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강의의 기준은 무엇일까? 교육부는 2010년 교육역량강화 사업 평가 지표에 소규모 강좌 비율 항목을 넣으며 소규모 강좌를 좋은 강의의 기준 중 하나로 보기 시작했다. 교육부는 이후 지속적으로 소규모 강좌를 중요시 했다. 매 학기 마다 대학에서 소규모 강의 비율이 늘어났고 그만큼 강의 선택의 폭도 늘어났다는 교육부 통계 결과가 나왔다. 실제로 각 대학에서는 교육부의 의도처럼 질 좋은 강의를 학생들에게 제공하고 있을까?

교육부, 소규모 강의 비율 중시
교육의 질적 개선 유도

교육부는 수강인원에 따라 20명 이하의 강의를 소규모 강의, 21명 이상 50명 이하의 강의를 중규모 강의, 51명 이상의 강의를 대규모 강의로 분류했다. 대규모 강의는 51명부터 200명 이상까지 규모가 다양하다.

교육부는 소규모 강의 비율을 늘리고 대규모 강의를 줄이도록 장려해왔다. 대학 정보 공시 사이트인 대학알림이에 매 년 대학들의 규모 별 강의 수를 공표하는 한편 2015년 대학구조개혁평가지표에 ‘강의 규모의 적절성’이라는 항목을 만들어 대학들이 대규모 강의를 중규모나 소규모로 전환하도록 했다.

대학구조개혁 평가지표에 따르면 전체강의 중 소규모 강의 수가 많을수록 좋은 평가를 받는다. 20명 이하 소규모 강의는 101명에서 200명의 대규모 강의에 비해 4배의 가중치로 평가받는다. 201명 이상의 강의는 아예 점수 산출에서 제외된다. 교육부는 이런 평가 결과를 토대로 대학에 지원금을 주거나 재학생 정원 감축 등의 패널티를 주는 방식으로 강의 질 개선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대규모 강의 보다 소규모 강의가 내실 있는 교육환경을 조성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교육부의 판단에 의한 것이다. 대학구조개혁 평가지표를 개발한 한국교육개발원 관계자는 “학생에게 적정한 규모의 수업을 제공하는 것은 질높은 교육을 제공하기 위해서 준수해야 할 조건이라 판단해 모든 대학에 동일한 기준을 마련했다”고 말했다.

사립대, 소규모 강의 수 증가
강의 수용 정원은 감소

교육부의 강의규모 평가방식에 대해 사립대와 국립대는 각자 다른 대응을 내놨다. 사립대의 소규모 강좌 수는 2012년도부터 지난해까지 2년간 증가했다. 이와 동시에 대규모 강의 수는 매 학기 줄어들었다. 정보공시센터 송완수 전문원은 “사립대의 경우 교육관련 지표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소규모 강의의 증가와 대규모 강의의 감소는 ‘강의 수용 정원의 감소’라는 문제를 발생시켰다. 200명 이상의 대규모 강의 하나가 없어질 경우 10개 이상의 소규모 강의 개설이 필요하다. 하지만 중·대규모 강의의 감소로 인한 강의 수용 정원의 감소량을 소규모 강의의 증가로 인한 강의 수용 정원의 증가량이 충족하지 못해 전체 강의 수용 정원은 감소했다.

송 전문원은 “강의를 수강할 수 있는 총 인원은 줄어들었다고 볼 수 있지만 전체 학생 수의 변화를 함께 고려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대학알리미 통계자료에 의하면 같은 기간 사립대학교의 평균 재학생 수는 매년 증가한 것으로 나타나 실질적인 강의 수용률은 더 낮아진 것으로 드러났다.

사립대에서 강의 수용 정원이 줄어들고 있는 상황에 대해서 학생들은 불만을 나타냈다. 건국대학교에 재학 중인 문돈영(24) 씨는 “소규모 강의 수가 늘어나서 선택의 폭은 넓어졌다. 하지만 강의 수용 정원이 줄어 듣고 싶은 강의를 듣기는 어려워졌다”며 아쉬움을 나타냈다.

국립대, 소·대규모 강의 수 모두 감소
강의 수용 정원도 감소

소규모 강의가 늘어난 사립대와 달리 국립대에서는 같은 기간 동안 소규모 강의가 오히려 줄고 있다. 대규모 강의도 교육부의 권고에 따라 줄이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줄어든 강의 만큼 새로운 강의가 개설되지 않아 전체 강의 수와 강의 수용 정원 역시 감소하고 있다.

충북대학교 학사지원과 강용주 과장은 “교육부에서 소규모 강의를 권장하는 방향은 좋지만 국립대의 입장에서 이는 쉽지 않다”며 어려움을 토로했다. 국립대의 경우 교수 임용은 국가에서 지정한 절차를 따라야 하고 강의실 확보 역시 시설 사업 예산이 필요해 짧은 시간 내에 변화를 따라가기 어렵기 때문이다.   

국립대에서 교육부의 평가지표 충족을 위해 강의 수를 점차 줄이고 있는 상황에 대해 교육부 관계자는 “교육부에서 강의 질을 개선하기 위해 정책을 시행했지만 이에 대한 대응은 대학에서 한다. 대학의 교육과정은 자율적으로 운영되기 때문에 강의 수에 대해 교육부가 직접적으로 관여할 수 없다”며 입장을 밝혔다.


최진렬 기자 fufwlschl@uo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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