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정부의 통제에서 자유로워지기 위해 자체검열을 하고, 자신의 표현의 자유를 좀 더 확보하기 위해 야민정음을 사용했다. 하지만 최근 검열을 피해 자신의 입장을 내놓기 위한 신조어 외에도 새로운 유형의 유행어가 생겨나고 있다. 바로 우리 사회에서 만연하게 발생하는 검열을 비하하고 조롱하기 위해 나온 유행어들이다. “판사님, 저는 앞을 보지 못합니다”, “이분 최소 오늘만 사는 분” 등이 바로 그것이다. 정치적 사안 등에 대해 비판한 사람의 글을 본 사람이 자신은 이와 무관하다며 ‘판사님, 저는 앞을 보지 못합니다’라는 유형의 말을 사용하고, ‘이분 최소 오늘만 사는 분’이라며 애도를 표한다. 검열에 민감한 모습을 보이며 검열 앞에 자유롭지 못하다는 것을 방증하듯 이런 말들이 우후죽순으로 생겨나고 있다.

검열에 민감해진 사람들

 김휘영 문화평론가는 “9.11 테러 이후 국가 기관에서 이메일, 페이스북 등에 대한 검열을 공공연하게 행하기 시작했다. 심지어 미국 CIA로부터 온 검열 요청에 대해 구글이나 페이스북 책임자들이 거부하지 않고 오히려 수용하고 협조했다는 사실이 드러나 전 세계를 놀라게 했다”고 말했다. 우리나라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얼마 전 카카오톡이 검열당하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많은 사람들은 검열을 피하기 위해 해외에 서버를 두고 있는 메신저로 ‘망명’을 감행했다. 국내 스마트폰 역시 보안이 취약해 도청으로 인한 검열을 당할 수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되자 아이폰의 판매량이 급증하기도 했다. 이렇게 검열에 의한 불안 속에서 사람들은 민감한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다. D(25) 씨는 “물론 내가 검열을 당할 대상이 아니란 것은 알고 있다. 하지만 이런 분위기가 형성돼 불안하고 불편하다”고 말했다.

검열,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

검열로 인해 표현의 자유가 억압되는 상황이지만, 어느 정도의 검열은 필요하다는 생각이 우리 사회에서 통용되고 있다. 국가 기관이 검열을 하지 않는다면 다수에게 위협이 되는 상황, 더 나아가 사회를 혼란에 빠트릴 수 있게 된다. 정치적 비판 등의 사안에 검열을 하는 것은 지양해야 하지만 국가 안보나 치안 유지를 위해서는 검열이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김휘영 문화평론가는 “국가가 이런 사안에 대해 검열을 하지 않는 경우 테러의 희생자로 전락해 목숨을 잃는 등의 큰 일이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외에도 IS에 가담하라는 메시지가 SNS에 게재돼 사람들이 이에 선동 당하는 등의 일도 일어날 수 있다. 이어 김 문화평론가는 “국민들이 이런 사례를 직간접적으로 확인하게 된 결과, 이제 검열을 모두의 안전을 위해서 약간의 불편을 감내해야하는 일종의 필요악으로 인식하고 있다”고 말했다.

검열로 인해 발생하는 갈등, 어떻게 해결할까

 하지만 여전히 ‘표현의 자유’에 제한을 둬서는 안된다는 입장과 검열이 어느 정도 필요하다는 입장 간의 의견 차는 좁혀지지 않고 있다. 김휘영 문화평론가는 이런 상황에 대해 “각 공동체 구성원들의 사회적 합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한다. 이어 그는 “공청회 등으로 의견을 잘 수렴해 제도적으로 입법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래야만 적절하지 않은 검열로 인한 표현의 자유 침해 및 사생활 침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런 제도가 잘 설립될 경우 사회적 안전성 확보 역시 함께 이룰 수 있다. 김 문화평론가는 “국가 기관에서 이를 악용할 경우 사법기관을 통해 책임자는 처벌을 받고, 피해자에 대한 완전한 배상이 이뤄질 수 있는 시스템도 제도적으로 완비돼야 한다”고 말했다.

정수환 선임기자 iialal91@uo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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