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점, 토익, 유학, 봉사… 취업을 위해 청년들이 준비할 것을 세다 보면 어느새 열 손가락이 부족하다. 소위 ‘8대 스펙’이라고 일컫는 말이 등장한 이유이기도 하다. 이런 현실을 반영해서일까. 지난달 6일 박근혜 대통령은 대국민담화를 통해 “능력을 우대하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 작년에 개발한 국가직무능력표준(이하 NCS)의 보급을 대폭 확대 하겠다”고 발표했다.

NCS의 가장 큰 목적은 직무활동에 필요한 능력을 중점적으로 평가하겠다는 것이다. NCS는 직무활동을 857개로 세분화해 각각 영역에 맞는 직무능력을 설정했다. 이를 토대로 취업준비생은 본인이 희망하는 직무활동에 해당되는 능력을 개발하고, 기업은 해당 직무능력을 토대로 채용을 결정한다는 것이다. 현재 NCS를 기반으로 취업준비를 하고 있다는 박현제(25) 씨는 “취업 스펙을 쌓기 위해 직무와 전혀 상관없는 자격증을 따야만 하는 것이 요즘 취업준비생의 현실이다. 그렇기 때문에 NCS 도입은 현실적으로 매우 적절하다고 생각된다”며 기대를 밝혔다.

그러나 시행초기 단계부터 NCS의 모습은 본래의 취지를 달성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 3월 20일 구자길 전 한국산업인력공단 직무능력표준원장은 NCS활용 설명회에서 “직무중심 채용에서 꼭 필요한 역량만 평가하게 되면 지원자는 해당역량에 집중해 취업을 준비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취약계층의 불리한 상황은 오히려 줄어들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런 설명이 무색하게 학원가에서는 우후죽순으로 NCS 특별반이 개설되고 있다. 취업준비생 김장곤(25) 씨는 “NCS가 끝이 아니라 또 하나의 부담으로 자리 잡은 것 같다. 이미 NCS를 준비하는데 도움을 주는 학원이 많이 생겼다”며 “NCS를 주관하는 산업인력공단에서는 학원가의 사설 NCS모의고사 등은 실제 취업과 관련이 없다는 공지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사설 시험을 찾는 사람이 많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심지어 한 학원은 ‘NCS과정 개발위원 독점 강의’란 슬로건을 내세우며 자사를 홍보하기도 한다. 현직 NCS 직업기초능력개발원이 사설 학원 강사로 활동하고 있는 것이다.

NCS를 도입할 만한 환경이 조성되지 않았다는 지적 역시 존재한다. 가령 NCS 기반 채용시험을 보기 위해서는 직무와 관련된 활동을 서술한 ‘경험기술서’와 ‘경력기술서’를 작성해야 한다. 경험기술서는 무보수로 한 활동, 경력기술서는 보수를 받고 한 활동만을 적을 수 있다. 청년유니온 정준영 정책국장은 “교육이라는 핑계로 당연한 임금을 주지 않는 열정페이 문제는 이미 심각한 사회문제”라며 “경험기술서를 작성하기 위해 열정페이가 합리화되지 않을까 걱정된다”며 우려를 표했다.


김태현 기자 taehyeon119@uo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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