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볼라나 사스보다 심각하다”, “○○병원에 확진환자가 있으니 가면 안된다” 몇 달 전 메르스 사태 때 누구나 한 번쯤은 들어봤을 법한 ‘메르스 괴담’이다. 메르스가 가라앉은 지금에야 저 소문들을 괴담이라고 하지만, 그 당시만 해도 카카오톡, 페이스북 등 sns에서는 저 소문들이 마치 사실인 양 퍼져나갔다. 이를 접한 시민들은 불안에 떨었다. 이는 위험커뮤니케이션에 완전히 실패했다는 방증이다.

▲ 메르스 사태 때 발언하는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
위험에 함께 대응하는 위험커뮤니케이션

위험커뮤니케이션은 1980년대에 등장한 개념이다. 산업의 발전으로 기술이 향상되며 우리의 생활은 풍요로워졌다. 하지만 그 반대급부로 우리 생활 속 위험요소 역시 증가했다. 자동차의 등장으로 우리 생활은 편리해졌지만 그만큼 사고 위험이 늘어난 것처럼 기술은 발전하지만 이에 따라 위험도 늘어나는 모순적인 상황이 발생했다.

이러한 문제에 대해 근대사회는 사회문제의 구조를 파악하고 대응하기보단 과학기술을 더욱 발전시켜 이를 극복하려 했다. 그 결과 과학의 위상이 더욱 높아졌고 과학자들이 위험하다고 판단한 것은 객관적인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반면에 대중이 위험하다고 판단한 것은 주관적이고 합리적이지 않은 것으로 간주됐다. 원자력 시설 건설과 관련해 대중이 방사능 유출 사고의 가능성을 들어 반대했지만 과학적으로 사고가 일어날 확률이 거의 없다는 이유로 무시된 것이 대표적이다. 결국 체르노빌에서 100만년에 한 번 일어난다는 사고가 일어났다. 약 70만 명이 치료를 받아야 하는 재앙이었다.

이런 근대의 모순을 이어받은 현대사회는 여러 문제점을 가지고 있었다. 울리히 벡(Ulrich Beck)은 이런 현대사회를 ‘과학기술의 질주가 만들어낸 위험사회’라고 불렀다. 기술의 발달에는 항상 위험이 따르지만 이를 완벽하게 예측하고 통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근대사회와 마찬가지로 현대사회 또한 기술이 발달할수록 통제할 수 없는 위험이 발생할 가능성도 커졌다.

하지만 그 위험에 대처하는 방법에 차이가 있다. 현대사회는 정부나 전문가가 정책을 결정하던 근대사회와 달리 대중이 정책결정에 적극적으로 의견을 표현하고 큰 영향을 미치는 특성을 보였다. 대중은 위험관리에도 역시 관심을 가지고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위험관리는 더 이상 과학자와 같은 전문가만의 영역이 아니게 됐다.

이처럼 대중들이 위험관리에 적극적으로 참여한 이유는 근대사회에 비해 현대사회에서 위험을 더 크게 느끼기 때문이다. 현대사회가 정보화되어 스마트폰 하나로 세상에서 일어난 모든 일을 찾아볼 수 있게 되면서 이전에는 인식하지 못했던 위험을 알게 됐다. 포털사이트 메인화면은 수많은 사건사고 기사로 채워진다. 정보화의 또 다른 주체인 매스미디어 또한 사회 곳곳의 위험을 끊임없이 발견해 대중에게 알린다. 작게는 먹거리에서부터 크게는 기후변화까지 그 대상도 다양하다.

대중이 이런 위험을 인식하는 과정은 주관적으로 이뤄진다. 각자 기존에 가지고 있던 인식, 언론보도, 다른 대상과의 커뮤니케이션에 따라 주관적으로 위험을 인식하고 이에 따라 행동한다. 때문에 울리히 벡은 사회문제의 구조를 명확히 파악하고 이에 대응하기 위한 제도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바로 위험커뮤니케이션이다. 위험커뮤니케이션은 대중과 미디어, 대중과 정부·전문가 사이의 커뮤니케이션을 통한 상호이해를 통해 위험에 대응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근대사회에서는 정보의 송신자인 전문가와 정부가 수신자인 대중에게 일방적으로 정보를 전달했다면 현대사회에서는 사회적인 맥락 안에서 상호작용을 통해 함께 위험을 인식하고 해결해 나간다. 이것이 위험커뮤니케이션의 핵심이다.

▲ 월성원전 수명연장 반대시위
메르스, 위험커뮤니케이션의 부재

세계보건기구(WHO)가 2005년 발표한 위험커뮤니케이션 가이드라인에는 ▲정보를 초기에 신속하게 발표할 것 ▲대중들이 위험을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지 파악할 것 ▲대중들이 보건 당국의 정책에 따르도록 신뢰를 쌓을 것 등의 원칙이 제시돼있다. 메르스 사태 때 이 원칙들은 지켜지지 않았다.

국내에서 첫 메르스 감염자가 발생했을 때 메르스에 대한 정보를 가지고 있는 정부나 전문가들 사이에서 합의가 이뤄지지 못하고 우왕좌왕하자 시민들은 혼란에 빠졌다. 질병관리본부의 시스템 또한 제대로 운영되지 않았다. 시민들은 정부가 발표하는 정보를 기다리기보다 스스로 정보를 찾아 나서는 등 적극적 대응을 했다. 하지만 정부는 여전히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지 않았다. 정부에서 메르스 확진환자가 발생했다는 발표는 했지만 확진환자가 입원한 병원은 발표하지 않은 것이 대표적이다. 그러자 시민들은 확진환자가 발생한 병원을 찾기 시작했고 결국 예상 병원명단은 sns에 퍼지기 시작했다. 질병관리본부는 정확한 사실을 알리며 대응하기보다 오히려 트위터 계정을 닫아버리고 유언비어 유포자를 처벌하겠다며 강경대응에 나섰다. sns는 시민들이 메르스에 얼마나 공포감을 느끼는지 알 수 있는 수단으로 활용될 수 있었다. 위험커뮤니케이션에 실패한 것이다. 시민들은 이러한 정부의 대응에 더욱 불안해하기 시작했다.

한편 일부 지방자치단체장들은 병원명단과 환자의 동선을 공개했고 결국 정부도 병원의 명단을 공개했다. 하지만 정부는 이미 정보를 발표할 시기를 놓쳤고 신뢰를 잃은 시민들의 불안은 한동안 줄어들지 않았다. 경희대학교 사회학과 김은성 교수는 “병원명을 너무 늦게 공개해 시민들이 더 공포에 빠졌다. 그 원인은 병원과의 이해관계 등을 생각할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자연 재난과 기술 재난은 모두 사회적 재난

위험커뮤니케이션은 메르스와 같은 전염병이나 자연재해 외에 기술적 재난에 대한 대응도 할 수 있다. 대표적인 기술적 재난의 예로 존슨앤존슨과 도요타의 사례가 있다. 1982년 제약업체인 존슨앤존슨의 진통제 타이레놀에 청산가리가 투입된 사건이 발생했다. 존슨앤존슨 측은 조사과정 전체를 대중에게 공개했다. 또한 약 10억 달러의 손실을 감수하고 약품을 모두 회수해 검사했다. 소비자들의 불안은 곧 가라앉았다. 이후 존슨앤존슨은 이물질 투입을 막는 포장방법을 개발했다. 이를 통해 같은 위험이 반복되지 않도록 하는 동시에 사용자의 신뢰도 쌓을 수 있었다. 반면 도요타는 2010년 자동차 가속페달 결함을 인정하지 않다가 미국 연방정부의 리콜 명령을 받고 무려 230만대의 차량을 리콜했다. 이로 인해 천문학적인 액수의 손해뿐 아니라 차량의 안정성에 대한 신뢰도 잃었다.

두 사례 모두 기술적인 문제로 인해 발생한 위험들이었지만 대응하는 방식에 따라 전혀 다른 결과를 가져왔다. 그중에서도 기술적 문제로 발생한 위험을 사용자와 소통하는 사회적인 방법으로 풀어나갔다는 것 은 주목할 만하다. 김은성 교수는 “자연재난이 자연적이지 않다고 생각할 필요가 있고 기술적 재난도 기술적인 것만은 아니다. 모두 사회적 재난이라는 것을 이해해야 한다”고 말했다.


윤진호 기자 jhyoon2007@uos.ac.kr
참고_ 송해룡·김원제 『위험커뮤니케이션의 이론과 실제』,한국학술정보,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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