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대기업들이 잇따라 수만 개의 신규 일자리를 모집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삼성, 현대, 기아 등 11개 기업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청년 일자리 창출계획을 밝혔는데 이는 정부의 노동개혁 발표와 관련된 기업 측의 반응으로 보인다. 지난 4일 정부는 대국민담화자리를 마련해 새로운 정책과제로 공공, 교육, 노동, 금융 구조개혁을 발표했다. 정부는 “노동개혁을 이뤄내 일자리 문제를 해결하면서 국가발전을 도모하겠다. 올해 말까지 반드시 성과를 도출해낼 것”이라며 노동개혁의 의지를 밝혔다.

노동개혁 “구조 변경해 청년 일자리 창출”

지난 3년간 고용노동부, 기획재정부 등 각 정부 부처마다 청년들을 대상으로 각종 일자리 대책을 냈다. ‘청년고용절벽해소종합대책’이나 ‘비정규직종합대책’, ‘일자리 단계별 고용 대책’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정책 모두 비슷한 목표를 갖고 있지만 세부안에서 정책은 제각각 다른 방향이었고 구체적 시행계획 없이 대책만을 제시하는데 그쳤다. 결국 얼마 지나지 않아 정책에 대한 지원이 끊기거나 삭감되기도 했다. 또 괜찮은 정책이라도 적용이 되려면 까다로운 절차 탓에 취업시장에서 성공적으로 성과를 거둔 사례는 거의 없었다.

반면 이번 노동개혁 세부내용에서는 여러 갈래로 나눠져 있던 정책을 한 방향으로 수집해 전체 정책 중 일부를 구체화 시킨 형태로 제시됐다.  정책 시행 범위와 시행시기도 함께 포함됐다. 이처럼 노동개혁의 초점은 ‘청년 일자리’ 확보라는 목표를 중심으로 맞춰져 있었다. 이 개혁은 기존과는 달리 성과를 거둘 수 있을까?

노동개혁에서 강조한 핵심 내용은 크게 세 가지다. 임금 체제의 개선, 실무 중심의 채용과 교육, 취업정보 제공이 여기에 해당 된다. 이런 정책이 성공적으로 실시된다면 20만 개의 일자리가 생긴다고 한다. 공기업에서 3만 개, 민간 기업에서 17만 개의 일자리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예전부터 경제학자들은 노동시장을 회복하려면 임금체제의 개편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성과에 따른 임금을 지급함으로써 노동생산력을 높이고 상대적으로 젊은 취업자들이 더 일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이번 노동개혁에서는 임금체제의 개편과 함께 일자리를 늘리기 위한 대안으로 ‘임금 피크제’가 제시됐다. 임금 피크제란 일정 연령이 된 근로자의 임금을 삭감하는 대신 정년까지 고용을 보장하는 제도를 말한다. 지난해부터 정부는 임금 피크제를 실시하는 기업에 대해 적극 지원했다.

앞으로는 공기업의 경우 임금 피크제를 강제 도입할 예정이다. 민간 기업의 경우 임금 피크제를 도입하면 직원한명당 연 1000만원에 해당하는 금액을 지원받는다.
한편 취업준비생 A(24) 씨는 “임금 피크제로 인해 발생한 수익과 정부지원금이 과연 일자리 창출에 쓰일지는 의문”이라며 임금 피크제 도입에 대해 미심쩍은 입장을 드러냈다.

정부는 기존의 구조가 너무 경직됐다는 점을 주로 지적하며 문제를 개선해 나갈것이라는 입장을 밝혔지만 입장이 다양하게 갈렸다. 대학생 B(25) 씨는 “임금 피크제를 도입하면 신규채용에 필요한 재정 자원을 충족시킬 수 있다. 안정적인 정년도 보장할 수 있어 좋은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임금피크제가 노사 간 협의 없이 시행될 경우 큰 갈등이 있을 것이라는 예상도 있다. 청년유니온과 청년연대와 같은 청년단체들은 “임금피크제로 인해 청년들에게 돌아오는 일자리를 보장할 수 있을지 확신할 수 없다”는 입장을 전했다.

취업교육과 알선을 돕기 위해 제시된 ‘고용 디딤돌 프로그램’은 취업정보를 제공해 구직을 돕는 프로그램이다. 고용디딤돌 프로그램은 대기업 인턴을 대상으로 관련 업무인력이 필요한 중소기업 취업을 알선해주거나, 채용시 우대 받도록 두 기업 사이에 ‘디딤돌’을 지원한다. 그러나 취업알선과 우대는 어디까지나 권고사항일 뿐이다. 취업준비생 정유선(25) 씨는 “지원할 수 있는 중소기업이 어딘지 몰라서 안 가는 게 아니다. 중소기업 지원을 망설이는 이유는 눈높이나 취업 정보의 문제가 아니라 근무환경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이런 고용 디딤돌 프로그램은 구직자들의 처지를 고려한 정책이 아니라 기업들의 인력난 부담을 줄이기 위한 정책이라는 지적을 받기도 한다. 이는 이 제도가 업무 환경을 보장하기보다는 기업의 인력난을 해소하는데 초점이 맞춰져있기 때문이다.

“양질의 일자리 대거 양산” 실질적 고용은 無

노동 개혁을 통해 20만 개의 새로운 일자리를 생산하겠다는 계획에는 한계가 있어 보인다. 당장 노동개혁 이후 적정량의 일자리가 공급된다 해도 일시적인 현상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 노동개혁에 해당하는 대부분의 정책이 기업의 자발적인 신규채용의 확대가 아니라 정부의 지원금에 의지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채용을 일회적으로 늘리는 것만으로 일자리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앞서 대기업들이 밝힌 대규모 채용에서도 ‘직접 고용’에 해당하는 일자리는 불과 2만 개에 그친 것으로 밝혀졌다. 나머지의 경우 교육지원을 받는 인원과 비정규직을 포함시킨 것이다. A씨는 “정부가 일자리의 질과 상관없이 채용규모에만 강조를 두고 있는 것 같다. 일자리 늘리기도 중요하지만 이미 존재하는 일자리에 대한 적절한 보호는 부족한 실정”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해 정부가 실무를 익히기 위해 추진한 사업인 청년인턴제 참여자 중 1년 이상 고용유지자는 37%에 그친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근로 환경을 고려하지 않은 채 실무 교육과 취업을 장려한 결과다. 청년유니온 정준영 정책국장은 “정부가 ‘일자리 몇 개’라는 숫자에 집착하지 말고, 시간이 걸리더라도 청년들의 이해를 얻어 보다 좋은 일자리를 만드는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미진 기자 mijin3490@uo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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