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구조개혁평가 결과가 발표됐다. 우리대학은 B등급을 받았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우리대학 커뮤니티 ‘서울시립대광장’과 ‘대나무숲’에는 학교를 비판하는 글이 올라왔다. 거의 모든 서울권 대학들이 A등급을 받은 상황이기에 교직원부터 총장까지 모두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 심지어 반값등록금도 B등급의 원인으로 지목받았다.

A등급을 받지 못한 대학을 비난하는 목소리 속에 교육부를 비판하는 목소리는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하지만 대학구조개혁평가에서 A등급을 받는 것이 과연 우리대학에 얼마나 좋은 결과를 가져올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대학구조개혁평가는 교육의 질에 대한 평가라기보단 교육부의 정책을 얼마나 충실히 따랐는지 평가하는 것에 가깝다. 이는 평가 지표에서 명확히 드러난다. 학점기준을 엄격히 하고, 취업을 위한 프로그램을 운영해야 좋은 평가를 받는다. 기숙사 수용률과 등록금 인하노력, 재단의 비리는 평가하지 않는다.

지금과 같은 여론이 이어진다면 우리대학은 이어질 2018년, 2021년 대학구조개혁평가에서 어떻게든 A등급을 받고자 할 것이다. A등급을 받기 위해서는 교육부의 정책을 충실히 따를 수밖에 없다. 재수강제도가 개편되고, 학점기준을 엄격히 해서 교육부에게 A등급을 받으면 교육의 질이 올라갈까. 대학이 아닌 취업학원이 되어 A등급을 받았다 한들, 우리대학이 ‘좋은 대학’이라고 당당히 말할 수 있을까.

물론 학교가 비판받아야 할 점이 분명히 있다. 전임교원확보율을 높이겠다며 전임교원을 늘리는 것이 아니라 시간강사를 줄이고 대강의를 늘려 1000학점을 줄인다거나, 전국 최저 수준의 기숙사 수용률, 많은 학생들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명확한 해결방안 없이 강행된 중앙도서관 개방에 대해서는 분명히 목소리를 내야 한다. 하지만 이번 대학구조개혁평가에서, 대학은 가장 먼저 비판받아야 할 대상이 아니다.

애초에 대학의 등급을 나눠 정원감축을 권고하지 않아도 여러 ACE사업 등 여러 재정지원사업을 통해 대다수의 대학이 이미 인원감축을 결정했던 상황이었다. 그럼에도 교육부는 굳이 모든 대학의 등급을 나눴다.

이제는 대학이 아닌 교육부에게 질문을 던져야 할 때다. “교육부는 재정지원과 정원감축을 무기로 대학에게 교육부의 정책을 강요하지 말라”는 목소리가 필요하다. 이번 논란에서 대학을 향한 목소리는 근본적인 문제를 피해갈 뿐이다.


윤진호 미디어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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