 그 자체로 고민과 질문으로서의 무게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기자들이 던지는 질문이 보다 힘을 얻을 수 있도록 앞으로도 서울시립대신문을 지켜봐주시길 바랍니다.

서울시립대신문사 제56대 편집국장 장 한 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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