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정멜로, 파격멜로… 유독 이와 같은 수식어구가 자주 보이는 영화 장르가 있다. 바로 성인 사극영화들이다. 최근 개봉한 <간신>부터 <방자전>, <스캔들-조선남녀상열지사>까지. 이 영화들처럼 ‘19금’ 장르와 ‘사극’이란 장르를 결합한 영화들은 극장가에 꾸준히 찾아볼 수 있다. 어째서 19금 장르가 사극 영화와 꾸준히 결합하게 됐을까.


성인영화를 담는 ‘사극’이란 그릇

장한빛 기자(이하 장): 청소년관람불가 영화들은 흥행하기 어려운 것이 한국 영화 시장의 현실이다. 그 중에서도 성적인 내용을 전면에 내세운 일명 ‘19금’ 영화들의 흥행은 정말 힘든 편이다. 일반적으로 성인영화는 관객 수 100만을 넘기기도 힘들다. 하지만 최근 개봉한 영화 <간신>은 청소년관람불가인데도 불구하고 6월 1주차 한국영화 박스오피스 1위를 기록하며, 약 100만 관객을 돌파했다. 그 밖에도 <쌍화점>은 관객 수 약 370만, <스캔들-조선남녀상열지사>는 관객 수 약 350만을 기록했다. 성인영화가 사극이란 장르와 결합되는 것이 흥행에 큰 영향을 끼친다고 볼 수 있을 것 같다.

김태현 기자(이하 김): 아마 그런 흥행은 사극 영화의 특성이 적잖이 영향을 끼쳤을 것 같다. 분명 성인영화는 다른 여타의 영화보다 자극적이고 원초적인 영상을 통해 비교우위를 갖게 된다. 사극이란 장르는 이런 비교우위에 사극만의 시각적 효과를 더해준다. 한복 같이 현대극에 비해 훨씬 화려한 의상들, 사극영화 특유의 몽롱하고 은은한 조명들 같이. 이런 요소들이 영상미를 올려주지 않을까.


정절, 독일까 약일까

장: 사극 성인영화에서 공통적으로 드러나는 특징이 있다. 바로 ‘정절’이란 가치가 이야기의 주된 서사로 작용한다는 점이다. 높은 작품성과 대중적인 배우진으로 흥행한 <스캔들-조선남녀상열지사>가 대표적인 작품이다. 정절을 지키려는 과부와 그녀를 유혹하는 선비가 극을 이끄는데 이 과정에서 사회적 제약, 금기를 깨뜨리며 자연스럽게 서사를 풀어나간다. 마치 아침드라마에서 시어머니가 으레 결혼을 반대하여 갈등을 조장키는 것처럼 말이다. 금기를 깨는 그런 은밀한 모습이 일반적인 성인영화에서 볼 수 없는 긴장감을 더해준다.

김: 맞다. 그런데 그 정절이란 가치는 과부 같이 정절을 강요받는 여성뿐만 아니라 성적으로 자유로운 기생에게도 나타난다. ‘황진이’ 같은 캐릭터를 생각하면 이해하기 쉬울 것 같다. 몸은 주지만 마음만은 안 주는, 그런 캐릭터 말이다. 대개 그런 캐릭터들은 어딘가 속을 알 수 없고 이중적이다. 항상 베일에 쌓여있다. 사실 기생에 대한 일종의 남성판타지인 것이다. 문제는 여러 사극영화에서 그런 남성판타지적인 캐릭터들을 설득력 없이 남발한다는 점에 있다. 분명 서사의 중심에 있는 인물인데 행동이 전혀 이해가 안가는 바람에 극의 긴장감을 떨어뜨린다.

장: 기생에게 정절이란 가치를 억지로 주입해서 생기는 문제다. 시대극이라는 특성상 정절이라는 가치를 통해 영화를 풀어나가는 경우가 많다. <스캔들-조선남녀상열지사>처럼 좋은 경우도 있지만, 여성 캐릭터를 수동적이고 평면적으로 만들 위험도 있다. 사극 영화이기 때문에 으레 등장하는 요소라고 쉽게 생각해서는 안 되는 것이다.


성인 사극영화 이제는 ‘개성’이 필요할 때

장: 성인 사극영화들은 이제 나올 만큼 나온 것 같다. 사실 더 이상 나오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도 있다. 이야기들도 다 비슷비슷하고, 결국 파격적인 영상이 전부인 불쏘시개 같은 영화가 돼버리는 것이다. 그럼에도 비슷비슷한 성인 사극영화들이 매년 우후죽순으로 쏟아지는 것은 성인영화의 낮은 손익분기점 때문이다. 성인영화의 특성상 제작시 그리 많은 자본이 투입될 필요도 없다. 게다가 최근에는 IPTV 같이 부가판권 시장에서 꾸준한 수익을 올릴 수 있다. 예전의 영화시장처럼 한 번 상영하고 끝나는 구조가 아닌 것이다. 성인 영화의 경우 IPTV 시장에서 강세를 보이고 있다. 덕분에 극장에서도, IPTV에서도 적어도 중간 이상은 가는 성인 사극영화가 제작되는 것이다.

김: 최근 성인 사극영화들이 개성을 잃어간다는 점에 동의한다. 그래도 한 장르의 이야기가 나올 만큼 나왔다고 말할 수는 없을 것 같다. 분명 성인 사극영화의 장르만이 표현할 수 있는 주제의식과 이야기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개인적으로 성인 사극영화가 자극적인 노출 신을 위한 불쏘시개 같은 장르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본인만의 개성을 찾는다면 좋겠다. 가령 영화 <음란서생>은 그 영화만의 확실한 색깔을 가진 성인 사극영화의 대표라고 할 수 있다. 한량한 선비가 야설을 통해 삶에 의욕을 갖게 된다는 우스꽝스러운 이야기다. 영화는 선정적인 장면을 통해 풍자와 해학을 그려낸다. 그런 독특한 매력이 가진 성인 사극영화가 불쏘시개가 아닌 ‘영화’로서 사랑받을 수 있지 않을까.

정리_ 김태현 기자 taehyeon119@uo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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