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여러분에게 묻고 싶다. “당신에게 영화는 무엇입니까?”흔히 애인과 데이트할 때 즐기는 오붓한 시간, 또는 별로 할 일이 없거나 심심할 때 시간을 때우는 수단, 혹은 모처럼 가족과 함께 하는 나들이 코스 등으로 생각할 것이다. 물론 자신이 좋아하는 배우·감독·장르의 영화를 열정적으로 찾아보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이상한 것은 영화를 본 사람들이 정작 영화에 대해서는 별로 이야기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영화가 끝난 다음 사람들이 나누는 대화를 들어보면, 인상적이었던 대사나 장면, 배우의 연기, 영화의 스토리에 대한 만족이나 불만족 등의 짧은 단상에서 끝난다. 물론 방금 본 영화가 너무 볼품없어서 더 이상 생각하고 싶지 않은 경우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훌륭한 작품을 보고도 그 영화에 대해 깊이 생각하거나 이야기하지 않는 것은 이상한 일이다.

어떤 이들은 비웃으면서 말할 것이다. “영화는 재밌으면 됐지”, “결국 영화는 비즈니스야”. 내게 이 말은 영화라는 예술이 하찮은 흥밋거리나 돈벌이 수단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처럼 들린다. 빛과 색을 조절하고 사운드를 조합하여 인간의 언어와 몸짓을 카메라의 테크닉을 통해 담아내는 이 종합예술이, 시시한 흥밋거리와 화려한 볼거리에 현혹되고, 돈에 눈이 먼 사람들에 의해서 점점 망가지고 있는 현실이 그들에겐 보이지 않는 걸까? 관객들이 생각하기를 멈추고 영화를 보고도 침묵할 때, 결국 점점 망가지는 것은 우리가 보는 영화들이다.


추병진(도사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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