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을 여행하면서 벌어졌던 일이다. 계속 독일 북서부에 있는 에센에서 머물다가 킬이라는 도시로 여행을 가게 되었다. 먼저 함부르크에 도착해서 킬로 가는 기차로 갈아타는 여정이었다. 유럽에서 기차여행을 하다보면 기차들이 자주 연착을 해서 불편할 때가 있는데 그 날도 예상대로 갈아타는 시간 여유 20분을 모조리 소진하고 기차는 에센에서 출발하였다.

킬로 가는 기차로 가족들과 함께 뛰는데 아내가 가방 하나를 들고 내가 20kg이 넘는 두 개의 가방을 들고 있었다. 기차는 매우 붐볐고, 이미 연착을 한 상태여서 그런지 사람들이 타고 있는데 출입문이 닫히려고 했다. 가족들은 기차에 모두 탔는데 나는 기차에 아직 타지 못한 상황. 삐삐삐 소리가 나면서 출입문은 닫히고, 짐들은 무겁고, 나는 완전히 패닉상태에 빠졌다.

이 때, 어떤 외국 사람이 내 짐 가방 하나를 들어서 기차 위에 놓아주었고 나는 “Thank you”를 연발하며 기차에 오를 수 있었다. 무사히 기차에 오른 다음 간신히 가족들과 자리를 겨우 찾아서 앉은 다음, 주머니에 손을 넣은 순간 ‘아차! 지갑이 없었다!’

맞다. 바로 나를 도와주었던(?) 그 외국사람이 소매치기였고 난 그 녀석에게 Thank you를 연발한 것이다. 보통 외국에 가면 만원 정도를 내고 선불폰을 사용하게 되는데 킬로 가는 기차 안에서 카드를 정지하려고 한국으로 국제전화를 거니까 급속도로 요금이 부과되어서 상담원이 받으면 바로 통화가 끊겼다. 내 전화와 아내 전화로 모두 카드 정지를 시도하다가 ARS “개인회원은 1번, 법인회원은 2번”만 듣고 결국 신용카드는 정지하지 못했다. 덕분에 킬 기차역에 있는 독일 경찰서에 가서 국제전화로 신용카드 두 장을 정지시키는 색다른 경험을 하였다. 지갑을 잃어버린 후에 카드 정지도 못하고 킬로 가는 기차안에서 얼마나 기분이 우울했는지 지금도 기억이 생생하다.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난 지금, 그 도난사건은 내 인생에서 생긴 여러 일들 가운데 아무것도 아님을 느낀다. 누구나 살면서 여러가지 일들을 경험하게 되고, 죽고 싶을 만큼 괴로운 일들이 생길 때도 있다. 나 역시도 이 정도 사건 말고도 우연히 벌어진 나쁜 사건들이 많이 기억난다. 하지만, 돌이켜보면 내가 오랜 시간 노력했던 것들, 그리고 많이 고민해서 내렸던 결정들이 쌓이고 쌓여서 내 인생에 큰 영향을 주게 될 뿐, 내가 의도하지 않게 벌어졌던 나쁜 일들은 결국 스쳐 지나가게 됨을 느낀다.

내가 중요하다고 생각했고, 그것 때문에 내 인생이 망쳐진다고 생각되었던 많은 일들이 사실 전혀 중요하지 않은 일이라는 것도 알게 된다. 당연히 중요한 일이 별로 많지 않다는 것도 발견하게 된다. 즉, 우리 인생에는 아주 중요한 몇 가지 것들이 있고 ‘Nothing else matters’이다.

마지막으로, 좋아하는 메탈리카의 가사를 인용하고 글을 마칠까 한다.
“삶은 우리의 것, 우리의 방식대로 살아갑니다. 다른 것은 중요하지 않아요.”

“Life is ours. We live it our way. Nothing else matters.” 


김영길(전기전자컴퓨터공학부 교수)

저작권자 © 서울시립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