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민정음에 대한 논쟁은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야민정음을 쓰는 것 자체가 문제가 된다’는 입장과 ‘유행어의 일종’으로 봐야한다는 입장이 끊임없이 대치되고 있다. 이에 서울시립대신문은 야민정음이 정확히 무엇인지 알아보고 야민정음이 어떤 방식으로 유입이 돼왔는지 추적해봤다. 그리고 각각의 입장을 들어봤다. 또한 야민정음을 사용하는 이유 중 하나라고 볼 수 있는 ‘인터넷 검열’에 대해 정리해봤다. - 편집자주 -

 
착각으로 시작된 야민정음은 이제 다양하게 변형돼 사용되고 있다. 누군가에게는 혐오의 수단으로, 누군가에게는 신규 유입을 차단하기 위한 수단으로, 누군가에게는 자체 검열을 위한 수단으로, 누군가에게는 재미로 이용되는 야민정음. 야민정음은 어떤 과정을 통해 변형된 것일까?

야민정음, 야갤과 일베의 소통 수단으로 쓰이다

야민정음은 디시인사이드 국내야구 갤러리(이하 야갤)와 일간베스트(이하 일베)에서 주로 쓰이며, 이 두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많은 형태의 야민정음이 만들어지기도 했다. 해당 커뮤니티들은 정치적 논란이 자주 일어나고 특정 인물에 대한 비하가 통용되는 곳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자신만의 공간에서 자신들의 의견을 펼치던 그들에게 큰 골칫거리는 새로 유입돼 들어오는 사람들이었다. A(23) 씨는 “보통 특정 키워드 검색을 통해 새로운 사람들이 커뮤니티에 유입된다. 새로 유입되는 사람은 두 부류로 나뉜다. 커뮤니티에서 작성된 내용에 동조를 하는 사람 혹은 커뮤니티에서 하는 말에 반대를 하는 사람”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동조를 하기 위해 새로 들어온 사람들은 재미없는 발언을 할 때가 많고, 반대를 하는 사람들은 들어와서 난동을 부릴 때가 많다”고 설명했다.

이들에게 이런 사람들의 검색을 막기 위한 야민정음은 적격의 수단이었다. 비슷한 글자로 바꿔서 쓰기 때문에 해당 단어를 검색해도 검색 결과에 노출되지 않는다. 야민정음을 통해 새로 유입돼 커뮤니티 분위기를 해칠 사람들을 미리 차단한 것이다.

필터링 및 하나의 놀이 수단으로 쓰이던 야민정음은 점점 변질되기 시작한다. 대구를 ‘머구’로, 광주를 ‘팡주’로 쓰며 지역감정에 관한 논란이 일 때 야민정음이 사용된 것이다. 이후 김대중 대통령을 ‘김머중’으로, 박근혜 대통령을 ‘박ㄹ혜’로 쓰며 정치적 사안에 사용되기도 한다. 또한 세월호 유가족을 ‘윾가족’이라고 하는 등 사회적 사안에까지 야민정음은 쓰이게 됐다. B(24) 씨는 “여러 사람이 야갤이나 일베를 주시하고 있기 때문에 이용자들이 조심스러워한다. 이후 더 강력한 자체 검열의 수단으로 야민정음이 쓰이게 됐다”며 “세월호 유가족의 경우 ‘우리는 유가족을 욕한 적 없고 윾가족을 욕한 건데 왜 고소를 한다고 하냐’며 실제 고소 가능여부와 상관없이 웃어넘길 수 있다”고 말했다.

음지에서 양지로 올라온 야민정음

이렇듯 주로 특정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만 쓰이던 야민정음은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게 된다. 일반 사람들이 하나 둘씩 야민정음을 쓰게 된 것이다. 야민정음이 본격적으로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지게 된 데에는 박근혜 대통령을 ‘박ㄹ혜 대통령’이라고 쓰기 시작하면서 부터다. 현 정권을 비판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일종의 자체 검열 방식으로 ‘박ㄹ혜’라는 야민정음을 쓰게 된 것이다. 김헌식 문화평론가는 “요즘에는 정치적인 의견이나 사회적 현안에 대해 자기 의견을 표했다는 이유로 모욕죄나 명예훼손으로 처벌을 받기도 한다”며 “이런 식으로 법적 조치를 받게 되면 곤란한 상황에 처하니까 자기 검열을 하는 경우가 많아진 것”이라고 말했다.

이후 야민정음은 많은 사람에게 익숙해졌다. 귀엽다는 말의 야민정음인 ‘커엽다’는 말이 널리 통용됐다. 멍멍이를 ‘댕댕이’로 쓰는 등 일상적인 언어에서도 야민정음이 사용되고 있다. B씨는 “요즘에는 귀엽다는 이유로 야민정음이 많이 쓰이고 있는 듯하다. 어감에서 오는 중독성이 많은 사람에게 어필되고 있다”고 말했다.

야민정음을 바라보는 몇 가지 시선

야민정음이 많은 사람에게 통용된 지금, 야민정음은 어떤 평가를 받고 있을까. 일부 사람들은 트위터에서 “지금부터 야민정음이 보이면 다 블락합니다”라며 야민정음을 혐오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한 누리꾼은 “일베나 야갤과 같은 사이트에서 유래된 단어라면 어떤 단어든 혐오스럽다”며 자신의 의견을 밝혔다.

김헌식 문화평론가는 “야민정음 사용자들은 사회적 현안 혹은 정치이데올로기 등 화제가 많이 될 수 있는 사안에 야민정음을 사용하면서 반응을 유도하고 그로 인한 성취와 쾌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이어 “어감에서 오는 기분 나쁨은 듣는 이로 하여금 혐오를 유발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세월호 유가족을 ‘윾가족’이라고 하는 것에서 ‘윾’이라는 어감은 비호감을 느끼게 한다. 김대중 대통령을 ‘김머중’이라고 쓰는 것 역시 머저리라는 의미를 떠올리게 한다”고 말했다. 이런 단어의 어감은 세월호 유가족에 관심이 있거나 김대중 대통령을 존경하는 사람들에게 분노를 일으킨다는 것이 김헌식 평론가의 입장이다. 이외에도 언어파괴를 일으키기 때문에 야민정음을 싫어한다고 말하는 사람, 알아볼 수 없기 때문에 싫어한다는 사람들도 다수 존재한다.

반면 야민정음을 자신들의 의견을 표하고, 유희적으로 사용하는 데 좋은 수단이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다. 실제로 여러 SNS에서 “몰카 범죄에 대해 이상한 판결을 한 판사들에게 야민정음으로 욕하고 싶다”, “번역기에 안 걸리게 하려고 야민정음을 쓴다”는 등 야민정음을 긍정적으로 말하는 글이 자주 올라온다. 한편 C씨는 “착한 야민정음이 있고 나쁜 야민정음이 있다고 하는데 말도 안 된다고 생각한다. ‘박ㄹ혜’는 자신들이 사용하기에 좋아서 착한 야민정음이고, 그 외의 단어들은 나쁜 야민정음인가?”라며 사람들의 의견에 대해 반박하기도 했다.

야민정음,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

김휘영 문화평론가는 “한 커뮤니티 내에서 그들만의 은어를 만들어 사용하는 것을 바람직하게 보지는 않는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은어의 사용은 내부 결속에도 도움이 되고 그들만의 리그에서 각자의 존재를 확인하는 방식이기도 하기에 무작정 터부시할 성질의 것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하지만 야민정음의 경우 표현이 저속한 경우가 많다. 그렇기 때문에 야민정음을 사용하는 각 커뮤니티 이용자들이 이를 사용할 때 자신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다는 것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고 설명했다.

정수환 선임기자 iialal91@uo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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