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내가 말야 스무 살 쯤엔 요절할 천재인 줄 알았고’ 체리필터의 <Happy Day> 일부다. 많은 사람들이 어렸을 때는 자신이 천재라 생각한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주위의 많은 잘난 사람들을 보며 자신이 얼마나 평범한 지 깨닫게 되고, 이로 인해 때로는 좌절을 맛본다. 그런 사람들에게 바치는 영화, 바로 <프랭크>다.

평범한 회사원인 존은 항상 음악인이 되길 꿈꾸지만 그의 음악성은 형편없다. 하지만 언젠가는 자신도 좋은 음악을 만들 수 있다는 희망을 버리지 않는다. 그러던 어느 날, 우연한 계기로 존은 자신의 꿈을 실현시킬 수 있는 밴드를 찾게 된다. 키보드는 칠 줄 알았던 존은 키보드 담당을 구하던 무명 인디 밴드 ‘소론프르프브스’의 일원이 된다.

하지만 어딘가 이상해 보이는 밴드의 멤버들. 자신이 쓴 가면을 절대 벗지 않는 밴드의 보컬 프랭크를 비롯해, 마네킹성욕자 돈,  약간 미친 것 같은 클라라까지. 모두가 이상한 그 곳에서 정상은 오직 존 하나였다. 괴리감을 느끼긴 했지만 존은 자신의 꿈을 포기할 수 없어 회사까지 그만두고 밴드에 열중한다.

앨범 녹음을 위해 합숙을 하던 중, 존은 프랭크가 엄청난 천재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프랭크처럼 천재가 되고 싶었던 존은 그의 비밀을 열심히 캐내기 시작한다. 하지만 프랭크라는 벽은 너무나도 높았다. 그래도 존은 포기하지 않고 과욕을 부린다. 그리고 수많은 연습 끝에 자신이 어느 정도 경지에 올랐다고 생각하게 된다.

어느날 존에게 희소식이 들려온다. 축제 관계자가 무대에 설 기회를 주겠다며 연락을 해온 것이다. 하지만 그들에게 있어 대중에게 노출되는 것은 독이었다. 그들의 천재성과 독특함이 대중성을 만나면 빛을 잃게 되리란 것을 멤버들은 알았기 때문이다. 존은 계속해서 프랭크를 설득해 무대에 오르게 되고, 멤버들은 존과 프랭크를 떠난다. 존은 이런 상황에 아랑곳하지 않고 자신이 만든 노래를 무대에 올리고, 프랭크에게 보컬을 맡아달라고 부탁한다. 하지만 그때부터 프랭크는 어딘가 불안한 듯이 벌벌 떨기 시작했다. 결국 프랭크는 무대에서 ‘너의 노래는 너무 구려’라는 한 마디를 남기고 쓰러지게 된다.

 ▲ 프랭크가 자신의 곡을 무대에서 뽐내고 있다.

평범함은 비범함을 이길 수 없다. 그리고 비범함이 평범함과 함께 어울리게 될 경우 오히려 평범해진다. 프랭크 역시 마찬가지였다. 지극히 평범한 존과 함께 어울리게 되자마자 비범함을 잃었다. 결국 존은 프랭크를 이해하며, 그리고 자신은 특별해질 수 없다는 것을 깨달으며 프랭크를 원래 멤버들 곁으로 보낸다.

당신은 프랭크의 편을 들며 존에게 ‘왜 쓸데없는 짓을 하냐’고 나무랄 수도 있다. 하지만 좀 더 생각해보면 존의 모습에서 얼핏 스쳐지나가는 것은 우리의 모습이다. 앞에서 말했듯 누구나 그런 적이 있었을 것이다. 무슨 일이든 잘하는 사람에게 열등감을 느껴 본 적. 나도 그들처럼 잘하고 싶어 욕심을 부려보지만 결코 그들처럼 되지 못했던 적이.

바위는 보를 절대 이길 수 없다. 그건 어쩔 수 없는 일이다. 하지만 내가 바위라는 것을 인정하게 되면 가위라는 상대를 이길 수 있다. 보는 보의 역할을 하고, 바위는 바위 나름대로의 가치를 알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자신의 가치를 아는 일이다. 그러니 부디 좌절하지 말자. 당신은 꼭 천재가 아니어도 충분히 괜찮다.

 


정수환 선임기자 iialal91@uo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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