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이상한 거야?” 우리는 일상적인 대화에서 종종 이런 질문을 던지곤 한다. 다른 거냐고 묻는 대신 이상한 거냐 묻는다. 예상했던대로 “아니”라는 대답이 나오면 상대방에게 평범하다고 ‘인정’받은 기분에 마음이 놓인다. 남들과 다르면 혹여나 비난의 대상이 될까, 따돌림 당하지 않을까 늘 노심초사다. 다름은 틀림이 되고 이상함이 되는 사회에서 각자의 개성은 계속해 무뎌진다.

용기만 있으면 남들과 다르게 살 수 있을 줄 알았는데 그걸 이해해주는 사람도 있어야 했다. 그 다름을 멋지다고, 아름답다고 해줄 가족이나 친구같은 누군가 말이다.

<판타스틱 Mr.폭스>의 주인공 애쉬(Ash)는 이름처럼 ‘잿빛’의 존재다. 회색빛의 털만큼이나 정체성 역시 흐릿하다. 그는 사촌인 크리스토퍼슨에 대한 질투와 사춘기의 반항심으로 똘똘 뭉쳐있지만 남들과 달라지는 건 두려워 한다. 그저 보통보다 조금 더 나은, 남들보다 조금만 뛰어난 존재이고 싶어한다. 그런 점에서 애쉬가 크리스토퍼슨에게 느끼는 질투는 단순히 그가 가진 능력이나 인기에 대한 열등감 때문만은 아니다. 그에 대한 질투는 오히려 특이함과 다름에 대한 거부감에 기인한다.

▲ 메이킹 필름 중 미스터 폭스가 애쉬를 위로하는 장면

한편 배우 조지 클루니의 더빙으로 화제가 되기도 했던 애쉬의 아버지 미스터 폭스는 목소리뿐만 아니라 삶의 태도 마저 멋진 여우다. 뛰어난 운동신경과 남다른 유머감각, 길게 늘어뜨린 꼬리는 그의 이름 앞에 판타스틱이라는 수식어를 붙여줬다. 하지만 그가 정말 멋진 이유는 다름을 존중하는 삶의 태도에 있다. 그는 여러 동물이 모여있는 자리에서 “우리 사이의 아름다운 차이”가 자신의 조카를 살리는 희망이 됐다고 말한다. 자신의 능력만 내세우지도 않고, 누군가의 다름을 탓하지도 않는다.

그런 점에서 <판타스틱 Mr.폭스>는 말 그대로 ‘판타스틱’한 어떤 여우의 이야기이자, 남들과 다른 나의 모습, 나와 다른 누군가의 모습을 사랑하게 만드는 근사한 성장영화다. 이 영화가 좋은 평가를 받는 것에는 유명 배우들로 이뤄진 성우진, 많은 노력을 들여 완성한 스톱모션, 뛰어난 원작 등의 이유도 있지만 무엇보다 “내가 남들과 그렇게 다른 건 아니죠?”라는 애쉬의 질문에 “우리는 모두 달라. 다르다는 건 멋진 일이야”라고 답해주는 가족의 모습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틀렸다’는 말 대신 ‘아름답다’고 응원해줄 수 있는 가족이 있다는 점에서 애쉬는 타고난 능력을 가진 그 어떤 동물보다 찬란하고 축복받은 존재다. 아빠인 미스터 폭스가 그랬듯 애쉬 역시 시간이 지나 ‘판타스틱’, 혹은 그보다 더 멋진 수식어를 달게 될 거라 믿게 되고 응원하게 되는 것은 그 이유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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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한빛 기자 hanbitive@uo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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