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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류 문화를 뒤흔든 달콤함, 과일소주
정수환 기자  |  iialal91@uo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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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5.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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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이 고유한 이름을 갖기 시작했다. 흔히 ‘소주 한 병 주세요’, ‘맥주 3000cc 주세요’라고 말해지듯 단순히 소주, 맥주로만 불리던 술들이 어느새 순하리, 자몽에 이슬, 좋은데이 블루베리 등 귀여운 이름으로 불리고 있다. 바로 과일소주의 얘기다. 누가 뭐라 해도 올해 상반기를 가장 뜨겁게 달궜던 식품을 꼽으라면 단연 과일소주다. 술집에 가면 모든 테이블에 평범한 소주 대신 색색의 예쁜 상표를 단 소주들만 보인다. 시간이 꽤 지났음에도 과일소주 시음후기가 인기 콘텐츠로 꾸준히 자리 잡고 있는 등 여전히 인기를 과시하고 있는 과일소주. 과일소주의 어떤 점에 우리는 매료된 걸까?


과일소주, 어떤 점이 통했을까

박미진 기자(이하 박) : 소주를 마시고 나면 항상 쓴맛 때문에 고생했다. 하지만 과일소주는 특유의 달콤한 맛 덕분에 정말 부드럽게 넘어간다. 부드러운 목 넘김 그리고 달콤한 맛이 과일소주의 가장 큰 인기 요인이 아닌가 싶다. 이런 점은 술의 ‘쓴맛’보다는 달콤한 맛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크게 어필됐다. 이후 많은 사람들이 SNS에 과일 소주에 관한 사진과 글을 올리게 됐고, 이는 점점 입소문을 타기 시작했다. 허니버터칩의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우리나라에서 입소문의 효과는 굉장히 크다. 과일소주 역시 마찬가지였다. 적절한 타겟팅과 뜻밖의 홍보효과가 합쳐져 큰 시너지 효과를 냈다.

정수환 기자(이하 정) : 일명 ‘밀당 마케팅’도 한 몫 했다고 본다. 나는 아직도 허니버터칩을 못 먹어봤다. 구하려고 하면 다 품절이라더라. 나중에는 과도한 신비주의 마케팅에 거부감까지 생겼었다. 하지만 과일소주는 달랐다. 소비자와 적절한 밀당을 했다. 한창 입소문을 타면서 너도나도 궁금해 할 때쯤 적당한 물량을 내놓았다. 너무 모자라 거부감을 갖지도, 너무 많아 질리지도 않게 물량을 잘 조절해 사람들이 다시 찾고 싶게끔 만들었다. 또한 한 가지 맛에 질려갈 때쯤 새로운 과일 맛의 소주가 출시 돼 소비자의 욕구를 충족시켜줬다. 소비자들은 각각의 과일소주에서 어떤 맛이 날지 궁금해하며 ‘모든 맛을 다 먹어보겠다’는 수집욕을 불태우게 됐다.

박 : 친숙한 디자인도 많은 사람들의 주목을 받았다. 예전에도 ‘참이슬 애플’이라는 과일소주가 있었다. 하지만 기존 소주병과 달리 생수병과 같은 디자인이어서 소주인지 몰랐던 사람들이 많았다. 하지만 지금의 과일소주들은 모두 기본적인 초록색의 소주병 모양을 갖추고 있다. 라벨만 다르다. 이런 비슷한 모양에서 사람들은 친숙함을 느끼고, 더 소비를 하는 것 같다.


과일 소주가 주류 문화에 기여한 것들

정 : 우리나라에서 ‘맥주’라고 하면 어떤 회사들이 떠오르는가? 아마 2개 정도 밖에 떠오르지 않을 것이다. 소주 역시 워낙 유명한 한 두 개의 브랜드들만 생각날 뿐이다. 이렇게 몇 가지 브랜드가 주류 시장을 독점하고 있을 때 과일소주가 등장했다. 과일소주가 등장하면서 족히 7가지 이상의 소주 회사들이 주목을 받은 것으로 알고 있다.

박 : 실제로 동네 편의점만 가봐도 다양한 브랜드들이 나와 경쟁을 하고 있다. 고인 물은 언젠간 썩듯이, 경쟁 상대 없이 소수의 브랜드가 독점하게 되면 그 맛 또한 변함이 없거나 수시로 신제품이 출시되지는 않는다. 과일소주의 경우 많은 회사들끼리 경쟁을 하면서 너도나도 더 맛있는 과일소주를 내놓으려고 한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다양한 맛, 그리고 더 발전된 맛을 맛볼 수 있어 행복하다.

정 : 또 과일소주가 술자리 문화 역시 바꿔놓고 있다고 생각한다. 소주를 입에 대지도 못하는 사람이 과일소주는 마시더라. 물론 다음 날에 숙취로 고생을 한다고는 하지만, 마실 때는 부담 없이 술을 마신다. 그동안 많은 사람들이 술자리에서 주량으로 인해 차별을 받았다. 하지만 과일소주의 등장으로 인해 예전보다 많은 사람들이 술자리에서 어울릴 수 있게 됐다. 


사라질 것인가, 롱런할 것인가

정 : 요즘 길거리를 돌아다녀 보면 술집에서도, 편의점에서도 과일소주를 ‘1+1’으로 팔고 있다. 수요가 점점 줄고 있다는 방증이다. 부정적인 여론도 나오고 있다. 과일소주로 인해 폭음을 하는 사람들이 늘어 건강관리가 안 되고 있다는 뉴스를 얼마 전에 봤다. 이런 것으로 미루어 보아 과일소주 역시 여느 인기식품들이 그러했듯 그 존재감이 옅어지고 있는 것 같다. 역사 속으로 사라질 날이 머지않았다고 생각한다.

박 : 수요가 점점 감소하고 있다는 데에는 동의한다. 하지만 앞서 얘기한 것처럼 과일소주는 꽤 많은 업적을 이뤄 놨다. 얼마 전 알코올 도수가 3%밖에 안 되는 과일소주가 출시됐다고 한다. 이렇듯 과일소주 업체에서 소비자의 입맛을 사로잡기 위해 꾸준히 노력하고 있는 이상반짝 뜨고 반짝 지는 주류들이 아닌, 길고 오래가는 국민 주류로 사랑받을 가능성이 더 커 보인다.

 

정리_ 정수환 선임기자 iialal91@uo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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