빵 봉지를 바스락거리며 어떤 스티커가 들어있는지 찾아보고, 행여 내가 갖고 있는 스티커가 나오면 실망했던 기억. 이런 기억은 누구에게나 한번쯤은 있을 것이다. 포켓몬스터와 디지몬을 거쳐 케로로, 그리고 현재 카카오프렌즈에 이르기까지 빵 안에 들어있는 귀여운 ‘띠부띠부씰’ 스티커는 과거부터 지금까지 계속해서 그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장한범(25) 씨는 “빵을 좋아하는 편은 아니었지만 띠부띠부씰을 모으기 위해 빵을 샀던 기억이 있다”며 “빵은 안 먹고 버리곤 했었는데 나중에 뉴스를 보니 나 말고도 많은 사람들이 빵을 버리더라. 뉴스에서 심각하게 이를 보도하길래 그때부터 빵을 버리지 않고 먹거나 친구에게 갖다 줬다”고 말했다.

햄버거를 사면 함께 나오는 장난감 역시 요즘 가장 뜨거운 덤이다. 매달 새로운 캐릭터 장난감을 덤으로 내놓는 맥도날드의 해피밀은 사람들의 수집욕을 불태우기에 안성맞춤이다. 사람들은 이를 구매하기 위해 개시 하루 전 맥도날드 앞에 가서 줄을 서고, 자신의 지역에 장난감이 없으면 다른 지역으로 원정을 가는 등 열정적인 모습을 보였다. 이외에도 잡지보다 잡지 속의 편지지를 얻기 위해 구매했던 『Mr.K』, 『WaWa 109』 등의 잡지도 대표적인 덤의 사례다. 이렇듯 배보다 더 매력적인 배꼽인 ‘덤’은 어렸을 적부터 지금까지 우리의 구매를 결정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온라인 서점들의 반란, “이렇게 쓸 만한 덤 보셨나요”

온라인 서점들이 난리다. 알라딘, 예스24, 온라인 교보문고 등 내로라하는 서점들이 자신들만의 기획 사은품을 덤으로 내세우고 있다. 이러한 시계, 스탠드, USB, 보조 배터리 등 실용성과 심미성을 두루 갖춘 사은품을 향한 사람들의 관심은 가히 폭발적이다. 하지만 그냥 책을 산다고 해서 사은품을 얻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행사도서 1권 이상 포함 3만 원 이상 구매 시 증정’, ‘행사도서 1권 이상 구매 후 기대평을 남겼을 시 증정’ 등 서점이 제시하는 까다로운 조건을 충족해야 사은품을 얻을 수 있다. 김주리(24) 씨는 “사은품을 얻기 위해 읽지도 않는 도서를 사야 한다. 하지만 그렇게 해서라도 얻고 싶을 만큼 매력적인 사은품들이 많다”고 말했다.

사은품은 어떤 과정으로 만들어질까. 새로운 출판물이 나오면 출판사와 서점이 함께 기획을 한 뒤 사은품을 내놓는다. 교보문고 브랜드관리팀 진영균 씨는 “우리나라 출판물의 표지 디자인은 매우 우수한 편이다. 표지 디자인을 사은품에 적용했을 때 충분히 훌륭한 디자인이 나온다. 고객들의 호응도 큰 편”이라며 사은품의 매력을 설명했다. 추후 어떤 상품을 계획 중이냐는 질문에 진 씨는 “장기적인 계획을 통해 기획하는 것은 아니다. 신간이 나오면 그에 맞춰 빠르게 만드는 시스템”이라고 밝혔다.

온라인 서점들이 사은품 사업에 열을 올리고 있는 이유는 바로 도서정가제 때문이다. 도서정가제란 서점들이 출판사가 정한 도서의 가격보다 싸게 팔 수 없도록 강제하는 제도를 말한다. 진 씨는 “도서정가제 이후 이전처럼 가격 할인을 해줄 수 없게 됐다. 따라서 고객들에게 어떤 혜택을 줄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사은품 사업에 집중하게 됐다”며 그 이유를 밝혔다.

 
덤만 묶어 파는 ‘월간 부록’

덤의 인기에 힘입어 아예 덤만 따로 묶어 파는 사람들도 등장했다. 노트, 엽서, 뱃지, 스티커 등 소소한 물건들부터 때밀이수건, 모기 쫓는 향수, 팔찌 등 실용적인 물건들까지. 이 모든 것이 담겨있는 ‘월간 부록’이 그 주인공이다. ‘월간 부록’을 만든 일러스트레이터 강영민 씨는 “부록 때문에 잡지를 샀던 경험, 이 주객전도된 경험을 다들 가지고 있지 않나. ‘부록’이라는 것은 보통 서브의 개념이지만 우리는 그것을 메인으로 가져와보기로 했다”며 ‘월간 부록’을 만들게 된 계기를 설명했다.

 ‘월간 부록’이 만들어지는 과정은 모두 수작업이다. 회의를 통해 컨셉과 주제를 잡고 동시에 어떤 부록들이 들어갈 수 있을지 얘기한다. 평소 같이 작업하고 싶었던 사람, 주제에 잘 맞을 것 같은 사람들에게 부록 제작을 부탁한다. 아티스트들은 완성된 형태로 부록을 만들어주는 경우도 있고, 그렇게 하지 못할 경우 만드는 방법을 ‘월간 부록’ 편집진 측에 전달한다. 그러면 ‘월간 부록’ 편집진 측이 물건을 직접 만든다. 이후 만들어진 부록들을 모아 출판하게 된다. 종이라는 평면 안에서 이루어지는 고정된 형식(글, 사진, 그림)을 벗어나 좀 더 재미있고 입체적인 시도들을 해보고 싶었다는 강영민 씨는 “콘셉트의 신선함 덕분인지 구매하는 분들이 만족스러워한다. 우리가 만든 부록을 자유롭게 써줬으면 하는데 아까워서 못쓰겠다는 반응이 많다”며 “수작업으로 이뤄져 수량이 적은 편이긴 하지만 감사하게도 늘 매진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우리는 왜 덤에 열광할까

우리는 왜 덤에 열광할까. 먼저 제품의 품질이 비슷하다는 것이 그 이유가 될 수 있다. 서울대 소비자학과 전미영 연구교수는 “한국에서 판매되는 제품의 품질 차이가 예전만큼 크지 않다. 그러다보니 사람들이 덤까지 비교하게 된다”고 말했다. 판매되는 제품의 매력에 큰 차이가 없다보니 좋은 덤을 주는 곳을 찾게 되는 것이다. 또한 덤 제품의 품질 향상도 그 이유 중 하나다. 소비자에게 매력적으로 어필하지 못하는 덤을 제공하는 것은 오히려 그 브랜드의 가치를 떨어뜨린다. 그렇기에 기업들은 수는 적더라도 완벽한 덤을 제공하기 위해 노력한다. 못난 제품이 덤이 되는 것이 아니라, 덤 역시 하나의 완제품의 역할을 하면서 그 가치를 높이고 있는 것이다. 그 외에도 덤이 가진 희소성 역시 덤에 열광하게 만드는 요소다. 전미영 연구교수는 “덤이 희소해지고 구하기 어려워지면서 구매하는 것 자체로 다른 사람들의 부러움을 받을 수도 있는 것”이라며 덤의 인기 요인을 밝혔다.

“이제 덤은 그냥 ‘덤’이라고 함부로 폄하할 수 없는 시장의 주인공이 되고 있다. 저성장의 끝이 보이지 않는 2015년, 한방에 시장을 평정할 수 있는 ‘대박상품’에 집착하기보다 이 작은 주인공부터 다시 키워야 할 시점이다.” 서울대 소비트렌드 분석센터에서 쓴 『트렌드코리아 2015』에서 덤에 대해 평가한 내용이다. 덤의 역할은 앞으로 점점 커질 것이며 기업 역시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할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흐뭇하게 어떤 덤에 ‘취향저격’을 당할지 기다리는 것밖에 없다. 아, 그렇다고 덤을 갖기 위해 무분별한 소비를 하는 ‘호갱님’이 되지는 말자.


글·사진_ 정수환 선임기자 iialal91@uo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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