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를 지나다니다 보면 건물의 벽면을 식물들이 뒤덮고 있는 모습을 본적이 있을 것입니다. 건물의 벽면에서 담장의 외관까지 식물들이 자라는 것을 보면 신비롭기도 하고 또 편안한 마음이 들기도 합니다. 이 식물의 정체는 무엇일까요?

▲ 벽을 따라 자라는 담쟁이 넝쿨

‘벽면녹화’가 가진 매력

다량의 식물이 벽면을 타고 자라도록 식재한 것을 ‘벽면녹화’라 합니다. 벽면녹화는 건물 내부의 온도를 낮춰주고 관리에 비교적 적은 비용이 요구된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우리대학 박물관, 자연과학관, 대강당 등의 건물에서도 벽을 타고 자란 식물들의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벽면녹화에 쓰이는 식물의 대부분은 담쟁이 넝쿨류에 속합니다. 줄사철, 송악, 미국담쟁이 등이 여기에 해당합니다. 흡착형 식물에 속하는 담쟁이 넝쿨은 건물 벽면 뿐 아니라 각종 울타리, 콘크리트 옹벽 및 석축 등에서도 잘 자란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이 식물들은 특성상 거의 모든 표면에 부착한 상태로 생존이 가능하므로 다양한 건축물디자인에 활용되기도 합니다. 일반적으로 이런 벽면식물들은 보조재료 없이도 직접 벽면과 맞닿은 채 벽을 따라 자랍니다. 또 벽면의 표면이 거친 재질이어도 부착되기 쉽기도 하고 또 일정량의 온도와 습도만 유지되면 충분히 잘 자라기도 합니다.

벽면식물들은 키우기 쉽다는 점 외에도 많은 이점이 있습니다. 벽면을 타고 자라는 식물들은 자연순환의 기능을 할 수 있는 ‘생태면적률’을 높여 건물의 외관 분위기를 살려주고 생물종의 공동 서식장소인 ‘비오톱’을 만들기도 합니다. 이 식물들은 무엇보다도 건물의 분위기를 한층 고급스럽게 만들며 자연친화적인 이미지를 만드는 데 기여합니다.

▲ 우리대학 자연과학관의 모습

약한 건물에는 치명적 손상 입혀

그런데 이렇게 좋기만 한 줄 알았던 벽면식물이 건물의 수명을 줄일 수도 있다고 합니다. 담쟁이 넝쿨이 돌틈으로 뿌리를 내리고 그 틈을 통해 건물에 물이 새어 들어가면서 벽면을 훼손시킬 수 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충남 서산의 문화재인 해미읍성 성벽은 담쟁이넝쿨로 인해 위험에 처하기도 했습니다. 해미읍성의 일부 성벽에는 가운데 부분이 돌출되는 '배부름 현상'이 나타나고 있었습니다. 배부름 현상이란 벽면의 가운데 부분이 배가 불룩한 것처럼 튀어나온 모양을 말합니다. 전문가들은 성벽을 둘러싸고 있는 담쟁이넝쿨이 배부름 현상의 원인인 것으로 판단했습니다. 오랜 기간 담쟁이 넝쿨 줄기가 성벽 내부까지 서서히 파고들면서 정교하게 쌓였던 내부 석축들이 조금씩 밀려나왔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입니다.

전문가들의 성곽에 대한 정밀실측과 구조안전에 대한 검토가 이뤄진 이후 담쟁이넝쿨을 제거할 필요가 있다는 결론이 나왔습니다. 이에 따라 지역주민들과 전문가들이 넝쿨 제거와 구조안전진단 작업을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두껍게 자란 담쟁이 넝쿨을 제거하는 것도 쉽지는 않았다고 합니다.

해미읍성뿐만이 아닙니다. 외벽이 약한 문화재나 건축물의 경우 담쟁이넝쿨로 인해 벽에 손상을 입기도 합니다. 제주시에 위치한 ‘제주성지’도 담쟁이 넝쿨로 인해 비슷한 피해를 입곤 했습니다. 당장 큰 피해는 없지만 방치하면 문화재 훼손이 불가피할지도 모르는 일입니다. 이를 경계하기 위해 전문가들은 문화재 관리자들에게 담쟁이 넝쿨을 없애라고 권고하고 있습니다. 겉보기에는 고풍스러워 보이지만 목재와 석조건물을 위태롭게 할 수도 있는 담쟁이 넝쿨. 보기에 운치가 있다고 그냥 두면 심각한 결과를 빚을 지도 모르겠습니다.


글·사진_ 박미진 기자 mijin3490@uo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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