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 응모한 소설작품들 가운데에는 고교생들 자신의 생활에서 소재를 구한 것이 여럿 있었다. 이런 소재를 가지고 작품을 쓰면 디테일이 생생하고 주제가 선명하다는 장점을 확보할 수 있다. 반면 상식적인 수준을 넘어서기 어렵고 단순성의 함정에 빠지기 쉽다는 것이 약점으로 작용한다. 이 범주에 속하는 이번의 응모작들도 그와 같은 한계를 넘어서지 못했다.

그런가 하면, 문명비판과 같은 거대한 주제에 도전하면서 알레고리의 방법을 활용한 작품들도 여러 편 있었다. 이런 방향으로 나아가면 자유롭고 활달한 상상력을 발휘할 수 있지만 그 대신 윤곽이 모호하고 초점이 불분명한 태작을 만들 위험이 크다. 이 범주에 속하는 이번의 응모작들은 그런 위험을 피해 가지 못했다.

이번에 응모한 작품들 중 비교적 나은 수준을 보인 것들은 흥미로운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그 작품들 모두가 주인공을 20대 혹은 30대 정도의 젊은 세대로 설정하고, 그들의 고민과 갈등을 주축으로 하여 소설을 전개해 나가고 있는 것이다. 이런 방향으로 나아간 소설들이 대체로 무난한 성과를 거두고 있는 데에는 그럴 만한 요인이 작용하고 있는 듯하다. 고교생들 자신과 그리 멀리 떨어져 있지 않은 세대를 다루고 있기 때문에 약간의 상상력만 발휘하면 그 인물들의 생활을 추측해 보고 그들의 내면에까지 들어가 보는 것이 그리 어렵지 않다는 점, 그러면서 고교생들 자신과는 달리 체험의 폭이 넓고 다양한 삶의 가능성이 사방으로 열려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쓰게 되기 때문에 상식성과 단순성의 덫을 피해 갈 수 있다는 점 등을 그 대표적인 요인으로 들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소설들에 나오는 주인공의 고민과 갈등이 주로 화폐와 윤리의 문제를 둘러싸고 전개된다는 것도 주목에 값하는 공통점이다. 이 문제는 매우 중요한 것임에 틀림없으며 특히 본격적인 인생의 초입에 서 있는 고교생들에게는 무엇보다 절실한 문제일 수 있다. 그런 만큼 이 문제를 다루고 있는 소설들은 대부분 그 나름의 생동감과 구체성을 확보하고 있다.

그러나 이처럼 뚜렷한 공통점을 보여주면서 각자 그 나름의 생동감과 구체성을 확보하고 있는 여러 편의 작품들을 놓고 새삼 ‘당선, 우수, 그리고 가작’이라는 명칭 아래 순위를 정해야 하는 심사의 작업은 상당히 힘든 것이었다. 작품들간의 우열이 선명하게 드러나지 않았다는 뜻이다.

한참 동안이나 고심한 끝에, 결국 『세탁소에 제비가』를 당선작으로 결정하였다. 이 작품이 다른 소설들에 비해 세상을 보는 복합적인 시각을 더 선명하게 확보하고 있다는 점을 높이 평가한 결과이다. 이른바 조직폭력배들이 보여주는 벌거벗은 폭력과 체인이라는 이름 아래 군소 세탁소들의 존립을 위협하는 보다 세련된 형태의 폭력을 나란히 제시하고 그 각각으로부터 피해를 당하고 있는 사람들간의 유대를 확인시키는 것으로 결말을 맺은 것은 세상을 보는 작자의 안목이 범상하지 않음을 입증한다. 그리고 『안전제일』의 경우, 가작에 머무른 두 작품보다 디테일의 밀도가 앞선다는 점을 감안하여 우수작으로 선정하였다.    

저작권자 © 서울시립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