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트루웨스트>

▲ 연극 <트루 웨스트> 포스터
누구나 이상향이 하나쯤은 있을 것이다. 누군가에게는 여행이 될 수도 있고, 누군가에게는 취업이 될 수도 있다. 환상을 품게 하며 보다 더 나은 세계가 있으리라고 믿게 하는 삶의 원동력인 이상향. 연극 <트루웨스트>의 주인공들은 ‘진짜’ 이상향을 찾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극이 시작되면 형인 ‘리’와 동생인 ‘오스틴’이 불편하고 어색한 공기를 자아내며 등장한다. 아이비리그 출신에 번듯한 시나리오 작가인 오스틴과 방탕한 방랑자인 리. 정반대의 성격을 지닌 이 두 형제의 불협화음이 무대를 꽉 채운다. 리는 마치 깡패같이 오스틴을 협박하고 조롱하지만 오스틴은 어떻게든 집에 오랜만에 돌아온 형과 잘 지내보려 노력한다.

 그러던 어느 날 영화 제작자인 ‘사울’이 나타난다. 오스틴의 시나리오가 방송으로 제작될 것이 확정된 순간 리가 이 둘 앞에 나타나 묘한 긴장감을 연출한다. 그리곤 자신이 실제로 겪은 기가 막힌 ‘진짜’ 서부극 이야기를 사울에게 들려준다. 사울은 리가 들려주는 진짜 서부극 이야기에 매료돼 오스틴의 시나리오를 파기하고 리와 계약한다. 마냥 축하만 해주던 착한 오스틴. 그러다 점점 현실을 깨닫게 된다. 자신은 형 때문에 일자리를 잃게 된 것이다. 리는 오스틴에게 시나리오 작업을 도와달라고 요청한다. 그러나 자신의 시나리오 대신 형의 시나리오가 채택됐다는 충격에, 오스틴은 알코올 중독자로 변해가는 안타까운 모습을 보인다.

▲ 리와 오스틴이 묘한 긴장감을 자아내고 있다.
아무리 생각해도 오스틴은 리가 쓴 서부극의 좋은 점을 알 수 없었다. 하지만 형이 서부에서 방랑했던 경험들이 큰 메리트가 됐다고 생각해, 술에 취한 채로 형에게 서부에 데려가 달라고 얘기한다. 더 넓은 세계를 경험하고 오면 자신도 더 가치 있는 사람이 될 것이라 생각한 것이다. 반면 서부에서 방랑하며 불안정한 삶을 살았던 리는 늘 오스틴의 안정된 삶을 꿈꿔왔다. 이렇게 형제는 서로의 삶을 이상향으로 설정해놓고, 그렇게 살아보기를 갈망한다. 결국 그들은 서로의 이상향에 가까이 다가가게 되지만 사실 그 이상향은 서로의 상상과는 다른 초라한 모습이었다.

연극은 진짜 이상향이란 과연 존재하는지 곰곰이 생각해보게 만든다. 이상향은 보통 꿈꾸는 것과 다른 경우가 많다. 취업을 하면 더 힘든 산이 기다리고 있고, 여행을 가도 쓴 경험들을 많이 하게 된다. 많은 사람들은 실제로 이상향에 근접하게 되면 좌절을 하게 되고 현실에 순응한다.

하지만 이상향을 향해 노력하는 그 자체로도 가치가 있다. 꿈꾸기 힘든 사회에서 꿈을 꾸게 해준다. 좌절된 이상향의 쓴맛은 결국 약이 돼 돌아오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좌절 끝에 또 새로운 이상향을 찾고, 이는 현실을 버틸 수 있게 해준다. 리와 오스틴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좌절 끝에 웃음을 지으며 마무리하는 그들의 모습에서 나는 확신을 느꼈다. 허황됐을지언정 이상향에는 가치가 있음을. 그러니 수많은 좌절이 있더라도 이상향을 꿈꾸며 살아가길.

 


정수환 선임기자 iialal91@uos.ac.kr
사진_ 악어 컴패니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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