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러의 개인심리학을 다룬 책 『미움 받을 용기』 가 국내에서 31주 동안 베스트셀러 1위를 기록하고 있다. 그 뒤를 이어 『혼자 있는 시간의 힘』과 『혼자 여행하는 방법』 역시 독자들에게 인기를 얻고 있다. 이 책들은 공통적으로 행복해지기 위해서 다른 사람의 일에 간섭하거나 꼭 모두에게 인정받을 필요는 없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인문서 · 자기계발서는 물론 실용서까지 ‘혼자’와 ‘개인적인’이라는 단어를 담고 독자를 유혹하고 있다. 어떻게 우리 사회는 ‘혼자’ 열풍에 지지를 보내게 됐을까.

작가가 건네는 현실적인 위로

윤진호 기자(이하 윤): 『미움받을 용기』에서 작가가 개인주의 심리학을 설명하며 말하는 내용은 놀랍도록 현실적이다. ‘할 수 있다’는 주먹구구식 자기긍정보다는 현실적 제한조건을 인정하고 한계를 있는 그대로 받아 들여 현실을 직시하라는 점이 새롭게 다가왔다. 현실을 받아들일 때 다른 사람이 틀렸다 하더라도 ‘그게 틀리지 않았다’고 말해 독자들이 위로를 받고 가깝게 느낄 수 있는 것 같다. 동시에 자신이 생각하는 성공의 길을 타인으로부터 인정받을 필요가 없다고 강조했다.

박미진 기자(이하 박): 남들로부터 미움을 받는다 하더라도 자신만의 기준에 따라 성공의 길을 걷고 스스로가 원하는 방향으로 추진하려는 용기가 필요하다는 메시지는 새로웠다. 미움받을 용기에서는 ‘내가 바뀌어야 세계가 바뀐다’라는 논리를 펼친다. 결과가 어찌되든 도전을 하고 용기를 가져 스스로를 바꿔보라고 요구한다는 점에서 기존의 자기계발서와 비슷하다고 본다. 기존의 자기계발서 역시 자기수용이나 스스로 세상을 보는 관점을 바꾸라는 메시지를 담고 있었기 때문이다.

혼자 열풍에 빠진 사람들

박: 책을 읽다보면 ‘혼자있지 않으면 나아갈 수 없다’, ‘모든 스트레스는 인간관계에서 출발한다’는 극단적인 문구가 눈에 띈다.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사회적인 성공보다 ‘나 홀로 잘 살기’가 뜨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공동체 생활을 중시하고 있고 개인주의적 사고에 대해 부정적인 사회에서 남들과 어울리지 않고 스스로를 고립시키자고 외치는 것은 충분히 논란이 될 수 있다.

윤: 혼자인 것을 찬양한다는 것은 어쨌든 극단적인 주장이 맞다. 그럼에도 서로 구속하고 간섭하는 등 온갖 복잡한 문제에 개입하지 않아도 된다는 주장은 독자들의 피로를 해소시켜 준다. 그런 면에서 사람들이 혼자열풍에 심취하게 된 것이 아닐까. 그렇지만 남들과 함께 어울리는 것보다는 혼자하는 활동을 통해서 에너지를 얻는 사람들에게는 이런 책들이 힐링으로 다가올 수 있다. 반면 독자들의 관심을 끌기 위해 책의 제목이나 특정 부분에 다소 자극적인 문구가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전반적인 내용은 그렇지 않다. 개인주의를 말하면서도 자신을 되돌아보고 개인을 바꾸다 보면 공동체가 바뀔것이라는 긍정적인 시각도 담고 있다.

박: 작가는 공동체에 대해 얘기하며 독자가 행복해지기 위해 스스로 변화를 일으키다보면 결국 공동체도 함께 변할 것이라는 결론을 제시한다. 하지만 모든 문제의 해결방법을 개인에게서 찾을 수 없을 때가 있다. 이 경우 구조적인 문제나 부조리는 변화시킬 수 없는 것으로 인식되고 사회문제에 무기력해져 문제를 제기하지 않으려는 방향으로 나아가게 될지도 모른다.

힐링을 넘어 한발짝 나아가기

윤: 개인주의가 점차 확산되고 있는 사회에서 이런 서적들의 등장은 ‘혼자열풍’에 기름을 부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서로를 밟고 올라가야 하는 경쟁에 피로를 느끼고 있는 독자들은 이러한 책들을 통해 남들과의 비교 없이도 인정을 받을 수 있다는 것에 공감했던 것일지도 모른다. 책뿐만 아니라 앞으로 다른 매체를 통해 비슷한 내용을 담은 콘텐츠들이 등장할 것이다.
사회는 계속해서 개인화되고 있기 때문에 혼자를 외치는 열풍이 금방 수그러들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책들이 지금은 인기를 끌고 있지만 혼자 보내는 생활을 즐기는 사람들에게 힐링이나 단순히 위로를 주는 것에서 그친다면 언젠가는 그 인기가 시들해질 수 있다. 혼자열풍이 꾸준히 독자들에게 사랑받는 하나의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위로나 힐링을 넘어서는 무언가가 요구된다.

박: 하지만 여전히 사회에서는 스스로를 고립시키거나 사람들과 거리를 두는 이들을 삐뚤게 바라본다. 혼자 보내기를 원하는 사람들을 사람들과 어울리지 못하는 것이라 판단해 그들을 사회부적응자로 취급한다. 이 시점에서 혼자열풍이 나아갈 방향은 혼자생활을 즐기지 않는 사람들이 이들을 받아 들일 수 있도록 설득하는 것이다. 그들에게 혼자 보내기를 원하는 사람들도 괜찮은 사람이다라는 것을 인식시키기 위해서다. 혼자가 돼도 괜찮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러한 사람들을 부정적으로 보는 사회 인식의 틀을 바로잡는 것도 필요해 보인다.


정리_ 박미진 기자 mijin3490@uo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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