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서전과 평전, 리얼리티가 주는 매력

동시대 혹은 우리보다 좀 더 오래 산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는다는 것. 이 점이 매력적으로 다가오는 이유는 아마 그 이야기가 ‘현실적’이기 때문일 것이다. 이권우 도서평론가는 “그 사람이 살아온 이야기만큼 흥미로운 것은 없다. 소설도 작가의 상상과 문학적 가공을 거쳤지만 알고 보면 삶에 대한 이야기일 뿐이다. 그런 의미에서 날것 그대로의 삶을 담은 자서전은 더 흥미로울 수밖에 없다”며 “평전은 자서전을 쓸 때 나타날 수 있는 왜곡이나 과장을 파헤쳐 더 객관성을 높인 삶의 이야기니 두루 흥미롭다”고 말했다. 여러 대학 및 단체에서 자서전 쓰기 수업을 하는 민경호 강사 역시 “소설은 감동은 있지만 그건 꾸며낸 이야기다. 실제 이야기에서 오는 감동보다 덜하다”고 말했다.

이 외에도 삶의 척도를 제공해준다는 것도 큰 매력이다. 독자 이승훈(25) 씨는 “자서전이나 평전을 읽으며 어떻게 살아야 할지 마음을 다잡는다. 그들이 고난을 헤치고 성공을 한 과정은 모두 진짜기 때문에 본받을 만하다”며 자서전과 평전을 읽는 이유를 설명했다. 격월간 『biography』의 이연대 편집장은 “누군가를 안다는 것은 그 사람을 이해하는 것은 물론이고, 그 사람이 외부 세계를 사유하는 방식도 이해하는 것이다. 자서전과 평전을 읽으면 그만큼 세상에 대한 이해의 폭이 넓어진다”고 말했다.


진정성 없는 자서전, 홍보물이 되다

하지만 어쩐 일인지 자서전과 평전은 요즘 들어 숱한 논란에 휩싸이고 있다. 자서전의 탈을 뒤집어 쓴 ‘홍보물’이 넘실거리고 있기 때문이다. 소설가 조지 오웰은 “자서전은 수치스러운 점을 밝힐 때만이 신뢰를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오늘날 이런 홍보물들은 자신의 수치스러운 점을 까발리기보다는 자신을 포장하는 ‘자기 홍보물’의 역할을 하고 있다. 독자 A(24) 씨는 “최근 과제를 하기 위해 이명박 전 대통령의 자서전을 읽었다. 대통령을 하면서 분명 잘못한 일들이 있었을텐데 그런 내용은 하나도 없더라. 과제를 내주신 교수님이 원망스러울 정도”라며 불만을 토로했다. 이와 같은 세태에 대해 이권우 도서평론가는 “숨겨왔던 잘못이나, 들킬까봐 두려웠던 욕망을 까발리는 고백이 있을 때 자서전은 가치를 얻는다. 여기서 벗어난 자서전은 이미 가치가 없다”며 자서전의 정의에 대해 얘기했다.

대필에 대한 거부감 역시 존재한다. 실제로 인터넷 검색을 하다보면 대필을 해준다는 대행업체가 많이 발견되고, 대필 아르바이트를 구한다는 글 또한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민경호 강사는 “대필을 통해 자서전을 쓰면 정말 중요한 사건을 놓칠 수도 있고, 구술하는 사람과 협의를 통해 좋은 얘기만 쓰게 될 수 있다”며 대필에 대해 우려되는 점을 지적했다.


출판의 자유 아래 상품이 된 평전

얼마 전 연예인 유재석의 평전을 두고 논란이 일었다. 본인이 부담스러워 하고, 출판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의사를 밝혔지만 결국 평전이 출판된 것이다. 하지만 법적으로 공적인 인물에 대해서는 출판의 자유가 보장돼있어 유재석의 평전 발행은 법적으로 아무 문제가 없다. 이 때문에 과거에도 평전 관련으로 고소한 사례가 있지만 모두 패소했다. 한편 초상권 관련해서는 문제가 생기기 때문에 책 안의 유재석 씨의 모습은 모두 일러스트로 대체됐다.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고 해도 당시 이 사태를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대다수였다. C(22) 씨는 “사망한 역사적 인물도 아니고, 본인이 원하지 않는다고 하는데 왜 평전을 내는지 모르겠다. 출판사가 돈을 벌기 위해 법을 악용하고, 유재석을 기업의 ‘홍보’ 수단으로 이용한 것 같다”며 “다른 평전도 이렇게 써진다면 신뢰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더 좋은 자서전과 평전을 만들기 위해

출판계는 이런 세태로 인해 자서전과 평전의 가치가 떨어지는 것에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미꾸라지 한 마리가 강물을 흐리는 격이기 때문이다. 민경호 씨는 “이런 종류의 책을 내려고 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자기가 뭔가를 이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다. 그들이 조금 더 순수한 입장에서 자서전 및 평전 본래의 취지로 돌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자서전과 평전 분야 서적이 널리 알려져야 더 좋은 콘텐츠가 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는 목소리도 있다. 변정수 출판평론가는 “한국 출판문화에서는 평전이 홀대받고 있다. 절대적으로 다양성이 부족한 실정인데, 아직 제대로 조명 받지 못한 숱한 인물들에 대하여 더 다양한 평전이 나오도록 격려하고 지원하는 제도적 뒷받침이 촉구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연대 편집장은 “자서전 및 평전이 개인 홍보 수단에 그치거나 자기계발서화 돼가는 경향이 있다. 사실 우리나라에서 평전, 자서전은 잘 안 팔리는 분야다. 콘텐츠의 질이 향상되면 더 많은 사람이 평전과 자서전을 찾아줄 것이다”며 자신의 바람을 전했다.


글 ·  사진_ 정수환 선임기자 iialal91@uos.ac.kr
 

저작권자 © 서울시립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