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습기자로서 취재를 하며 여러 취재원들로부터 다양한 이야기를 들었다. 그 중 나에게 가장 신선한 충격과 경각심을 가져다 준 말은 “아직 논의된 바가 없다”는 교직원의 대답이었다. 청천벽력 같은 말이었다. 충분한 논의를 거쳐 변동된 사안에 대해 취재를 해야 하는데 취재할 것이 전혀 없다는 말을 처음으로 듣게 된 것이다.

선배들에게 있는 일로만 여겼던 ‘기사가 엎어지는’ 일이 나에게 처음으로 일어난 것이다. 그 이후에도 내가 취재를 맡은 기사가 엎어지는 일이 여러 번 있었다. 처음의 충격과 긴장도 잠시뿐, 기존 아이템이 무효화 되고 나서도 새 아이템으로 어떻게든 지면이 채워지는 패턴에 점차 익숙해졌다. 이번 기사를 쓰면서 기사가 엎어지는 것에 지나치게 무감각해진 나를 발견했다.

이번에 맡은 취재도 순조롭게 나아가지 못했다. 내가 문제라고 생각한 사안은 전혀 문제가 되는 사안이 아니었고, 필요한 자료는 쉽게 구해지지 않았다. 심지어 주요 취재원인 교직원은 나의 예상과 전혀 다른 답변을 내놓았다. 이런 난관을 예상했음에도 불구하고 취재가 조금이라도 어긋나면 ‘어떤 새로운 방향으로 취재를 이어나가야 할까’라는 생각보다 ‘더 이상 취재가 불가능한 사안을 붙잡고 있지는 않은가’를 우선적으로 생각하며 순간을 모면하려하고 있었다. 기자로서 매우 부끄러운 일이다.

신문사 기자로 지낸 나의 시간은 대부분 부족함과 부끄러움으로 채워져 있다. 앞으로의 시간동안 무엇을 버리고 무엇을 더 채워야 할까. 어려운 취재에 대한 회피 방안을 우선적으로 찾는 태도를 버리고 어떤 사안이든 분석하고 꿰뚫어 보려는 태도를 갖는 것이 급선무일 듯하다.

박소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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