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시 부문 본심에 올라 온 작품들에서는 자신이나 주변 사람들의 아픔이나 슬픔에 관심을 기울인 것들이 유달리 많았습니다. 그래서였는지, 본심을 진행하는 동안 심사자의 뇌리에는 우리는 기쁨과 슬픔 가운데 어느 것에 더 많이 의지하면서 세상을 살아가는 것일까, 기쁨과 슬픔 중에서 어느 것이 더 시와 친연한 것일까라는 물음 아닌 물음들이 불현듯 던져지곤 했습니다.

기쁨이나 슬픔 중 어느 하나만이 시에 관심을 담아 내는 통로가 될 수는 없을 것입니다. 그래서 기쁨이나 슬픔 가운데 어느 것을 통로로 삼느냐보다는 그 통로가 진정성과 포용력을 어느 정도로 지니고 있느냐가 더 중요한 문제일 것입니다. 어느 시인이 그랬던가요, 슬픔이 지닌 힘을 통해 슬픔을 극복해 낼 수 있다고. 그렇습니다. 슬픔이 이처럼 슬픔을 극복하는 힘이 될 수 있음도 실은 그것이 내면적 진정성과 포용성을 지니고 있을 때일 것입니다. 특히나 그런 진정성과 포용성이 말과 말의 어울림 속에서 우리에게 어떤 울림을 가져다 줄 때일 것입니다.

이번 본심에 오른 작품들은 그 수준이 고른 편이어서 수상작을 선정하기가 쉽지는 않은 일이었습니다. 그렇지만 시에 담겨진 관심의 진정성과 포용성, 그것들의 감동으로의 이어짐 등을 고려하여 고심 끝에 『걸리버 여행기』를 당선작으로, 『백야』를 우수작으로, 그리고 『소금 꽃』과 『책』을 가작으로 선정하여 세상에 내 보냅니다.

당선작 『걸리버 여행기』는 아버지의 부재로 인한 아픔을 우화적 상상력과 결합하여 펼쳐 냄으로써 내면적 진정성과 포용력을 잘 담아 내고 있습니다. 특히 그런 진정성과 포용력을 말과 말의 어울림을 통해 잘 형상화하여 읽는 이에게 깊은 울림을 가져다 줍니다. 이에 비해 『백야』는 시각장애인 할아버지에 대한 통찰이, 『소금 꽃』은 염전 일을 하는 사람들이 지닌 슬픔에 대한 공감이, 『책』은 책을 대상으로 한 독특한 상상력이 돋보이는 작품입니다. 그렇지만 그런 통찰과 공감과 상상력이 감동으로 이어지는 정도가 당선작보다 크지는 않아 보입니다.  

올해에도 서울시립대학교 문화상 시 부문이 성황을 이룰 수 있도록 응모를 해 준 학생들에게 감사를 표합니다. 그리고 수상을 한 학생들에게는 축하의 말을, 수상을 하지 못한 학생들에게는 위로의 말을 건네면서 모두의 분발과 정진을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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