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CE<학부교육 선도대학 육성사업>로 거듭날 수 있을까

 ‘명문대’를 만드는 것은 무엇일까. 사회적 인지도, 높은 연구실적, 안정적인 취업률. 대학을 평가할 수 있는 잣대는 많겠지만 그 중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보다도 ‘교육의 질’일 것이다. 하지만 이 교육의 질을 객관적으로 평가하는 일이란 쉽지 않다. 이에 2010년 교육부는 교육기관 본연의 기능에 충실한 대학을 선정 및 지원하고자 ACE(Advancement of College Education) 사업을 시작했다. ACE 선정 여부만으로 교육의 질이 좋거나 나쁘다고 단언할 수는 없지만 지원 금액의 규모나 그 상징적 의미 때문에 우리대학을 포함한 많은 대학들이 ACE 사업에 주력하고 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우리대학은 이 ACE 사업에 선정되기 위한 계획서를 제출했다. 우리대학은 ‘잘 가르치는 대학’으로 거듭나기 위해 경쟁력 있는 교육여건 마련과 사회공헌에 힘쓰고 있다. 과연 우리대학은 ACE 사업을 통해 학부교육의 ‘에이스’로 거듭날 수 있을까. -편집자주-

우리대학이 2015년 교육부의 ‘학부교육 선도대학 육성사업(이하 ACE 사업)’에 대한 사업계획서를 제출했다. 이번 계획서에는 ‘2S형 인재’를 육성하기 위해 필요한 학부 교육 개편 사항 등이 서술됐다. ‘2S형 인재’란 전문성(specialty)과 나눔(sharing) 모두에 뛰어난 인재를 칭하는 개념으로 최근 사회적으로 융합형 인재가 대두되는 것과 맞닿아 있다. 이에 우리대학은 전공, 교양, 비교과 세 부문에 대한 장기적인 계획을 수립하고 도시과학 특성화 등을 통해 인재를 육성하는 교육의 산실로 거듭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융합형 신설학위 수여로 통섭형 인재 육성

ACE 사업 계획서에서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융합형 신설학위 복수전공 과정(이하 융합전공)’이다. 최근 들어 교육부가 계속해 과목 간 통섭 및 융합 교육을 강조함에 따라 전공에 대한 깊이 있는 전문지식뿐만 아니라 실용적이고 복합적인 지식을 가르치겠다는 것이다.

기존의 복수전공이 두 전공 각각 학위를 인정해주는 것과 달리 융합전공은 입학전공 학위 하나와 가상학과의 형태로 마련되는 융합학위 하나를 부여한다. 대표적인 예가 경영학부와 컴퓨터과학부의 경영-디지털공학 과정이다. 이 과정을 이수하면 경영학, 컴퓨터과학 각각의 학위 대신 경영학위와 ‘경영-디지털공학 학위’를 받게 된다.

융합전공은 학부·과의 의견을 반영하여 계획되며 5년에 한 번씩 재정비된다. 교육과정에는 학부·과가 제출한 계획안에 따라 문·이과 기초소양을 다루는 ‘통섭기초교과’, 기존 전공 과목에서 특정 수업을 골라 편성하는 ‘통섭전공교과목’, 융합전공을 위해 새롭게 마련되는 ‘공통교과목’이 포함된다. 이는 교육부가 계속해서 강조해 온 ‘산업과 연계되는 교육’을 일정 부분 실천하는 동시에 학부·과가 그 방향을 주체적으로 제고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을 것으로 기대된다. 앞서 있었던 ACE 사업 선정에서 일부 대학들은 산업과 연계하기 힘든 학과들에 대해 “자체 평가를 통해 학과 인원 조정 및 통폐합시키겠다”고 주장해 논란이 일었다. 이와 달리 우리대학은 교육부의 요구에 부응함과 동시에 전공의 정체성을 함께 고려하기 위해 학부·과 구성원의 의견을 수렴하겠다는 방침이다.


2017년도 융합전공 입학전형 혼란 피할 수 있을까

융합전공은 구체적인 내용을 정비한 뒤 내년도부터 재학생들을 대상으로 시범 운영될 예정이다. 이후 2017학년도부터는 신입생 선발 전형에도 적용된다. 한문섭 교무처장은 “융합전공을 이수할 학생들을 입학사정관 전형으로 선발해 1학년 때부터 짜여진 교과과정에 따라 수업을 들을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 경우 학생들이 자율적으로 학업계획을 세울 수 없다는 점에서 입학사정관 전형의 본래 취지를 실천할 수 있을 지는 의문이다. 학생들이 자유롭게 전공을 선택할 수 있었던 기존의 복수전공과 달리 융합전공은 학과가 마련한 몇 가지 선택지 중 하나를 골라 이수하게 되기 때문이다.

또한 융합전공 이수 학생들을 입학사정관 전형 내 별도의 모집단위로 선발할 경우 수험생들의 혼란 역시 피할 수 없을 듯하다. 지난 2013년 교육부는 대입전형 간소화 정책을 펼치며 입학전형의 명료함을 강조해왔다. 이러한 정책기조에 따라 2017년도 입학전형 발표에 앞서 ‘융합전공’이라는 개념을 수험생들에게 어떻게 설득시키고, 나아가 무엇을 기준으로 선발할 지에 대한 충분한 논의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교양 교과과정 개편 분류와 융복합이 핵심

계획서에는 교양과목의 체계적인 분류와 함께 융복합 교양과목에 대한 내용을 강조하는 교양교육계획 (이하 교양계획)도 포함됐다. 현재 우리대학의 교양교육을 담당하고 있는 창의공공교양교육부는 각 과목의 특성이나 세부영역을 명확히 분류하지 못해 학교가 추구하는 목표나 방향에 맞도록 교양과목을 특성화시키지 못했다. ‘일반 교양’의 범주 안에 전공기초 지식을 익히기 위한 소양과목과 인문소양을 다지기 위한 교양과목이 혼재돼 있었기 때문이다. 교양계획에서는 이를 해결할 개선책으로 교양교육부를 자유융합대학으로 이관하고 교양과목을 목적에 따라 구분할 수 있도록 편성하겠다는 계획이 제시됐다.

세부적으로는 교양과목을 ▲기초교양 ▲자유교양 ▲UOS교양으로 분류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우선 기존의 일반교양을 전공기초를 다지는 ‘기초교양’과 인문학적 소양을 갖추기 위한 ‘자유교양’ 두 가지로 나눴다. 이에 더해 우리대학 특성화 교양인 'UOS교양'을 신설했다. 한문섭 교무처장은 "UOS교양은 우리대학 인재상에 해당하는 2S형 인재 육성을 위해 편성된 것으로 인성을 강조한 교육이 이뤄질 수 있도록 교육환경을 마련할 것"이라 설명했다.


통섭형 교양수업 좋지만 인력 확보 어려움 예상돼

융복합 교육은 융합전공 과정뿐만 아니라 교양과목을 개편하는 것에 있어서도 중요한 가치다. 우리대학은 융복합 교육을 교양영역으로까지 확장시켜 '통섭 영역 교과목'을 개발하겠다는 계획이다. 교양과목을 개별적인 학문에 한정짓지 않고 통섭을 적용해 두 가지 분야의 학문을 배울 수 있는 수업으로 개편하는 것이다. 교양계획의 예시로 제시된 '현대문학으로 기계읽기', '게임과 심리학' 등의 과목이 이에 해당한다. 또한 이러한 과목이 기존의 수업과는 성격이 전혀 다르기 때문에 전반적인 융합과정을 관리할 수 있는 통섭주임교수를 두고 학생과  상담할 수 있는 체계를 마련하겠다는 계획을 내세우기도 했다.

한편 교양계획에 대한 어려움도 예상된다. 교양부서를 개편하려면 추가적인 인력을 확보해야 하는데 우리대학의 경우 인력을 늘리려면 서울시의 승인을 받는 등 복잡한 절차를 거쳐야 한다. 뿐만 아니라 융복합 학문을 전공한 전문적인 인력을 구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이 과정에서 전임강의 비율이 낮아질 수 있다. 작년 우리대학은 전임강의 비율을 상승시키기 위해 외래강사가 담당하는 강좌수를 줄여 왔다. (제657호 2면 「교육부 사업신청과 바꾼 1000학점」참조). 그런데 융복합 교양과목이 개설됐을 때 이를 담당할 교수가 없다면 외부강사비율이 높아질 수 밖에 없는 것이다.

현재 우리대학은 교육부에 사업계획서를 제출했고, ACE 사업 계획과 관련해 세부적인 교과개편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ACE 사업에 선정되면 당장 내년부터 사업이 시행된다. 시행을 앞두고 불거진 이런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교과과정협의회 등의 공식적인 창구를 통한  융합전공 신설과 교양개편 추진에 대한 충분한 논의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장한빛 기자 hanbitive@uos.ac.kr
박미진 기자 mijin3490@uo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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