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뼈의 노래>

▲ 연극 <뼈의 노래> 포스터
“바람은 생명의 근원이야. 사람이 세상에 태어나 응애응애 울면 그게 바람이 된다. 사람이 죽으면 바람도 죽어” 극의 문을 여는 무라노 켄고의 말. 그렇기에 사람이 죽으면 바다가 보이는 자리에 묻고, 그 자리에 바람개비를 놓아 죽은 사람을 기린다. 극에서 왜 그런지 직접적인 이유는 들려주지 않는다. 하지만 유추해보건대 바람은 생명의 근원이기 때문에, 바람이 불어야만 돌 수 있는 바람개비를 묘 자리에 놓아 몸은 죽어도 그 사람의 마음만큼은 죽지 않았다고 믿기 때문이 아닐까. 연극 <뼈의 노래>는 이런 가슴 아린 시적 상상력을 자극해주며 시작한다.

연극을 이끌어나가는 사람은 오직 셋, 아버지인 켄고, 첫째 딸인 카오루, 둘째 딸인 시오리뿐이다. 다른 연극에 비해 인원이 적은 듯 보였으나 그것도 잠시. 무대는 세 명의 존재감에 의해 꽉 찬다.

연극은 세 주인공과 아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사람, 엄마의 죽음으로 시작한다. 엄마가 죽고 난 뒤, 아버지 켄고와 딸 카오루 사이에 갈등이 일어난다. 사람이 죽고 묘 자리에 뼈만 남았을 때 그 뼈를 세공하는 뼈 세공사인 켄고는 마을의 풍습에 따라 엄마를 매장하자고 한다. 그리고 마을 전통에 따라 엄마의 뼈로 자신이 물건을 만들어야 한다고 얘기한다. 딸은 이런 관습에 집착하는 아버지의 모습을 못마땅해 하며 요즘 방식대로 화장을 하자고 요구한다. 과거의 전통과 새로운 문화 사이의 갈등. 나는 왠지 모르게 켄고의 편을 들게 됐다. 과거의 전통이 너무나 쉽게 없어져서 그런가. 결국 피치 못할 사정으로 인해 화장을 하게 되고, 이 갈등으로 인해 켄고와 카오루, 시오리는 각자 뿔뿔이 흩어진다.

▲ 세 가족이 함께 천 개의 바람개비를 접고 있다.
많은 시간이 흐른 뒤, 카오루는 켄고가 있는 시골마을을 다시 찾아간다. 연락이 닿지 않게 된 시오리가 아버지를 찾아갔을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번듯한 직장을 뿌리치고 갑자기 시골로 온 시오리. 어렸을 때 다친 왼쪽 귀에서 뼈의 노래가 들린다며, 뼈의 노래가 자신을 이 마을로 이끌었단다. 그리고 자신 역시 뼈 세공사가 돼야겠다고 말한다. 카오루는 시오리를 설득해 시내로 데려가기 위해 시골에 좀 더 있기로 한다.

아버지와 큰 딸의 갈등, 그리고 또 다른 자식으로 인한 화해. 연극을 이끌어나가는 기본적인 클리셰는 흔하다. 하지만 이를 풀어내는 장치들이 아주 매력적이다. 신기루 설화, 마을의 전통적인 풍습 등 흥미로운 요소들이 연극을 수놓는다.

연극은 바람으로 시작해 바람으로 끝난다. 연극 내내 불어오던 바람은 생각보다 따뜻하고 부드러운 봄바람 같았다. 움츠려있던 마음을 녹여주는 따뜻한 바람. 그러나 어떤 바람이든 눈에 들어가면 시리고 아리다. 연극을 관람한 사람들의 눈에도 한 줌의 바람이 불었다.

점점 가을로 접어들면서 바람이 차가워진다. 왠지 모르게 마음까지 위축되는 지금, 이 연극을 통해 당신의 마음에도 불어올 따뜻한 바람을 맞이하길 바란다.

 


정수환 선임기자 iialal91@uo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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