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출족들이 한 차선을 통해 주행하고 있는 모습
직장인들의 첫 외출이자 하루일과의 시작은 출근길이다. 출근길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이미지는 바쁜 사람들을 뱉어내는 지하철일 것이다. 차로 가득한 도로와 사람들에 치이는 출근길은 직장인뿐 아니라 운전기사나 학생들의 몸과 마음을 한층 더 무겁게 만든다. 그런데 출근길 도로 한편에 상쾌한 공기를 마시며 힘차게 페달을 밟는 사람들이 있다.

아침부터 운동을 하는 선수나 취미를 즐기는 사람으로 보일 수도 있겠지만 사실 이들도 일터로 향하는 수많은 직장인들 중 한 명이다.


출근길에 등장한 자전거

자전거를 이용하는 사람이 눈에 띄게 늘고 있다. 최근 전국적으로 자전거 전용도로가 조성되고 또 친환경 도심형 레저 스포츠로 자전거가 주목을 받게 되면서 자전거를 찾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자전거 이용을 활성화시키려는 정부의 지원도 이에 기여했다. 평상시 자전거를 취미로 타는 사람이 많아지면서 자연스레 자전거 출근을 하는 사람들도 생겨나는 추세다. 평일 아침 출근시간 무렵 직장가 인근 도로에 나가보면 아침부터 운동을 하러 나온 사람들 사이에서 자전거를 탄 사람을 만날 수 있다. 이들 중에는 교복을 입은 학생, 헬멧을 쓰고 아침 운동을 하러 나온 사람 등 다양한 연령대의 운전자들이 있다.

하지만 이들 중 주목해야하는 사람들이 있다. 자전거를 이용해 출근을 하는 직장인들이 그들이다. 최근 자전거 출근을 시작한 박(41) 씨는 매일 아침 미니벨로를 타고 이문동부터 혜화동까지 출근하고 있다고 한다. 박홍석 씨는 “출퇴근길을 더하면 총 20km 거리를 자전거로 이동하고 있다”며 “출퇴근 시간에 길에 버려지는 시간들이 너무 아까워 그 시간에 운동을 할 겸해서 자전거 출근을 시작하게 됐다”고 자전거 출근을 결심하게 된 계기를 설명했다.


부담도 스트레스도 해결하는 자전거 출근의 매력 

자전거 출근을 하는 또 다른 직장인 박종훈(30) 씨는 “평소 운동 삼아 자전거를 탔다. 출퇴근 시간에 차가 많이 막혀 오히려 자전거로 출근하는 것이 더 빨라 자전거 출근을 시작하게 됐다”고 말했다. 자동차를 구입하고 유지하는데 부담을 느끼는 사회 초년생들을 대상으로 자전거로 출근하는 사람들(이하 자출족)이 많아지고 있다. 자출족들이 많아지면서 이들은 자발적으로 모여 카페를 개설하고 같은 코스를 주행하는 사람들을 만나 함께 출근하기 시작했다. 이 카페는 자전거에 열광하는 마니아뿐 아니라 취미로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까지 자전거를 이용하는 다양한 사람들에게 호응을 얻고 있다.

자전거 출근의 매력 중 하나는 자전거 장비 외에 부가적으로 교통비를 지불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기름값, 교통비 등을 고려한다면 자전거 출근이 ‘경제적’이라고 평가받을 수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자출족들은 자전거 출근의 매력으로 운동할 시간을 마련할 수 있다는 점을 꼽는다. 그들은 아침 일찍 일어나 떠오르는 햇살을 맞으며 페달을 밟고 있으면 직장생활에서 받은 스트레스까지 날려버릴 수 있다고 말한다. 


▲ 자전거 도로에서 출근하고 있는 직장인의 모습
아직은 아쉬운 자전거 출근 기반

그러나 자전거를 타면서 도로를 주행하다 보면 위험한 순간이 생길 수도 있다. 인도로 달리자니 보행자들이 몰려있어 이마저도 쉽지 않다. 따라서 출근길 코스는 자전거 전용 도로가 아니라 차도일 수밖에 없다. 자전거 주행은 차량주행과 달라 운전자의 눈에 쉽게 띄지 않을 수 있기 때문에 안전사고의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서울시에서는 이런 위험을 방지하고 안전을 보장하기 위해 ‘자전거 버스제도’를 도입했다. 버스제도는 같은 코스를 주행하는 자출족들이 10~15명 무리를 지어 보도 옆 한 차로를 통해 주행하는 제도다. 서울시에서 자전거 출근 노선을 정하면 참가자들이 시간대별로 합류할 수 있게 해 시내에 있는 직장까지 차도를 확보할 수 있다. 이처럼 무리지어 자전거 출근을 하게 되면 운전자들의 눈에 뛰어 사고를 방지할 수 있고 응급상황에서 서로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외에도 자출족들은 더 안전한 방식으로 자전거 출근을 하기 위해 여러 제도들을 개발하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 장거리를 주행하다가 지쳐 낙오되는 주행자들을 위해 다른 자전거와 연결해 끌어주는 자전거 ‘택시 제도’를 운영하기도 한다. 이처럼 자출족들은 다른 무엇보다 안전을 강조한다. 헬멧착용을 기본으로 자전거를 수시로 점검하는 등 잠재된 위험을 경계하기 위해 애쓴다. 박종훈 씨는 “자전거 출근을 위험한 여정이라고만 여기지 않았으면 한다. 사고에 대한 대비는 기본임을 알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자전거 출근에 성공했다 하더라도 자전거를 맡길 곳도 쉽게 찾을 수 없다. 어느 건물에나 주차장이 있기 마련이지만 근무시간 동안 자전거를 안전하게 보관할 장소는 찾기 힘들다. 근처에 자전거 주차 구역이 있더라도 도난의 위험이 있다. 바퀴만 고정된 채 사라져 버린다거나 자전거 부품이 사라지는 일도 허다하다.

박종훈 씨는 “우리나라가 아직까지 자전거도로나 기타 여러가지 면에서 인프라가 갖추어져 있지 않은 점이 자전거 출근에 대한 의욕을 꺾는다”며 “차량운전자들이 자전거운전자들에 대한 배려가 부족한 점도 지적하고 싶다”고 말한다. 

과거에 비해 자전거 출근을 하는 직장인들이 눈에 띄게 늘어났다. 직장인 10명 중 3명은 자전거 출근을 해본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환경보전, 에너지 절감에 효과가 있기 때문에 국가에서도 자전거 출근을 장려하고 있다. 하지만 자전거 출근이 현실적으로 쉽지만은 않다. 아직 자전거 출근에 적합한 환경이 마련돼 있지는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찌됐건 자출족들은 점점 늘어나고 있다. 출근시간 빽빽한 도로 속에서 차량 핸들을 잡는 것과 페달을 밟아 목적지까지 이동하는 것은 분명 크게 다르다. 자출족들은 자전거 출근 이후 출근길에 대해 만족스러운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대중 교통에서 사람들 사이에 끼어가는 출근길이 막막하다면 아침 일찍 따뜻한 햇살을 받으며 페달을 밟아보는 것은 어떨지. 

박미진 기자 mijin3490@uo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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