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대문구에 거주하는 자취생 김민진(22) 씨에게 현관문에 붙은 관리비 청구서는 항상 의문의 대상이다. 가스비, 전기세를 제외한 관리비는 5만원이다. 집주인은 관리비에 청소비나 인터넷 사용료, 수도세 등이 포함된다고 했다. 지난 2년간 김 씨는 복도 청소를 한 것도 공동 정수기 필터를 교체한 것도 본 적이 없어 어리둥절 했다. 관리비에 어떤 항목이 포함되는지, 관리는 어떻게 이뤄지는지 궁금했지만 이내 참기로 마음먹었다. 주인 아주머니의 까칠한 모습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대통령직속 청년위원회(이하 청년위)에서 지난 1월에 실시한 ‘대학생 원룸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수도권에 거주하는 대학생 세입자 중 77.6%가 관리비를 납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중 43.3%의 학생들은 관리비 납부에 부담을 느꼈으며, 37.5%의 학생들은 관리비가 실제보다 많이 징수된다고 생각했다.

이 밖에도 44.6%에 해당하는 자취생들이 집주인으로 인해 피해를 경험했다고 응답했다. 피해 내용으로는 ▲수리 거부 ▲보증금 부담 차감 ▲계약서와 다른 실제 환경 등이 포함됐다.


관리비, ‘제2의 월세’

원룸 관리비의 경우 『주택법』이나 『공동주택관리법』의 적용을 받지 않는다. 이로 인해 세입자들이 관리비 내역을 알 수 없거나 같은 주택의 건물이라도 관리비가 다르게 책정되는 등 여러 문제점이 나타났다.

『주택법』에서는 “관리비등의 납부 및 공개 등”을 규정하고 있지만 이는 300세대 이상의 공동주택을 대상으로 한다. 『공동주택관리법』에서는 “관리주체의 회계감사”를 규정하지만 이 역시 300세대 이상의 공동주택만을 포함하고, 특수한 경우 150세대 이상의 공동주택을 의무관리대상으로 포함한다. 이러한 제도의 사각지대를 이용해 집주인들은 별다른 기준을 따르지 않고 관리비를 청구했다. 결국 관리비는 관리를 위한 비용이 아닌 제2의 월세가 됐다. 부동산 중개업자 A(45) 씨는 “같은 건물 내에서도 관리비가 다르게 책정되는 경우가 많다. 관리비는 주인이 자의적으로 결정할 수 있기 때문에 계약 시기나 상황에 따라 다르게 책정된다”고 말했다.

공동주택 관리의 투명성을 제고하기 위해 서울시에서 발표한 ‘공동주택관리에 관한 조례안(이하 조례안)’이 지난 7월 시의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조례안에 따르면 주택법상 의무관리대상에서 제외된 300세대 미만의 공동주택도 소유자 및 세입자의 30% 이상이 동의하면 감사를 허용하도록 했다. 하지만 이 조례안 역시 30세대 이상의 공동주택을 대상으로 해 소규모 건물에 거주하는 대학생들은 여전히 제도적 보호에서 소외됐다.

 

관리, ‘세입자 몫’으로

많은 대학생 세입자들은 관리비를 지불하고도 제대로 된 원룸 관리를 받지 못하고 있다. 청년위 조사 결과에 따르면 대학생 세입자의 26.8%가 수리요청을 거부당했고 12.3%가 부당한 보증금 차감을 경험했다.

정영진(23) 씨는 지난해 살던 집의 냉장고와 세탁기가 고장났지만 집주인이 수리해주지 않아 많은 불편을 겪었다. 정 씨는 “검사 결과 고장의 원인이 기계의 노후화 등 세입자의 과실이 아닌 외부요인으로 판명돼 집주인에게 수리를 요청했지만 집주인은 이를 거부했다. 당장 생활하기가 힘들어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내 돈 내고 수리했다”며 억울함을 표했다. 정 씨의 수난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냉장고 모터가 고장난 것이다. 정 씨는 수리를 하지 않고 계약을 끝냈다. 계약이 끝나고 보증금을 받을 때 정 씨는 보증금에서 냉장고 수리비가 차감된 것을 확인했다.

『민법』 제623조에 따르면 세입자에게 특별한 과실이 없을 시 일반적으로 집주인이 관리물의 수리·수선 의무를 가진다. 법률사무소 세정의 오세풍 변호사는 “세입자는 집주인의 수선 의무 불이행을 이유로 계약을 해지할 수 있고 세입자가 시설물에 관하여 보존·수선 등을 위한 비용을 지출한 경우에 집주인에게 비용상환청구를 할 수 있다”며 대처법을 말했다.

하지만 대학생 세입자들이 이러한 대처를 하기는 쉽지 않다. 정 씨는 “수리비가 크지 않아 번거롭게 청구 소송을 하기보다 그냥 넘어가게 된다”며 현실적 어려움을 전했다.   


원룸 관리 문제 나아질 수 있을까

비용적인 부담으로 인해 법적 분쟁을 힘들어하는 대학생들에게 법률 사무소 세정의 오세풍 변호사는 대한법률구조공단에서 도움을 받을 것을 추천했다. 대한법률구조공단에서는 소송서류 작성이나 법률상담을 무료로 제공한다. 이곳에서 소송 대리인으로 변호사를 선임할 경우 대법원규칙에서 정한 변호사 비용의 30% 정도만 공단에 납부하면 된다.

서울시는 민간 주거분야에서 나타나는 여러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지난 6월 ‘주거관리분야 공공혁신방안 기자설명회’를 개최했다. 도시재생본부 진희성 본부장은 원룸 관리 분쟁 해결을 위해 원룸관리비 기준표와 표준임대차계약서 예시를 마련할 계획임을 밝혔다. 진 본부장은 “많은 주민들이 거주하는 공간에 대한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관리에 초점을 맞춘 제도가 필요한 시점”이라며 “공공의 노력에 시민들의 관심과 참여가 더해져 올바른 주거관리문화가 정착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최진렬 기자 fufwlschl@uo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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