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입 유학생인 F씨는 1학기가 끝나갈 무렵까지 한국인 친구를 거의 사귀지 못했다. 그는 같은 수업을 듣는 과 동기에게 과 단체 채팅방에 초대해 달라고 도움을 요청했다. 하지만 과 동기에게 단체 채팅방 초대 요청이 거절됐다는 사실을 통보받았다. 과 동기들 중 반대 여론이 있었고 투표를 거쳐 거부됐다는 것이다. F씨는 “학과 학생회나 사무실의 안내로 동기들이 유학생의 존재를 알고 있었다면 이런 수모는 없었을 것”이라고 심정을 표했다. F씨가 한국 학생과 교류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마련돼 있지 않는 것 역시 F씨의 유학생활을 어렵게 했다. UOS BUDDY, 서울메이트 등의 외국인-한국인 교류 프로그램이 있지만 이는 교환학생만을 대상으로 하고 있고, 유학생들은 해당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학교 적응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유학생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눠 보았다.

B: 입학한지 한 학기가 지났어요. 여러 어려움이 있지만 같이 어울릴 친구가 거의 없다는 점이 제일 힘든 것 같아요. 한국인 친구를 사귀고, 한국어를 공부하기 위해 한국에 왔지만 오히려 모국어를 쓰는 경우가 많아요. 한국인 친구들보다는 타지 출신의 유학생 친구들과 어울리고 있기 때문이에요.

Q. 문제의 원인이 뭐라고 생각하세요?
B: 교양수업에서 만난 다른 학생들로부터 “교환학생이에요?”라는 질문을 많이 받았어요. 우리대학 학생들은 외국인을 보면 거의 다 교환학생인 줄 아는 것 같아요. 교환학생이 아니라 유학생도 있다는 걸 인지했으면 좋겠어요.
D: 한국 학생과 어울릴 수 있는 프로그램이 하나도 없는 게 문제 같아요. 저는 학과 생활에 비교적 잘 적응한 편이지만 다른 과 학생들과 교류는 없어요. 만날 기회가 없기 때문이에요.
B: 어떤 과에서는 유학생들에게 개강총회 등 학과 행사 안내를 잘 해주고 기타 공지도 잘 이뤄진 반면 저는 과행사나 축제에 대한 안내조차 받은 경험이 없어요.

Q. “유학생들도 적극적으로 교류에 나서야 한다”는 의견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B: 물론 저희도 노력해야 한다는 점을 알고 있어요. 하지만 동기들의 연락처도 모르고 과 행사 일정도 전달받지 못하니까 아무것도 할 수 없더라구요. 뒤늦게 같은 수업을 듣는 과 동기에게 도움을 요청 했지만 이미 다들 친해져 있는 상태라 선뜻 나서지 못하는 눈치더라구요.
D: 저 같은 경우 과 동기들이 먼저 다가와 어울리기 수월했어요. 하지만 일반적으로 신입 유학생의 경우는 유학생반이 따로 만들어져 수강하는 경우가 많아요. 과 동기들과 어울리려 해도 만날 기회가 거의 없는 거죠.

Q. 혹시 학과 사무실(이하 과사) 같은 곳에는 도움을 청한 적이 있나요?
B: 사실 과사 위치가 어디인지도 모르겠고 제 교우관계에 무슨 도움을 줄 수 있는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입학한지 3개월이 지나도 과 학생들은 제가 누군지 모르더라구요. 당연히 동기엠티도, 총엠티도, 축제에도 참여하지 못했어요. 하지만 D씨의 경우 과 학생회에서 적극적으로 도왔다고 하더라구요.
D: 저희 과의 경우 과대표가 나서서 교류를 도와줬어요. 입학한지 일주일도 지나지 않아 먼저 연락이 와서 문제없이 과 행사에 참여했어요.

Q. 마지막으로 바라는 점이 있나요?
B: 한국 학생들과 교류할 수 있는 프로그램에 신경 써주셨으면 좋겠지만 특히 학과에서 많은 관심을 가졌으면 좋겠어요. 학교생활에 적응해서 친구를 많이 사귄 경우도 있지만 저와 비슷한 경우도 많기 때문이에요. 유학생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저희를 함께 어울릴 수 있는 학생으로 생각해 주셨으면 좋겠어요.

국제교육원과 학과 차원에서의 노력도 필요해

한국 학생과의 교류에 어려움을 느끼는 유학생들이 많은 점에 대해 국제교육원 김주연 코디네이터는 “이번 학기부터 서울메이트를 유학생에게도 개방하기로 했다”며 프로그램 추가 개설에 대해서도 “이후의 계획은 서울메이트를 한 학기 정도 운영해본 후 보완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D씨는 “서울메이트를 시작으로 유학생들의 교류를 돕는 많은 프로그램이 만들어졌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학과에 적응하지 못해 과에서 ‘유령학생’이 됐던 B씨처럼 학과 차원에서 관리가 이뤄지지 않아 소외되고 있는 유학생들이 많다. 하지만 모든 학과에서 유학생 관리가 미흡한 것은 아니다. 도시사회학과는 학생회가 나서 신입 유학생들의 적응을 적극적으로 지원했다. 학과대표가 사전에 학과 사무실을 통해 유학생의 연락처를 받아 행사 일정뿐 아니라 학과 온라인 커뮤니티에도 초대했다. 학기 초에는 학과 학생들이 교류하기 위해 익명으로 짝을 지어 ‘마니또’ 활동을 진행했다. 도시사회학과에 재학 중인 G씨는 “마니또 활동을 하면서 학과 친구들이 유학생을 차별 없이 대해줘서 좋았다”고 소감을 전했다. 도시사회학과 학과대표를 맡고 있는 박유림(도사 15) 씨는 “아직 서먹한 동기끼리 친해질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주기 위해 마니또를 기획했다”며 “그 동기들에는 당연히 유학생 동기들도 포함돼있었다”고 말했다.

국제교육원과 학과 연동되는 관리 필요해

국제교육원의 유학생 관리와 학과 차원의 유학생 관리가 연계돼 있지 않은 점도 문제로 꼽힌다. 국제교육원은 신입 유학생 오리엔테이션에서 학과 생활에 대한 안내가 나가고 해당 학과에 유학생 안내에 관한 공문을 보낸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에 대해 B씨는 “학과에서 안내를 받은 바 없다”고 말했다. 보다 근본적으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국제교육원과 학과 각각이 아닌 유학생에 대한 협업차원의 해결책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국승인 기자 qkznlqjffp44@uo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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