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상소감을 쓰려니 괜히 무지 슬퍼집니다. 고마운 사람들 연락이 끊겨버린, 보고 싶은 사람들 제가 상처 준 사람들이 다 생각나서 그렇습니다.

저는 사람들과 가까이 지내고 싶은 사람인데 시간이 지날수록 뜻대로 되지 않습니다. 수시를 준비하고 있는 요즘, 더 그렇습니다. 

언제나 늘 ‘사람’을 그리워하는 저는 글에 그 마음을 담았습니다. 고마운 사람들에게서 배운 따뜻함을, 연락이 끊겨버린 보고 싶은 사람들에게서 배운 그리움을, 제가 상처 준 사람들에게서 배운 후회를 있는 그대로 드러내려 했습니다. 『세탁소에 제비가』도 ‘사람’ 하나만을 이해하자는 생각으로 열심히 썼습니다. 그 진심이 조금이나마 심사위원분들께 전달이 되어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관계에 대해 회의감을 느끼는 제게 ‘사람’과 조금 더 가까워질 수 있는 기회를 주셔서 감사합니다.

제가 무턱대고 부딪치고 있는 꿈을 믿어주시는 부모님, 오빠 감사합니다. 부모님과 오빠가 없었더라면 저는 매순간 포기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을 겁니다. 저의 모든 것의 원동력이 되어주는 부모님과 오빠. 평소, 무뚝뚝하게 굴어 죄송합니다.

1학년 때부터 지금까지 한없이 모자란 저를 발전시켜주신 배미숙 선생님 감사합니다. 수십 편에 달하는 제 작품을 보며 얼마나 힘드셨을까요. 『세탁소에 제비가』도 선생님의 도움이 아니었다면 다듬어지지 않았을 겁니다. 선생님이 생각하는 것보다 한참 더, 제게 선생님은 큰 존재입니다. 앞으로도 사람을 사랑하는 건강한 마음으로 열심히 쓰겠습니다.

그리고 여름에는 끈적하고 덥고 겨울에는 건조하고 발 시린 파트실에서 함께 글을 쓰고 있는 소설A파트 친구들. 정말 감사합니다. 사실 저는 친구들의 글을 볼 때마다 제 자신이 부끄러워지고는 합니다. 제가 못한 생각을 하고 제가 깨닫지 못한 사실을 들춰내는 것을 보면 늘 놀라고 발전해야겠다는 생각을 뼈저리게 합니다. 제가 글을 쓰고 고치는 과정을 무한히 반복하는 힘도 아마 그곳에서 나왔을 겁니다. 앞으로 조금만 더 힘내자고 하고 싶습니다.

문예창작과 30기 친구들, 그리운 중학교 친구들, 선생님들 감사합니다.
앞으로 더 열심히 읽고 생각하고 쓰겠습니다. 지금처럼 한결같은 마음으로, 지금과는 다른 수준의 글을 쓰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안녕하세요. 이번 서울시립대 문화상에 당선된 삼성고등학교 3학년 박주은 입니다. 우선, 심사해주신 심사위원 분들과 항상 펜을 잡을 수 있도록 주위를 비춰주시던 부모님께 감사드립니다.

『걸리버 여행기』의 배경은 고성 상족암 공룡 해안길 입니다. 공룡이 지나간 발자국이 고스란히 보존되어 있는 곳입니다. 그 커다란 발자국을 보면서 거인의 흔적이라고, 또 저에게 있어 거인은 곧 아버지라고 생각했습니다.

아직 부족한 점이 여실히 드러나는 작품인데도 불구하고, 이렇게 큰 상을 받게 되어 영광스럽습니다.

제가 처음 시를 쓰게 된 것은 고등학교 1학년 교내백일장에서 였습니다. 그 때 처음 시와 마주쳤지만, 용기있게 손을 내밀기 까지는 꽤 오랜시간이 걸렸던 것 같습니다. 시는 제게 낯설고 멀기만 했습니다. 잡힐듯 잡히지 않았고, 가끔은 형태조차 희미해져갔습니다.

혼자 시를 써오며 벽에 부딪히는 날도 많았고 자책하는 날도 많았습니다. 하지만 결국 무거운 무게를 짊어지게 한 것도, 또 그 무게를 감내하며 이겨낼 수 있게 한 것도 시였습니다. 시가 항상 제 곁을 지키고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습니다. 수많은 백일장과 공모전에 참여하면서도 잘 하고 있는 것인지에 대한 의문이 멈추지 않았었습니다. 수상에 큰 의미를 두지 않으려고 부던히 노력했지만, 마음 한 켠에서 두려움이라는 세글자를 지울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노력 끝에 이렇게 뜻밖의 좋은 결과를 얻게 된 것은 저의 진심이 닿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지치지 않고 계속 써 나가라는 뜻으로 받아들이겠습니다.

저의 긴 여행기에 있어서 이번 서울시립대 문화상이 중요한 지표가 될 것임을 믿습니다. 대학에 진학한 후에도 창작활동을 멈추지 않고 부지런히 하여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시를 쓰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덜 감긴 눈구멍”에 대해 얘기를 해 보고 싶었습니다. 한국지리 선생님의 눈동자를 바라보며 그런 생각을 했습니다. 연세가 많으신 선생님의 눈은 항상 눈두덩에 파묻혀 검은색 눈동자만 살짝 보일 정도로 눈구멍이 조그맣게 나 있었습니다. 마치 눈을 뜨고 있다기보단 덜 감은 것 같아 보였습니다. 그 이야기를 『백야』라는 시에 털어 놓았습니다. 상을 받는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한국지리 선생님 생각이 제일 먼저 났습니다. 이 자리를 빌어 선생님께 감사의 말씀을 전하고 싶습니다.

제게 ‘눈’을 바라보는 방법을 가르쳐주신 분도 계십니다. 원래 저는 다른 사람의 눈이든, 동물의 눈이든 눈이라면 똑바로 바라보질 못하는 사람이었습니다. 눈을 똑바로 바라보면 실례가 된다고 생각했었고, 또 그런 제 눈을 구태여 계속 봐 주는 사람도 없었습니다. 하지만 그 분은 제가 고개를 돌리더라도 계속 저와 눈을 맞추려 해 주셨습니다. 그러다보니 저도 자연스레 그 분의 눈을 바라보게 되었고, 곧 다른 사람과 말을 할 때 눈을 바라보는 버릇이 생겼습니다. 그래서 “덜 감긴 눈구멍”에 대한 포착도 가능하지 않았을까, 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저에게 눈을 바라보는 방법뿐만 아니라 시와 문학과, 그리고 더 많은 것들에 대해 가르쳐 주신 주원익 선생님께 감사를 드리고 싶습니다.

시를 다시 읽어보니 시에 등장하는 시각장애인 할아버지와 지금의 저와 같은 처지에 놓여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저는 아직 사회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모르는 고등학생입니다. 대학 입시와 어른이 되는 일을 앞두고 있습니다. 어른이 될 때까지, 어른이 되어 사회를 잘 알기까지 앞으로 겪을 일들을 ‘백야’라고 표현하고 싶습니다. 저의 까만 밤이 하얀 밤으로 변할 때까지, 지금까지도 같이 잘 버텨줬지만 서로 정서를 공유하며 함께 할 안양예고 문예창작과 30기 우리 반 아이들, 특히 같은 파트실에서 같이 시를 쓰고 읽으며 많은 걸 나눠 온 우리 시B파트 아이들에게 커다란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더불어 앞으로도 함께 하자는 실례의 말도 전하고 싶습니다. 옆에서 제 인생을 함께 살아와 준 부모님, 동생들, 부족한 저를 포기하지 않고 이끌어 주시는 윤한로 선생님, 김유미 선생님, 배은별 선생님께도 항상 감사하고 있습니다.

언젠가 어른이 되고 나서, 이 수상소감을 어쩌다 우연히 꺼내 읽은 후에 얼굴을 붉히게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때도 제가 계속 문학의 곁에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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