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조어 특집- #나는 메갈리안이다

‘여성혐오(이하 여혐)’에 대한 대항적 움직임으로 ‘여성혐오에 대한 혐오(이하 여혐혐)’가 등장했다. 여혐혐은 여러 전용 커뮤니티를 통해 그 입지를 점차 넓혀가고 있다. 여혐혐 의견을 제시하는 사람들은 자신들의 의견이 ‘남성혐오’와는 다르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여혐혐은 여혐에 대항하는 것이 아니라 또 다른 ‘혐오’의 방식으로 자리 잡았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여혐혐은 어떤 길을 가고 있는 것일까.


깰 수 없는 미러링의 한계

대표적인 여혐혐 인터넷 커뮤니티 ‘메갈리아’는 여느 커뮤니티와 다름없이 이용자들의 익명이 철저히 보장되며 일상적인 주제에 대해 자유로운 토론이 이뤄진다. 특이한 점은 대부분의 게시글에서 여혐 담론에 대한 ‘미러링’이 행해진다. 문제는 이 미러링이 무분별하게 행해진다는 점에 있다.

얼마 전 ‘이태원 살인 사건’의 용의자가 16년만에 국내 송환됐다. 메갈리아에서는 피해자에 대한 모욕성 글이 게시됐다. 댓글 중에는 “우월한 서양남에게 살해당한 것이 하등한 한국남자에게는 명예로운 일이다”라는 내용의 글도 있었다. 이는 한국여성을 하대하고 서양여성을 선망하는 것에 대한 미러링이 무분별하게 사용된 사례다.

메갈리아의 극단적인 글은 곧 비판의 대상이 됐다. 실제로 누리꾼들은 “일베보다 더 한 사이트가 생겼다”며 메갈리아를 비난했다. 김헌식 문화평론가는 “미러링은 어떤 사안에 대한 패러디의 수단이다. 상대가 특정 단어를 쓰면 얼마나 모욕적인지 보여줘 단기적으로 효과를 볼 수 있다. 그러나 그 이상의 논의로 이어지면 기존 여혐의 형태에서 벗어날 수 없다”며 미러링에 대한 한계를 설명했다.

미러링에 대해 우리대학 도시사회학과 임동균 교수는 “똑같은 혐오로 대응하는 것은 문제 해결로 이어지지 않는다. 여혐이든 여혐혐이든 모두 혐오에 바탕을 둔 놀이문화를 확산시킬 뿐, 기존에 여혐을 하던 사람들 중 미러링을 보고 놀라 여혐을 멈추게 되는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여혐혐, 페미니즘일까?

여혐 담론은 명백히 여성들에 대한 폭력과 억압을 가하고 있다. 이런 여혐에 똑같은 형태의 혐오로 대항하는 여혐혐은 여성해방운동인 페미니즘 활동의 일환이라 할 수 있을까.

임동균 교수는 “페미니즘이 여성들의 목소리와 관점을 드러내준다는 점에서 메갈리아와 접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사회운동으로, 실천적으로 이뤄지는 일반적인 페미니즘의 모습과는 상당한 거리가 있다. 특히 여혐혐은 어떤 특정 성을 혐오함으로써 양성평등을 이루고자 하는데, 페미니즘은 그렇지 않다. 혐오로는 불평등한 관계를 바로잡는데 한계가 있다”며 여혐혐이 페미니즘과는 사뭇 다른 길을 걷고 있음을 설명했다.


여혐에 대항하는 옳은 방식

여혐과 여혐혐 대립구도는 언제까지 계속 될까. 앞으로 여혐혐 담론은 어떤 방향으로 발전해 나가야 할까. 임동균 교수는 “우리 사회의 잠재된 경제적, 사회적 불안감들에 대한 해소가 이뤄지지 않은 채 대중이 분노 표출의 희생양을 찾는다면 혐오 현상은 어떤 형태로든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

김헌식 문화평론가는 “여혐은 합리적인 비교대상이 아닌 것을 비교하고, 일반화의 오류를 범하고, 사회경제적 문제를 성의 문제로 초점을 맞춘다”며 기존 여혐에 오류가 많다는 점을 지적했다. 이어 그는 “똑같은 혐오로 대항 할 것이 아니라 논쟁의 근본적인 배경을 찾아 해결책을 제시하는 것이 여혐에 대한 올바른 대응 방법”이라고 전했다.


박소정 기자 cheers710@uo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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