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비상임시총회-재정회계법]

교수비상임시총회가 지난 23일 열렸다. 이번 교수비상임시총회는 최근 논란이 되었던 대학구조개혁평가와 재정회계법의 향후 대책을 모색하기 위해 열렸다. 그 중 비상임시총회의 가장 뜨거웠던 쟁점은 재정회계법 적용 방식이었다. 서울시립대신문에서는 독자들의 원활한 이해를 돕기 위해 교수비상임시총회에서 나왔던 주요발언을 쟁점별로 재구성했다. -편집자주-

 

「국립대학의 회계 설치 및 재정 운영에 관한 법률」
제2조(적용범위) ②이 법은 다른 법률에 특별한 규정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 그 성질에 반하지 아니하는 한 (중략) 준용한다.
「지방자치법」
제126조(회계의 구분) ①지방자치단체의 회계는 일반회계와 특별회계로 구분한다.

 ※본 기사의 내용은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해 회의자료와 발언을 바탕으로 재구성 됐음을 알려드립니다. 기사의 순서는 실제 발언의 순서와 다름을 알려드립니다.    


연구지원비 빼앗아간 재정회계법

강정혜(법학전문대학원) 교수: 「국립대학의 회계 설치 및 재정 운영에 관한 법률」(이하 재정회계법)로 많은 교수들이 사실상 임금체불을 당했다. 악법도 이런 악법이 없다. 위 법률의 시행령에서는 교수들에게 임금성으로 주어지던 연구지원비 약 180만원을 ‘비용’이라고 지칭한다. 그러나 연구지원비는 수십 년간 받아온 사실상 ‘급여’다. 이를 비용이라고 격하시킨 것이다. 시행령에 따르면 연구지원비는 급여보조성으로 주어선 안 되고, 통상의 업무수행은 실적으로 인정하지 않는다. 심지어 반드시 작년 회계연도 금액 내에서 예산을 편성하게 되어 증액조차 쉽게 할 수 없다. 이렇게 교수들의 목을 졸라도 되는가.

원윤희 총장: 일단 재정회계법이 적용되면 많은 문제가 발생한다. 국공립대 1만 7천 명의 교수들은 연구지원비를 급여라고 생각한다. 전국 국공립대 총장협의회에서도 여러 개선방안을 논의하고 있지만 여전히 교육부는 급여가 아니라고 말하고 있다. 종전의 연구지원비를 대체하는 교육·연구 및 학생지도 비용도 마찬가지다. 교육부는 급여가 아니라고 하지만 반대로 국세청에서는 급여라고 말하고 있다. 국세청에 교육·연구 및 학생지도 비용을 어떻게 과세해야 할지에 대해 묻자 이를 ‘근로소득’으로 본다는 답변을 들었다. 교육부와 국세청의 법적근거가 서로 다르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상당히 많은 대학들이 불만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소송이 예상된다. 

이선영(건축학부) 교수 : 사립대학보다 적은 연봉에도 국공립대학에서 교수들이 활동할 수 있는 이유는 무엇보다 안정적인 연금 때문이다. 하지만 연구지원비가 재정회계법으로 인해 급여로 인정받지 못한다면 연금이 삭감된다. 최근 우리대학이 교수들의 연구 활동이 적은 학교로 평가되는 이유가 무엇이겠는가. 교수들의 연구 수당이 적기 때문에 생활 유지에 도움이 되는 다른 활동을 하는 교수들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교수들이 연구에 집중할 수 있도록 교수 임금을 개선해야할 필요가 있다.


재정회계법·지방자치법, 서로 다른 해석

우리대학의 재정회계법 적용 여부는 회의 당시 많은 논란을 일으켰다. 재정회계 대신 「지방자치법」에 근거하여 특별회계를 적용하여 재정회계법 적용을 피할 수 있다는 주장이 있었기 때문이다. 재정회계법에서는 “다른 법률에 특별한 규정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 그 성질을 반하지 아니하는 한 (중략) 공립대학에 대하여 준용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에 대한 해석이 갈려 특별회계를 신설할 수 있다는 입장과 신설할 수 없다는 입장이 첨예하게 대립했다.

임종성(영어영문학과) 교수: 우리대학은 재정회계법을 따르지 않아도 된다. 재정회계법에 의하면 이를 대신할 ‘다른 법률’이 있는 경우에 재정회계법을 따르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우리대학은 교육부의 특정법률이 아닌, 「지방자치법」에 설치 근거하여 설립됐다. 따라서 우리대학의 경우 지방자치법이 재정회계법보다 상위법이라고 볼 수 있다. 지방자치법은 전 국민과 관련돼 있으며 헌법에도 명시돼 있다. 반면 재정회계법은 몇몇 국립대에만 적용되며 헌법에도 명시돼 있지 않다. 재정회계법은 일종의 행정집행법 내지 행정절차법일 뿐이다. 행정집행법이 헌법에 보장돼 있는 법률보다 더 높다는 것을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

원윤희 총장: 재정회계법 적용은 선택의 문제가 아니다. 현재의 판단으로 우리는 재정회계법 적용을 받을 수밖에 없다. 대학본부에서도 서울시에게 법률자문을 구했고 서울시도 법률회사에 의뢰해 자문을 받았다. 그 결과 우리대학은 재정회계법을 적용해야 된다는 것이 현재까지의 결론이다. 재정회계법에서 말하는 ‘다른 법률’에 「지방자치법」은 포함되지 않는다. 해당 법률이 지방자치단체의 회계구분을 담고 있지만 공립대학의 회계운영에 대한 구체적인 규정이 포함돼 있지 않기 때문이다. 또한  「지방자치법」이 재정회계법보다 우선하는 특별법적인 지위라고 볼 수도 없다.

원용수(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재정회계법에서는 ‘그 성질에 반하지 않는 한’에 대한 해석에 따라서 준용의 여부가 갈릴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 조항의 입법 취지가 다른 법률을 존중하고자 만든 것인지 등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특별회계를 따르면 연구지원비 받나

원칙적으로 특별회계로는 연구지원비 등 교직원의 연구비 및 제보조비를 지급할 수 없다. 법적 근거가 되는 지방공무원 보수규정에 따르면 이러한 세출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대법원 판결에서 기성회계의 적법성이 인정돼 기성회계가 유지될 가능성이 생겼다.

김충영(경영학부) 교수: 특별회계라고 해서 특별한 것이 아니다. 특별회계는 근본적으로 정부, 공공기관의 운영에 맞게끔 만들어진 회계 시스템일 뿐이다. 그래서 세출항목에 연구지원비 등이 아예 없다. 그렇기 때문에 특별회계를 따르는 타 대학에서도 기성회계를 활용하여 국고회계에서 지원하지 못하는 항목을 만들어 사용해왔던 것이다. 기성회계가 폐지될 상황에 처하자 이를 대체할 수 있도록 정부에서 만든 회계시스템이 재정회계법이다. 과거 기획처는 교수들의 수당 문제뿐만이 아니라 전반적인 대학운영을 고려해봤을 때 대학 운영에 맞게 설계된 회계 시스템을 운영하는 것이 맞다고 판단을 내렸다.

강정혜(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법에서 가장 중요한 사정변경이 생겼다. 얼마 전까지 기성회계가 불법이라는 판결이 있었는데 최종적으로 대법원에서 합법이라는 판결을 내렸다. 변경된 것까지 감안을 해서 앞으로의 계획을 다시 짜야되지 않나 싶다.

임종성 교수: 이미 특별회계를 운영하고 있는 경북도립대학은 조례를 통해 특별회계에 등록금과 지방자치단체의 지원금을 포함시켰다. 등록금 즉 기성회계를 특별회계에 포함시킨 것이다. ‘대학교의 연구개발 및 사업비’ 역시 보장돼 있다. 이는 기성회계를 운영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해주는 셈이다. 이에 따라 경북도립대학은 기성회 규약을 만들어 기성회를 운영하고 있다. 기성회 징수의 적법성은 이미 대법원 판결로 인정됐다. 따라서 우리대학 역시 조례 개정을 통해 기성회를 존치하면 된다. 이를 통해 법적근거가 없어 지급할 수 없었던 연구지원비 문제도 해결된다. 

원윤희 총장: 기성회계에 대한 대법원 판례에 근거해 내년부터 다시 기성회계를 걷을 수 있지 않느냐는 해석도 가능하다. 그러나 기성회비의 가장 큰 문제는 법적 근거가 없다는 점에 있다. 현재까지 기성회계는 국고가 아닌 「국립대학 비국고회계관리 규정」(이하 비국고회계 관리규정)에 따라 운영했다. 하지만 본 규정은 재정회계법이 통과 됐기 때문에 내년 2월 말에 만료된다. 물론 법적인 논의는 추후 TF팀을 구성해 다시 논의를 하겠지만 현재 해석은 우리대학 역시 재정회계법을 적용 받아야한다는 것이다. 현재 논란이 되는 연구지원비에 대한 본질적인 해결책은 봉급을 올리는 것이다. 우리대학 교수들은 연구지원비 180만원을 제외하면 다른 일반직 공무원보다 적은 봉급을 받고 있다. 호봉으로 비교해볼 때 같은 급의 일반직 공무원보다 약 160~180만원 가량 적다. 이를 근거로 봉급표를 올리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임종성 교수: 우리대학은 1977년부터 이제까지 기성회비를 받아왔다. 본래 우리대학 기성회의 근거는 1963년 문교부에서 만든 「대학, 고, 중학교 기성회 준칙」이라는 훈령에 있었다. 이것을 토대로 우리대학은 기성회 규칙을 만들어서 썼다. 그런데 1994년 중고등학교에서 기성회가 없어지고 대신 비국고회계 관리규정이 만들어졌다. 그러나 비국고회계 관리규정이 정의하고 있는 것은 국립대학이다. 공립대학인 우리대학에 적용할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대학은 1994년부터 2015년까지 기성회계를 유지해왔다. 적용 근거도 없이 기성회 회칙을 계속 사용해왔지만 아무런 문제도 생기지 않았다.

금재덕(행정학과) 교수: 「국가재정법」 제17조 예산총계주의 원칙에 따르면 한 해의 수입과 지출은 모두 세입과 세출로 명시해야한다. 지난해 국가에서는 재정 건전성 확보 방안으로 예산총계주의 원칙을 강화했다. 지금까지 예외로 인정받아 예산 체계 밖에서 자율적으로 움직이던 기성회계도 예산 범주 내로 배정된 것이다. 이로 인해 기성회계는 대학회계로 바뀌게 됐고, 정부의 통제를 받게 됐다. 국립대학에서 기성회계는 사라질 수밖에 없게 됐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대학이 특별회계를 운영하는 것은 신중하게 접근해야 할 사항이다. 지방자치법 예산 운영기준 안에 따르면 연구지원비를 받을 수 없고, 기성회계를 도입하는 것은 국가 기조를 살펴볼 때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소통 부족했던 대학본부

임종성 교수: 대학본부는 지난 6월 1일 재정회계법 도입과 관련한 소위 공청회라는 것을 열었다. 그러나 그것은 진정한 의미의 공청회라고 볼 수 없었다. 오히려 ‘이제부터 재정회계법을 따라 간다’는 통보에 가까웠다. 그게 무슨 공청회냐.

김대원(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우리대학 운영조례 절차를 살펴보면 크게 서울시 의회 절차와 학내절차로 나눌 수 있다. 서울시 의회에서 통과된 부분은 형식 상 크게 문제될 것이 없다. 문제는 학내절차에 있다. 총장이 운영조례와 관련한 긴요한 사항들에 대해 교수들에게 알리고 특별히 내부적으로 공론화 시켰어야 했다. 조례개정과 관련한 학내구성원의 의견수렴 없이 서울시 의회에 조례 개정을 통과시킨 것은 상당한 절차적 문제가 있다고 판단된다. 그리고 시기적으로도 대단히 경솔하게 조례 개정을 시작했다고 생각한다. 재정회계법에도 올해는 2014년에 준용해서 처리할 수 있도록 돼있다. 그런데 어떤 이유에서이든지 올해에 재정회계법을 적용하는 형태로 절차를 진행시켰다. 올해는 재정회계법을 따를 것인지 아니면 독자적인 특별회계로 갈 것인지 충분한 논의를 진행해야 한다. 그 후 운영조례를 개정하는 것이 정상적인 절차라고 생각한다. 학내적인 절차에서 이와 같은 밀실적인 부분은 향후 다른 중요한 문제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다시 나타날 수 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안전장치를 만들어야 한다. 예를 들면 대학본부에서 누군가 책임을 진다든지. 이런 문제를 우리 교수회에서 논의하고 대처방안을 찾아야 한다.

강정혜 교수: 판사가 판단할 때도 원고·피고 양쪽 의견을 다 듣는다. 서울시 담당의 법률자문의견서는 한 쪽 자료와 의견만 가지고 있기 때문에 한계가 있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김진원(환경원예학과) 교수: 대학 재정 문제가 대학본부의 과제인가, 교수의 과제인가? 그 구분은 아주 간단하다. 선택의 결과를 최종적으로 받아들이는 사람이 누구인가를 생각해보는 것이다. 대학본부의 입장에서는 재정회계법 준용이 옳을 수 있다. 그러나 대학본부와 여러 교수들 사이에 본 사안을 바라보는 관점, 태도들이 너무 다르다. 결국 소통이 가장 중요하다. 조직과 정보력에 앞서는 대학본부의 조사를 통해 교수들로 하여금 선택할 수 있게 하는 방법이 필요하다. 교수들이나 학내 구성원들이 영민하게 이 문제에 대해  의견을 나누고 어떤 방향으로 가는 것이 옳은지 선택할 기회를 줬으면 좋겠다. 교수, 직원, 심지어 학생들 입장에서 심도 있게 문의할 수 있는 특별한 구성 체제를 만들어야 한다.

김규식 교수회장: 부정확한 정보를 통해 투표를 하는 등의 방임적인 결정은 지양할 것이다. 잘못된 선택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향후 대학본부와 교수들의 추천 인사들로 구성된 특별대책위원회를 구성해 연구를 시작하겠다. 또한 주기적으로 교수들과의 공청회를 통해 의논하는 방향으로 갈 것이다.


정리_ 김태현 기자 taehyeon119@uos.ac.kr
류송희 기자 dtpo2143@uo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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