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를 둘러싼 현실이 녹록치 않기 때문일까.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과거는 끊임없는 미화와 동경의 대상이다. 시간적 거리 때문인지 현재에서 본 과거는 흐릿해 보이기도 하고 더 나아가 순수해 보이기까지 하다. 그래서 우리 모두는 한 번씩 과거로의 시간여행을 꿈꿔 봤을 것이다.

영화 <미드나잇 인 파리>는 이런 현대인의 꿈을 주인공 ‘길’을 통해 대신 실현해 준다. 영화 제목인 미드나잇, 즉 자정은 2010년에 사는 길이 1920년대의 파리로 떠나게 해주는 마법의 시간이다. 향수 가게에 대한 소설을 쓰는 소설가 길은 약혼녀 이네즈와 그녀의 가족들과 함께 파리에 여행을 간다. 여행과 동시에 길은 파리와 사랑에 빠지게 된다. 파리의 비 내리는 거리, 파리의 밤 등 길은 파리의 모든 것과 사랑에 빠지지만 그 중 길이 가장 좋아하는 파리의 모습은 지금은 볼 수 없는 과거의 파리다.

늦은 밤 낭만을 느끼며 어김없이 혼자 파리를 걷는 길. 하지만 낭만도 잠시, 길은 곧 길을 잃는다. 파리 한복판에서 주저앉아 좌절하던 길에게 자정을 알리는 종소리가 들리고 홀연히 나타난 옛날 자동차가 어리둥절한 길을 태운다. 길은 영문도 모른 채 낯선 옷을 입은 사람들과 낯선 파티장소로 가게 된다.

파티장소에 도착한 길은 자신의 눈을 믿지 못한다. 그곳에는 피츠제럴드, 콜 포터 등 자신이 꿈꾸고 동경했던 1920년대 파리의 예술가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헤밍웨이와 피카소, 스타인을 만나며 길은 점점 흥분하게 되고 피카소의 애인 아드리아나를 보고 급기야 사랑에 빠지고 만다.

▲ 과거에서 아드리아나와 데이트를 하는 길

매혹적인 과거의 마력으로부터 자유로운 사람은 없을 것이다. 길의 이상향인 1920년대의 파리에 사는 아드리아나는 아이러니하게도 레스토랑 ‘막심’이 있는 1890년대의 파리를 동경한다. 길은 자신의 이상적 과거인 1920년대가 아닌 1890년대를 동경하는 아드리아나를 이해하지 못한다. 이상적 시대인 1920년대에 사는 아드리아나마저 과거를 동경하는 모습을 보고 길은 과거에 대한 동경이 부질없음을 깨닫는다.

<미드나잇 인 파리>는 영화 속에 나타나는 파리의 아름다운 모습만으로도 보는 사람을 즐겁게 만드는 영화다. 영화는 시작과 동시에 현재의 아름다운 파리의 모습을 보여준다. 이는 관객들로 하여금 스크린에서 한시도 눈을 떼지 못하게 만든다. 아울러 다양한 시대의 파리의 모습을 보여주는 점도 이 영화가 가진 가장 큰 매력 중 하나이다.

영화에서 보여지는 파리의 과거 모습은 너무나 아름다워 주인공이 이러한 모습에 빠지게 된다는 설정을 이해하기 어렵지 않다. 하지만 과거 역시 어느 순간의 현재이다. 현재가 있기에 과거가 아름답다. 현재 속에서 살아가는 과거. 어쩌면 현재야 말로 과거의 마력에 빠진 우리가 가장 쉽게 놓치는 보물이 아닐까.

 

최진렬 기자 fufwlschl@uo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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