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집회에 참가해 구호를 외치는 교수들
故 고현철 교수의 추모식이 열렸다. 전국에서 모여든 약 1천명의 대학교수와 직원들은 지난 18일 국회 앞 거리로 나가 ‘대학의 공공성과 자율성 확보’를 외쳤다. 전국교수비상대책위원회 주최로 열린 ‘전국교수대회’에는 전국국공립대학교수연합회 외 6개 단체와 각 대학 교수회가 참가했다. 추모식이 끝난 후 교수들은 각 대학의 깃발을 들고 대학 민주화를 촉구하는 연대사를 외치며 행진했다. 이들은 집회를 마치고 새정치민주연합과 새누리당 당사 앞으로 이동해 항의방문을 하고 청와대에 민원을 접수했다.

자본의 논리에 멍든 대학 “대학을 통제하는 제도를 개혁하라”

지난달 17일 부산대 故 고현철 교수는 "총장 직선제를 유지하라"는 유언을 남긴 채 운명을 달리했다. 故 고현철 교수의 안타까운 사건이 알려지면서 대학의 자율성과 공공성을 회복하려는 움직임이 부산지역을 중심으로 전국의 각 대학에 퍼져나갔다.

교수들은 총장직선제를 비롯해 강사법, 재정지원을 내세운 대학평가, 재정회계법 등을 거론하며 신자유주의적인 교육부 정책으로 인해 대학의 자율성이 침해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교수들은 ‘9·18 전국교수대회 결의문’을 발표하고 ‘교육부는 국립대학 선진화 방안이라는 폭력적 대학정책을 철폐하라’는 내용과 함께 사학비리, 대학평가제도 및 대학구조개혁법을 규탄했다. 전국비정규교수노조 임순광 위원장은 정부의 각종 악법을 폐기하라며 삭발식을 단행하기도 했다. 전국교수대회 문계완 조직위원장은 “자본의 논리에 교육이 멍든 이후 대학의 위기는 필연적이다. 효율성이라는 미명하에 강력하게 추진하고 있는 평가들은 대학을 현 체제와 제도에 복종하게 하면서 대학교육의 근간을 뒤흔들고 있다”고 말했다.

교수들은 부당한 제도에도 반대의 목소리를 높이지 않았던 대학의 모습을 반성하는 동시에 대학 간의 연대를 강조했다. 그리스도대 이창성 교수는 “대학이 자율성과 공공성을 회복하고 제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교육부의 정책을 받아들인 채 그저 감상하고만  있어서는 안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대 김명환 교수는 “故 고현철 교수는 유서에서 민주주의의 심각한 훼손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무뎌져 있음을 지적했다. 대학의 교수들, 직원들, 학생들이 연대의 정신을 발휘해서 함께 움직여야 대학이 민주적 교육기관으로 거듭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교수들의 움직임에 공감한 학생들 “우리도 함께 나서겠다”

이날 전국교수대회에서 목소리를 낸 이들은 교수만이 아니었다. 부산대와 고려대, 한신대 학생들도 함께 집회에 참여했다. 이들은 ‘교육부의 강압적 통제를 반대한다’는 문구가 적힌 푯말을 들고 교수들과 한 자리에서 대학의 자율성 회복을 요구했다. 집회 현장에 있던 한신대 주형후(21) 씨는 “대학 자율성 회복은 모든 대학구성원들이 요구하는 바일 것이다. 부당한 정책에 대항하는 교수님들의 모습이 자랑스럽다. 학생들도 함께 힘을 보태고 싶다”고 말했다.

노성숙 교수는 “대학의 지성이 침묵하고 있다면 민주주의를 지킬 수 없다. 학생들도 대학의 위기에 대해 공감하고 있다면 다 같이 뜻을 모아야 할 것”이라 독려했다. 부산대 황석제 총학생회장은 “故 고현철 교수님의 제자로서 대학민주화를 위한 교수님의 희생을 떠올리면 가슴이 먹먹해지고 울컥한다”고 말했다. 부산대 총학생회에서는 전국 각 대학의 학생들과 연대해 전국국공립학생대회를 열겠다고 밝혔다. 실제로 지난 19일 국공립대 학생대표들이 모여 연석회의를 열었고, 다음달 2일 전국 국공립대 학생들과 함께 광화문에 모여 교육부의 정책을 반대하는 전국국공립학생대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황석제 총학생회장은 “앞으로 교육부와 대항하는 싸움에 교수뿐 아니라 학생들도 끝까지 나서서 적극 동참할 것을 약속하겠다“고 말했다.


글_ 박미진 기자 mijin3490@uos.ac.kr
사진_ 윤진호 기자 jhyoon2007@uo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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