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세월호 1주기 추모행사가 열린 광화문과 서울시청 일대에는 수많은 대학생들이 모여들었다. ‘과잠’을 입은 대학생도 많았고 소속 대학이나 단체를 적은 깃발도 보였다.

당시 시위에 참여한 대학생 중 일부는 “혹시 연행되면 어떡하느냐”는 대화를 나눴다. 증거를 확보하기 위한 경찰의 채증용 카메라가 곳곳에서 시위참가자들을 촬영했고, 실제로 일부 대학생이 연행되기도 했다. 현장에서 연행되지 않더라도 채증용 카메라에 찍혀 이후에 소환장을 받기도 했다. 『집회 시위에 관한 법률』(이하 집시법)을 위반했다는 이유였다. 하지만 집시법의 과도한 적용에 대한 논란은 이전부터 계속돼왔다.

▲ 기자회견에 참여한 성공회대 학생들
▲ 퍼포먼스를 진행하는 모습

집시법의 과도한 적용 논란

집시법은 ‘집회 및 시위의 자유를 최대한 보장하고 위법한 시위로부터 국민을 보호하기 위한 법’이다. 따라서 ‘명백한 폭력, 재물·인명 손괴가 발생한 경우’에만 집회를 제한 할 수 있다. 하지만 크고 작은 집회나 시위가 열릴 때마다 경찰이 집시법을 자의적으로 해석해 과도하게 집회 및 시위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그 중에서도 특히 수백만원에 이르는 과도한 벌금은 경제적 여유가 없는 대학생 집회참여자들에게 큰 위협으로 다가왔다.


“돈으로 우리의 입을 막지 말라”

지난달 31일 성공회대 총학생회는 집시법의 과도한 적용으로 벌금을 부과한 것에 항의하기 위해 ‘돈으로 우리의 입을 막지 말라’는 현수막을 들고 경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기자회견에 참여한 학생들은 과도한 벌금이 사실상 집회참가자를 탄압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실제로 집회에 참여한 성공회대 학생의 벌금은 총 28건, 2690만원에 이른다.

학생들이 기자회견 자리에 선 이유는 저마다 다양했다. 세월호 추모집회에 참여했다가 채증 사진만을 근거로 300만원의 벌금을 선고받은 성공회대 이동제 총학생회장은 “3포, 5포, 7포 세대를 넘어 n포 세대까지 온 대학생에게 벌금형은 가만히 있으라는 강요나 다름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하지만 주저하지 않고 아프고 병든 사회를 함께 연대하고 치유하는데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자신을 ‘최저임금 받는 알바노동자’라고 소개한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김은하 씨는 격앙된 목소리로 “수백만원의 벌금을 벌기 위해선 ‘햄버거 세트 나오셨습니다’를 수백 번 외쳐야한다”며 현실적 어려움을 말했다. 이어 “저임금 받는 알바노동자는 저항하기도 참 힘들다. 권력은 왜 저항하는 약자에게 날카로운 칼을 들이대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밀양 송전탑 공사 관련 집회에 참여했다가 200만원의 벌금을 선고받았다는 성공회대 사회과학부 이장원 회장은 “벌금을 내지 못해 계속해서 독촉장을 받고 있고 3차 독촉장까지 받은 이후에는 지명수배 될 것 같다”며 절박한 상황을 설명하기도 했다.

학생들의 입에서는 ‘노역’이라는 단어가 심심찮게 나왔다. 과도한 벌금을 낼 방법이 없으니 교도소에서 노역을 하는 것이 나을지도 모르겠다는 말이다. 차라리 감옥에 가는 것이 낫다고 생각할 만큼 벌금에 대한 부담이 크게 느껴진 것이다.

기자회견 이후 퍼포먼스도 진행됐다. 한 대학생이 노란 종이배를 들고 “가만히 있지 않겠다”는 구호를 외치자 검은 양복을 입은 사람들이 돈 문양이 그려진 마스크를 씌웠다. 그러자 주변에서 다른 학생들이 다가가 입을 막고 있는 마스크를 떼 주고 모두 함께 구호를 외치며 퍼포먼스는 끝났다.

한편 퍼포먼스를 진행하는 학생들 맞은편에 서 있던 경찰은 계속해서 “구호를 외치지 말라”고 경고했다. 기자회견 중에 구호를 외치면 안 된다는 이유였다.


글·사진_ 윤진호 기자 jhyoon2007@uo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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